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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우리 연인이에요

그 시각, 권하윤은 마치 지배받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몸이 제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직 성은우가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와 가족은 그 일과 관련된 사람들이니 무슨 일을 당하든 그 결과는 본인이 감당하면 그만이지만 아무 관련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더욱이 성은우는 그녀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이니까.

궁지에 몰리자 권하윤은 오히려 태연해졌다.

그녀는 땅을 짚고 일어서면서 눈물을 닦았다.

“뭘 듣고 싶어요?”

순간 지금껏 보여줬던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대신 낯선 눈빛만 남았다.

민도준은 막이 한 층 드리운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으로 다리를 톡톡 두드렸다.

“우선 두 사람의 관계부터 말하는 게 어때? 권씨 가문 아가씨인 하윤 씨가 어떻게 다른 성에 위치한 공씨 가문 킬러를 알게 되었는지.”

‘올 게 왔구나.’

권하윤은 눈을 질끈 감다가 다시 뜨더니 이미 절망을 받아들이기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저…….”

“우리 연인이에요.”

권하윤은 멈칫하더니 성은우를 돌아봤다.

드물게 얼굴을 훤히 드러낸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민도준을 바라보다가 권하윤을 바라볼 때 다시 부드러워졌다.

이윽고 그는 하던 말을 반복했다.

“우리 연인이에요. 2년 전 제가 다쳤을 때 윤이가 저 구해준 뒤로 사귀게 됐어요.”

그의 말이 끝나자 공기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던 민도준이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놀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음?”

그러고는 권하윤을 바라봤다.

“제수씨, 사실이야?”

지금 상황에서 권하윤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를 도와주려고 그런 말을 한 성은우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기에 2초간 망설이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의 대답을 끝으로 공기는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오래 지속되었다.

“그러니까 연인이 있으면서 나랑 잤단 말이야? 아, 아니지, 연인이 있으면서 내 동생이랑 약혼하고 나랑 바람피웠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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