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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똑 닮은 두 사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도준이 유유자적한 걸음걸이로 거실에 들어섰다.

“이런, 다들 도착했네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하나 남은 빈자리에 털썩 앉았다.

눈길을 돌려 주위를 훑던 그는 끝에 앉은 권하윤에게 시선이 멈췄다.

그녀는 긴 머리를 어깨 뒤에 드리운 채 얌전히 앉아 있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계속 흔들리는 귀걸이는 불안한 그녀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제야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테이블을 툭툭 쳤다.

“사람도 다 도착했는데 다들 수저 드시죠.”

늦게 온 그가 오히려 건들건들한 태도로 주인행세를 하자 민상철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를 꾸짖었다.

“고씨 집안 어르신들이 여기서 너 하나 기다렸는데 인사도 안 드려?”

민도준은 눈을 들어 맞은 편에 앉은 고창호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아, 어르신도 계셨네요. 오랜만입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분명 의문구로 말을 끝났지만 그는 상대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계속 이어 나갔다.

“어르신은 절대 저희 할아버지처럼 심장마비로 쓰러진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연회를 여네 마네 하며 고생을 사서 하지 마세요. 밥상머리에서 갑자기 병이라도 도져 봐요.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들마저 죄인 되지 않겠습니까?”

“…….”

그의 말에 거실은 일순 적막이 흘렀다. 심지어 맨 끝에 앉은 권하윤은 눈앞이 캄캄해 났다.

‘어떻게 이리 바람 잘 날 없지?’

아니나 다를까 민상철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만약 고씨 집안사람들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상을 엎었을 기세였다.

다행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고창호는 미소를 지으며 중재에 나섰다.

“이런, 내가 눈치가 없었네. 상철 형님을 너무 오래 못 봐서 같이 먹고 즐길 생각으로 불쑥 찾아오다 보니 그 일을 잊었군. 그래도 같은 핏줄이라고 형님 생각해 주는 건 민 사장밖에 없네. 자, 내가 잘못했으니 벌주 한잔 마시지.”

조그만 흠도 찾을 수 없는 한마디에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다시 사르르 녹았다.

그 시각 권하윤은 속으로 늙은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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