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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기분을 풀어주다

권하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민도준이 입을 열었다.

“설마 내 그 동생이야? 아니면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이라는 단어를말 할 때 민도준의 어조는 뭔가를 꿰뚫어 보려는 듯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권하윤은 왠지 그 다른 사람이 바로 성은우를 가리키는 거라고 느껴졌다.

‘설마 나랑 은우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 걸 알았나? 에이, 설마. 알아냈다면 내가 이렇게 무사히 앉아있지 못했을 거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권하윤은 과감하게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승현은 제 약혼남이에요. 약혼남한테 이런 이벤트정도 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오, 그렇긴 하지.”

민도준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잊을뻔했네. 요즘 임신 준비한다고 했지? 걔 애라도 낳아주게?”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반박하기도 그렇고 더욱이 화가 나 있었기에 권하윤은 이내 코웃음을 쳤다.

“당연하죠. 안 그러면 뭐 다른 사람의 애를 낳아주겠어요?”

앞뒤 가리지 않고 질러버린 권하윤은 민도준이 자기를 비웃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허리를 툭툭 쳤다.

“얼른 운전해.”

이런 반응은 오히려 의외였다.

그제야 권하윤은 그의 무릎에서 내려와 운전석에 다시 앉았다.

‘하긴, 내가 애를 낳든 말든 도준 씨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

일순 가슴이 답답했지만 한참을 운전하고 나서야 권하윤은 민도준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곧바로 고개를 돌려 물으려 할 때 옆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랙썬으로 가.”

‘진짜 블랙썬으로 가는 거네.’

권하윤은 소리 없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 뒤로 블랙썬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도착했어요. 안까지 마중하지는 않겠어요…….”

“주차장으로 가.”

권하윤은 그의 당연한 듯한 어투에 울컥했다.

‘설마 날 운전기사로 보고 있잖아!’

이윽고 그녀는 여기까지 왔는데 그 몇 걸음 더 가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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