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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몸이 남아나지 않다

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에 깃든 깊은 뜻을 알아듣지 못한 채 오직 그가 묵인했다는 것에 정신이 팔렸다.

‘고은지 씨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거 부인하지 않네.’

순간 번한 결말에 헛된 희망을 품은 자기 자신이 우스웠다.

하지만 실망을 하고나니 어느새 머리도 맑아졌다.

이윽고 눈을 들어 민도준을 볼 때 눈에는 몇 가닥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당연히 제가 가야 할 곳으로 물러나야죠. 그렇다고 도준 씨더러 양쪽 다 신경 쓰게 할 수는 없잖아요. 한두 번은 괜찮겠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하다간 도준 씨 몸이 남아나지 않을까 봐 걱정돼요.”

분명 가시 돋친 말이었지만 권하윤의 어조는 관심과 걱정이 가득했고 심지어 민도준의 어깨에 손까지 얹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허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내 몸이 남아날지 아닐지는 하윤 씨가 시험해보면 되겠네.”

그렇게 두 사람은 또다시 밤까지 엉겨 붙게 되었다.

그 때문에 민도준의 등에는 권하윤이 “실수”로 긁은 손톱자국이 몇 가닥 보태졌다.

하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앙칼지다고 꾸짖기만 할 뿐 말리지는 않았다.

한참 지속된 행위에 어느새 비몽사몽 잠이 든 그때, 민도준이 권하윤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돌아가서 자.”

“싫어요.”

졸음이 몰려와 축 늘어진 권하윤은 휴게실 침대에 오히려 얼굴을 파묻었다.

짙은 남색의 침대 시트 덕에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더 부각되었다.

블랙썬의 휴게실 침대는 지금껏 민도준 혼자만 사용하던 거다. 그런데 오늘 긴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권하윤이 누워있자 조금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나른한 몸이 또 작기는 얼마나 작은지 커다란 침대에 여백이 많이 남았고 쪼그리고 누운 모습은 마치 애완동물 같았다.

하지만.

민도준은 입꼬리는 차가운 곡선을 그렸다.

‘애완동물이면 주인 즐겁게 해줘야지, 다른 들개를 끌어들이면 쓰나. 나한테 빌붙어서 밖에서는 다른 놈 끌어들이면 둘 다 때려죽이는 수밖에.’

그는 손등으로 권하윤의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

‘하, 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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