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88화 재밌게 노네

“도착했네. 제수씨, 고생했어.”

뒷좌석 문이 열리자 밤바람이 차 안으로 불어 들어왔고 권하윤의 마음도 덩달아 서늘해졌다.

어슴푸레한 밤, 달빛을 밟으며 아파트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화기애애하고 어울렸다.

그 두 그림자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권하윤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자조했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려던 그때 문자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주차할 곳 찾아 나 기다려.]

‘기다리라고? 적어도 시간 단위로 끝내던 사람이 나더러 기다리라고 한다고?’

그녀가 아무리 그 시간과 여유가 있다 해도 남이 먹다 버린 음식을 먹는 취미는 없는데 말이다.

당연하다는 듯 문자를 무시한 그녀는 핸들을 틀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러기를 알기라도 한 듯 문자 하나가 더 도착했다.

[도망치기 전에 다리 필요 없는 거로 간주할 게.]

“…….”

막 길목을 지난 권하윤은 할 수 없이 다시 핸들을 꺾어 커피숍 앞에 주차했다.

일 분, 일 초…… 끝나지 않는 기다림에 점점 답답해 난 권하윤은 결국 차 문을 열고 공기를 쐬었다.

그리고 반 시간 뒤 끝내 차키를 뽑고 차에서 내렸다.

“버블티 하나 주세요.”

달짝지근한 액체가 씁쓸하던 혀끝을 감싸며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버블티를 들고 차에서 한참 동안 멍때리던 권하윤은 점점 생각에 잠겼다.

대타를 찾는 사람은 자기기만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민도준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가 고은지를 선택한 사실은 변함없었다.

‘비슷한 사람에게조차 이렇게 대하는 데 공은채 본인에게는 어떻게 대했을까? 나 뭐로 비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 시간쯤 기다렸을 때 조수석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권하윤은 고개도 쳐들지 않고 바닥난 버블티를 계속 빨아댔다.

민도준이 차에 오르자 고은지가 차에 올랐을 때 나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분명 은은한 향이었지만 그녀의 코끝은 향기에 자극됐다. 서늘한 향기가 민도준의 몸을 감돌다가 공중에서 휘발되고 있다는 것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

“뭘 그렇게 열심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