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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다른 여자를 선택하다

담배가 타들어 가며 빨간 불빛을 내뿜더니 곧이어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며 현장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꾸었다.

목적에 도달한 민상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늙은이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 다들 흩어져.”

흩어지기 전 민상철은 민도준을 힐끗 바라봤다.

“넌 오늘 늦었으니 고 어르신을 대신해서 은지나 데려줘.”

마침 일어서는 순간 이 소리를 들어버린 권하윤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가 뭔가 생각하기도 전에 민도준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려다주라고요? 저를 너무 믿는 거 아니에요?”

가벼운 말투는 곧바로 민상철의 화를 불러왔다.

“행실 똑바로 해! 은지는 고씨 가문 둘째 아가씨야. 네가 밖에서 만나는 그런 여자들과는 다르다고! 참한 애 놀라게 하지 마!”

약 2초간 멍해 있던 권하윤은 끝내 고개를 떨군 채로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묵묵히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

‘하, 억울하긴 한가 봐.’

눈길은 치맛자락 아래로 언뜻언뜻 보이는 발목에 멈춰있다가 다시 거두어들이며 느긋하게 일어섰다.

“요구가 참 많네. 그래요. 할아버지 말 들을게요. 제가 이렇게 효도한다니까요.”

“…….”

문밖.

저택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민시영은 권하윤을 끌어당기며 나직이 몇 마디 위로를 건넸다.

“과학기술 단지는 우리 가문 수익 중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파트예요. 도준 오빠가 거절하지 않은 건 고씨 가문 둘째 아가씨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고씨 가문 기술이 필요했던 걸 거예요.”

“시영 언니, 그런 말 저한테 안 해도 돼요.”

권하윤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게다가 그녀는 민도준이 고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한은.

하지만 이런 말들을 민시영한테 말할 수는 없었다.

민시영도 그녀가 자세한 얘기를 피한다는 걸 눈치채고 싱긋 웃었다.

“하긴, 둘째 오빠 성격을 아니까 하는 말인데 결과가 빨리 정해지는 게 오히려 잘된 일이에요.”

두 사람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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