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86화 그 여자가 아니야

고창호는 눈빛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다.

“그렇네. 은지야, 얼른 민 사장한테 인사드려야지.”

고은지는 그의 말을 따라 고분고분 민도준 쏙으로 걸어갔지만 여전히 입을 열지 않고 몸을 약간 수그렸다.

무뚝뚝한 얼굴에 괴팍한 성격, 그리고 그녀가 오늘 입고 있는 무채색 치마까지 더해지자 잒만 고인을 떠올리게 했다.

민도준이 그녀를 훑어보고 있던 그때, 민상철이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내가 마침 과학기술 단지를 도준한테 맡길까 하는데, 앞으로 우리 두 가문이 더 가까워지겠군.”

그리고 그는 잠깐 말을 끊더니 다시 이어갔다.

“그런데 도준이는 아직 과학기술 단지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테니, 용재 네가 얘 좀 잘 가르쳐 봐.”

민상철의 말을 듣고 나니 권하윤은 오늘 이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게 뭘 위해서인지 눈치챘다.

마치 불과 물처럼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동시에 한 가지 일을 맡긴다는 건 그 둘에게 싸움을 붙이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과학기술 단지의 핵심 기술은 모두 고씨 가문에서 제공하기에 민도준이 이 기회에 고은지와 관계를 확정 지으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게 된다.

‘역시 계략가네.’

민도준이 공은채에 대한 감정, 과학기술 단지의 이익, 그리고 첫째네와 둘째네의 경쟁, 민상철은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주무른 셈이다.

‘인정하자. 도준 씨가 고은지 씨한테 흥미를 느끼는 건 당연해. 도준 씨는 언젠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돼 있어.’

그리고 그게 누구든 권하윤은 아닐 거다.

아무리 그녀가 민승현과 파혼을 한다 해도 예비 제수씨에서 아내로 된다는 건 넘기 힘든 강이니 말이다.

더욱이 민씨 가문에서는 이런 추악한 일이 가문에 벌어지는 걸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다.

하물며 공은채와 이렇게나 닮은 고은지까지 나타났으니…….

아무리 생각을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민도준이 고은지가 가까이하는 걸 거절하지 않고 민상철의 말을 듣는 걸 보고 있자니 권하윤의 마음은 씁쓸해 났다.

이윽고 더 이상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했다.

그러던 그때, 민상철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