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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다음에 보면 모른 척해

주위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나무 그림자만이 바람에 날려 흔들거렸다.

하지만 권하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하모니카가 놓인 모양을 확인하더니 차를 틀었다.

느릿느릿 전진하는 와중에 그녀는 계속 주위의 경계를 살피며 뭔가를 찾았다.

신호등을 하나하나 지나칠 때마다 그녀의 심장도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긴 도로를 온종일 주행했지만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러던 중 양쪽 거리에 펼쳐진 녹색 풍경이 점차 호화로운 고급 빌라로 변화되면서 어느 낡은 도시지역에 도착했다.

몇 개의 작은 골목을 지나자 앞길을 막고 있는 장터가 보였다.

시장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름진 튀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는데? 아마 여기겠지?’

그제야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 식사 무렵이라 그런지 시장을 누비는 노인들 외에도 퇴근한 직장인과 하교한 학생들이 상가 앞에 모여들었다.

권하윤은 어느새 그 틈에 녹아들어 장을 보는 듯 이리저리 둘러봤다.

하지만 길지 않은 거리의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에도 주위에 익숙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직 안 도착했나?’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 거리에서 멍하니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건 너무 튀는 행동이었기에 권하윤은 작은 상가 앞에서 줄이라도 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호떡을 파는 작은 수레 하나가 눈에 들어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 앞으로 걸어갔다.

노릇노릇 구워진 호떡 사이에서 좔좔 흐르는 속을 보니 저도 모르게 군침이 싹 돌았다.

때문에 그저 앞에 서 있기만 하러던 권하윤은 주섬주섬 돈을 꺼냈다.

앞에 줄을 선 학생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대화를 엿듣고 있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차례가 되었다.

그러던 그때 옆에서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기 들려왔다.

“하나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호떡 사장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권하윤은 흥분을 금치 못하고 곧바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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