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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모를 리가 있나?

권하윤은 두피가 찌근거렸지만 감히 표정으로 고통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오히려 나른한 목소리로 민도준의 비위를 맞췄다.

“제가 무슨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그래요? 매일 도준 씨랑 같이 있고 싶다면 모를까.”

“아아- 아파요-”

갑자기 힘이 실린 민도준의 손에 고개가 완전히 뒤로 젖힌 찰나 권하윤은 참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녀를 그렇게 만든 당사자는 동작과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오호, 내가 그렇게 좋아?”

머리채가 잡힌 권하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비아냥 섞인 민도준의 눈빛을 억지로 바라봐야만 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자 그녀는 오히려 민도준에게 바싹 붙으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제가 도준 씨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모르는 거 아니잖아요?”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분명 보기에는 부드럽기만 데 어쩜 이렇게 가시가 돋쳤을까?’

맨 처음 손에 잡았을 때는 몰랐는데 살 깊숙이 찔리고 나서야 그는 권하윤이 그렇게 고분고분하고 착한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너무 오래 지속된 적막에 권하윤이 속으로 중얼대고 있을 때 그녀의 허리를 감쌌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

권하윤을 힘으로 눌러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틈이 없을 정도로 바싹 붙고 나서야 민도준은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당연히 알지. 내가 어떻게 모르겠어?”

의미심장한 말에 권하윤은 찔리기라도 하는 듯 움찔하더니 도저히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민도준을 힐끗 보며 맞장구쳤다.

“안다니 다행이네요.”

이런 일이 있고 나자 민도준이 떠난 뒤 권하윤은 성은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고이 마음속에 접어두었다.

어떻게 해야 성은우와 연락할 수 있는지 아는 건 둘째 치고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그러느냐던 민도준의 말에 겁을 먹은 이유가 더욱 컸다.

하지만 텅 빈 방을 둘러보다 보니 아직 그에게 고맙다는 말도 심지어 잘 가라는 인사도 건네지 못했다는 게 생각났다.

여러 가지 이유로 권하윤은 당시 도망칠 때 성은우에게 미리 알리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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