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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거기서 기다려

그 시각, 다시 병실 앞 의자에 앉은 권하윤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쓸어내리며 비상 계단 쪽을 힐끗거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방금 있었던 상황을 상세하게 적어 민도준에게 보내고는 또 한마디를 보충했다.

[아까 샌드위치를 잘못 전해줬어요. 그건 제가 먹던 거예요. 새건 저한테 있거든요.]

하지만 반나절이나 기다렸지만 민도준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한참 동안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비상 계단 쪽 문이 열렸다.

그 순간 권하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눈길이 민도준에게 쏠렸다.

식구들은 하나같이 민상철이 민도준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지, 후계 문제와 관련이 있을지 생각하기 바빴다.

하지만 묻고 싶은 사람들은 민도준과 친분이 없어 감히 묻지 못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와 말도 섞기 싫어 피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이상하리만치 가라앉았다.

민도준은 그런 시선에 익숙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들을 지나쳐 권하윤 앞에 멈춰 섰다.

갑자기 자기 쪽에 드리운 그림자 때문에 권하윤은 머리가 찌근거려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의 뜬금없는 행동 때문에 사람들의 눈빛은 모두 자기한테 쏠리자 권하윤은 쓰러진 척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그때 민도준이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를 불렀다.

“제수씨.”

“네, 민 사장님.”

권하윤은 표정이 굳은 채로 벌떡 일어서며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옅은 화장은 창백해진 그녀의 낯빛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촉촉하게 젖어 든 눈망울을 들어 올린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가엾었다.

당장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권하윤의 반응에 민도준은 턱을 슬쩍 들며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명령했다.

“먹을 것 좀 줘 봐.”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민도준이 가리키는 방향을 본 권하윤은 그제야 채 나눠주지 못한 도시락이 모두 그녀의 뒤에 있는 창틀 위에 놓여있다는 걸 발견했다.

반쯤 날아갔던 영혼을 다시 잡아들인 권하윤은 얼른 일어나 도시락이 담긴 주머니를 들추며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물었다.

“뭘 드실래요?”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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