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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권희연의 부탁

민도준의 말에 권하윤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일순 굳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갖고 싶은 거라니요. 전 그저 도준 씨를 잘 모시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잖아요.”

민도준의 잇새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힘 있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꾹 눌렀다.

“갈게.”

그가 떠난 뒤 권하윤은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로건은 역시나 그녀를 기다리며 목도리를 뜨고 있었다.

그의 실력은 전보다 많이 향상했다. 디테일한 부분은 여전히 투박했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모양은 얼추 갖췄다.

문제는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자가 얌전하게 앉아 뜨개질을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이질적이라는 거다.

심지어 보통 크기의 뜨개바늘이 그의 손에 들려있자 순간 이쑤시개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을 빚어냈다.

그러던 그때 아래층으로 내려온 권하윤을 본 로건은 채 완성하지 못한 목도리를 어깨에 걸치더니 벌떡 일어났다.

“권하윤 씨.”

“오래 기다렸죠? 가요.”

그의 인사에 권하윤은 예의 있는 미소를 지었다.

…….

권하윤이 집에 거의 도착하려던 그때 갑자기 권희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희연 언니?’

“여보세요?”

“하윤아, 지금 전화 받을 수 있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권희연의 목소리는 약간 갈라졌지만 여전히 부드러웠다.

“응, 무슨 일이야?”

“그게, 혹시 지금 스틱스로 와줄 수 있어?”

“응, 알았어. 바로 갈게.”

권희연은 진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상 결코 남에게 뭔가를 부탁할 성격이 아니었기에 권하윤은 상세한 내막을 듣기도 전에 바로 승낙했다.

이윽고 전화를 끊은 그녀는 곧바로 로건을 바라봤다.

“죄송한데 혹시 스틱스로 데려다 줄 수 있어요?”

“그래요.”

옆에서 권하윤의 통화 내용을 어느 정도 들은 로건은 권희연을 데리러 간다는 사실에 이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거의 완성되어 가는 목도리의 마무리 작업을 권희연에게 부탁할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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