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이고도 번거로운 장식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움만 더해 권하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묶어뒀다.도망치려다가 실패한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풀어 헤쳤다.“급할 거 없어. 하나씩 하면 되지.”그리고 그의 말과 동시에 찌릿한 감각이 권하윤의 등골을 따라 기어올랐다.도망치지 못 할 거란 걸 인지한 순간 권하윤은 오히려 자신을 놔버렸다.어찌 됐든 오늘 밤은 원래 민도준에게 맞춰주려고 했었으니까.이에 그녀는 발을 들어 민도준을 쿡쿡 질러댔다.“그래요. 그럼 어디 힘내봐요.”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잠시 멈칫하던 민도준은 이내 피식 웃었다.“뭐야? 오늘은 아예 막 나가겠다는 건가?”“왜요? 이런 거 안 좋아해요?”“당연히 좋아하지.”욕망 섞인 목소리가 남자의 다부진 몸과 함께 그녀를 짓눌렀다.“아주 껌뻑 죽어.”“…….”적장 죽을 뻔한 건 오히려 권하윤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예전과 달리 피곤하다고 바로 늘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민도준의 비위를 맞췄고 스스로 학습했던 걸 직접 시연했다.물론 처음인지라 서툴고 어색했지만 민도준은 인내심 있게 그녀에게 맞춰주는 것도 모자라 기다려 주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가끔 답답하다 싶을 때에만 그녀를 도와줬다.민도준에게 이끌려 깨끗이 씻겨지고 나서 침대로 돌아왔을 때 권하윤의 의식은 이미 몽롱해 있었다.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지만 긴장감을 한치도 늦추지 않았다. 이윽고 그루밍하는 새끼 고양이마냥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늘 만족했어요?”이미 졸릴 대로 졸려 눈꺼풀을 들지도 못하면서 그의 의견을 묻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더니 그녀의 젖은 머리를 살살 문질렀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억양으로 입을 열었다.“만족했어.”남자의 대답에 목적을 달성했다고 여긴 권하윤은 끝내 눈을 스르르 감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만족했다니 됐어요.”이건 그녀가 민도준에게 보상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앞으로 그녀가 해야 할 일과 자신
민도준의 말에 권하윤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일순 굳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갖고 싶은 거라니요. 전 그저 도준 씨를 잘 모시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잖아요.”민도준의 잇새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힘 있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꾹 눌렀다.“갈게.”그가 떠난 뒤 권하윤은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로건은 역시나 그녀를 기다리며 목도리를 뜨고 있었다.그의 실력은 전보다 많이 향상했다. 디테일한 부분은 여전히 투박했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모양은 얼추 갖췄다.문제는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자가 얌전하게 앉아 뜨개질을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이질적이라는 거다.심지어 보통 크기의 뜨개바늘이 그의 손에 들려있자 순간 이쑤시개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을 빚어냈다. 그러던 그때 아래층으로 내려온 권하윤을 본 로건은 채 완성하지 못한 목도리를 어깨에 걸치더니 벌떡 일어났다.“권하윤 씨.”“오래 기다렸죠? 가요.”그의 인사에 권하윤은 예의 있는 미소를 지었다.…….권하윤이 집에 거의 도착하려던 그때 갑자기 권희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희연 언니?’“여보세요?”“하윤아, 지금 전화 받을 수 있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권희연의 목소리는 약간 갈라졌지만 여전히 부드러웠다.“응, 무슨 일이야?”“그게, 혹시 지금 스틱스로 와줄 수 있어?”“응, 알았어. 바로 갈게.”권희연은 진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상 결코 남에게 뭔가를 부탁할 성격이 아니었기에 권하윤은 상세한 내막을 듣기도 전에 바로 승낙했다.이윽고 전화를 끊은 그녀는 곧바로 로건을 바라봤다.“죄송한데 혹시 스틱스로 데려다 줄 수 있어요?”“그래요.”옆에서 권하윤의 통화 내용을 어느 정도 들은 로건은 권희연을 데리러 간다는 사실에 이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그러면서 속으로는 거의 완성되어 가는 목도리의 마무리 작업을 권희연에게 부탁할 생각을
가슴을 파고드는 불안감에 의사의 진찰이 시작되기 전 권하윤은 로건을 먼저 다른 곳으로 보냈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관절부분의 연골이 손상되고 은밀한 부분이 찢겼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정오가 다 되었을 때 깨어난 권희연에 옆에서 지키고 있던 권하윤은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희연 언니, 정신 들어? 어디 불편한 곳 있어?”근심 어린 권하윤의 표정을 보는 순간 권희연은 가슴 속에 따뜻한 물결이 흘러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병원에 데려다줘서 고마워.”“의사 선생님이 언니더러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 스틱스에서 혹시…….”“걱정할 거 없어. 그저 집안에 도움 되고 싶었을 뿐이니까.”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권하윤에 반해 권희연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그녀의 말에 권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하려던 말을 내뱉었다.“그래도 언니 몸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되지!”“하윤아, 어머니가 혼자 우리 가문 지탱하는 거 쉬운 일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는 제멋대로 굴면 안 되지.”권희연의 부드러운 말에 권하윤은 숨이 턱 막혀왔다.이런 방면에서 그녀도 사실은 권희연과 비슷했다.그녀는 가족을 위해 권미란에게 묶인 채로 민씨 집안 예비 며느리로 살아가고 있고 권희연은 집안 교육을 받으며 가문을 위해 희생하고 있으니 말이다.권씨 가문이 존재하는 한 두 사람은 권씨 집안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스스로 도구가 되는 걸 자초해야 했다.그러던 그때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권하윤의 뇌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병실 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희연 언니, 언니가 가문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어. 그런데 가문의 미래를 집안 여자들로 맞바꿔서는 안 되지. 언니는 변하고 싶다는 생각 한 적 없어?”그녀의 말에 권희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하윤아,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어머니를 어떻게 거역해? 내가
로건의 고집에 권하윤은 순간 말을 잃었다.하지만 그녀는 병실을 힐끗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면 저 어디 잠깐 다녀올 테니까 여기서 희연 언니 돌봐줄래요?”그녀의 말에 로건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민 사장님이 나더러 여기 남아서 하윤 씨 도와주라고 했는데. 그런데 희연 씨는 하윤 씨 언니니까 희연 씨 돌봐주는 건 하윤 씨 도와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잠깐 새에 생각을 정리한 로건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털 뭉치를 손에 들고 병실로 들어가는 로건의 뒷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문틈 사이로 언뜻 보이는 권희연을 향해 두 손을 모은 채로 중얼거렸다.‘언니, 미안해!’권하윤은 이 기회에 로건을 따돌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병실에 있는 두 사람 모두 식사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내 몸을 돌려 병원 부근의 먹거리 골목으로 향했다.병원 주위를 한참 맴돌던 그녀는 깔끔해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 주소를 불렀다. 그러고는 로건이 따라오기라도 할까 봐 이내 자리를 떴다.권하윤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쯤이었다. 하지만 택시에서 내린 순간 그녀는 주위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역시나 택시가 후미등을 깜빡이며 멀리 사라진 순간 등 뒤에서 손 하나가 나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읍-”권하윤은 몇 번 발버둥 쳤지만 이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그 시각, 길 건너편에서 그녀가 검은 차에 실려 가는 걸 본 케빈은 이내 어디론가 전화했다.“아가씨, 권하윤 씨가 방금 끌려갔습니다.”“…….”권하윤이 깨어났을 때 손발은 의자 뒤에 묶여있었고 주위는 캄캄했다.환경 때문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어둠에 적응하고 나서야 앞에 웬 사람이 서 있다는 걸 느꼈다.게다가 그 사람은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다.권하윤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안은 이내 밝아졌다.하지만 켜진 건 천장에 있는 등이 아니라 플로어 램프였다. 심지어 전등
손뼉 소리에 경호원 몇 명이 다가오자 공아름은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권씨 집안 여자들은 명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던데 내가 영상 제대로 찍어 인터넷에 뿌려줄게. 앞으로 권씨 가문이 어떻게 머리를 들고 다니는지 두고 보자고!”그녀가 말하는 사이 카메라 세팅은 어느새 끝났다.그들의 동작을 보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점점 닥쳐오는 위기감에 민시영이 아직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까 봐 걱정하던 찰나 갑자기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시영 아가씨!”“무슨 일이야?”“민 사장님이 오셨습니다!”민도준의 이름을 듣자 걱정하고 있던 권하윤은 겨우 안심했다.하지만 그에 반해 공아름은 몇 초간 멍해 있더니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권하윤을 바라봤다. 그리고 권하윤의 얼굴에 드리운 안도감을 보는 순간 바로 폭발했다.“도준 씨가 왔다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꿈 깨!”그때 젊은 경호원 하나가 참지 못하고 그녀를 설득했다.“민 사장님은 분명 소식을 듣고 왔을 겁니다. 만약 이 모습을 보게 되면…… 아가씨한테 불리합니다…….”경호원은 얼굴을 가린 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그러자 공아름은 사악한 눈빛으로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익숙한 이름 하나를 내뱉었다.“문태훈!”그제야 권하윤은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문태훈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를 아예 모르는 척 지나치더니 공아름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아가씨.”“저년 치워버려.”명령을 한 공아름은 권하윤에게 더 이상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하이힐을 도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왜냐하면 그녀는 이 말을 하는 순간 권하윤의 이름을 본인의 사전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경호원들도 자연스레 공아름을 따라 떠나는 바람에 텅 빈 공간에는 문태훈과 권하윤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낯익은 “지인”과 마주했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문태훈은 핍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그녀와 손을 잡았던 것이기에 그녀를 제거할 수 있는 이 기회를
공아름이 거실에 도착했을 때 민도준은 그 안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다리를 꼰 채 유유자적한 모습을 한 그에게서 절박함이라고는 찾을 수조차 없었다.심지어 공아름조차 그가 권하윤을 찾아온 게 맞는지 알 수 없어 아예 그의 앞에 앉더니 여상스럽게 입을 열었다.“민도준 씨가 여긴 웬일이죠? 진작 온다고 말했으면 도준 씨가 즐겨 먹는 음식이라도 차리는 건데.”민도준은 그녀의 반응에 컵을 움켜쥐며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이미 준비했잖아요. 제가 요즘 우리 제수씨 즐겨 먹는 줄 알고 직접 준비까지 해주고.”지나치게 직설적인 말에 공아름은 한 맺힌 듯한 표정조차 숨기지 못했다.“농담이 지나치네요. 영광스러운 일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 알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공아름은 민도준 본인보다 그의 명성에 더 신경 썼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그와 결혼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입에 이상한 말로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으니까.하지만 민도준은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오히려 더욱 황당한 말을 늘어놓았다.“농담? 내가 농담하는 거로 보여요? 뭐, 어찌 됐든 나 배고플 때 인내심이 없는 편이라서 지금 당장 우리 제수씨 내 앞으로 데려왔으면 좋겠는데.”“민도준 씨!”화가 난 공아름은 펄쩍 뛰며 일어났다.“당신 정말 미쳤어!”“내가 미쳤다고?”민도준은 순간 손에 쥔 찻잔을 테이블에 내리치더니 유리조각을 잡아 공아름의 얼굴에 눌렀다.이윽고 그녀의 머리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면서 당장이라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두피째 뽑아버릴 듯 잡아당겼다.그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경호원들이 다가왔지만 민도준의 서늘한 눈빛에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민 사장님은 우리 가주님과 친분 있는 사이 아니십니까? 아름 아가씨를…… 다치게 하면 안 됩니다.”경호원의 목소리는 땅으로 꺼지기라도 할 듯 점점 기어들어 갔다.“그래? 이건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거 아닌가?”이에 민도준은 공아름을 다시 보더니 그녀의 머리채를 더 세게 잡
경호원들은 문태훈이 민도준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그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제수씨를 죽이려 하는 모습을 보자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민 사장님 오셨습니다! 당장 멈추세요!”급한 나머지 뱉어낸 한마디가 문태훈의 정신을 다시 현실로 끌어 내왔다. 이윽고 그는 벼락 맞은 듯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아니나 다를까 민도준은 그의 뒤에서 서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염라대왕보다도 더 섬뜩했다.“참 공교롭네. 여기서 또 보다니.”문태훈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트리더니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민…… 민 사장님, 저 안 했어요. 아니에요…….”그는 피와 식은땀이 한데 섞여 주르륵 내려와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두 눈은 여전히 겁에 질린 채 뚜벅뚜벅 다가오는 민도준을 바라봤다.그때 그의 앞에 다다른 민도준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더니 섬뜩한 곡선으로 입꼬리를 비틀었다.“눈은 또 왜 다쳤어요? 이대로 놔두면 영영 앞을 못 보게 되면 어쩌려고.”“걱,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전, 전 괜찮습니다…….”“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고쳐드릴 테니까.”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태훈의 눈앞은 핏빛으로 물들었다.“아!”심지어 눈을 파고드는 소리마저 귓가에 전해졌다.이윽고 민도준이 칼을 뽑는 순간 그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눈앞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모습에 주위는 순간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일부 겁많은 경호원들은 자기가 다음 타깃이라도 될까 봐 슬금슬금 뒷걸음쳐 댔다.벽에 기대어 있던 권하윤마저 그 모습에 연기로 쥐어짜 낸 공포가 아닌 진짜 공포를 느꼈다.그녀는 손에 칼을 든 채 자기에게로 가까워져 오는 민도준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뒤로 몸을 움츠러뜨렸다.진짜 위험한 순간은 지금부터였다.‘안 돼. 겁먹으면 안 돼.”“민 사장님…….”권하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들이쉬더니 가련한 목소리로 민도준을 불렀다.헝클어진 머리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은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더욱 불쌍하게 비쳤다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의 눈에 고개를 숙인 채 속삭이는 민도준의 모습은 마치 권하윤을 달래는 것처럼 비쳤다. 연이은 충격에 어안이 벙벙해진 그들은 순간 공포에 몸을 떨었다.이윽고 그들은 몸을 뒤로 움츠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일은 역시나 그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민도준은 품에 권하윤을 안은 채 눈꺼풀을 들더니 아리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구경 다 했으면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그의 말 한마디에 경호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를 악물고는 몸에 지니고 있던 칼로 자기 다리를 찔렀다.그제야 민도준은 만족한 듯 표정을 풀었다.“너희 아가씨를 모시고 해원으로 돌아가.”‘어…… 아마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을 텐데.’민도준은 그들의 난처함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한마디를 더 보충했다.“아니면 내가 직접 보내줄까?”보낸다는 목적지가 해원인지 아니면 지옥인지 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경호원들은 일제히 몸을 떨며 확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닙니다!”그 순간 민도준의 품을 파고들던 머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는 권하윤의 가상한 노력에 민도준은 눈을 가늘게 접었다.‘하, 곧 죽을 거면서 아직도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다니.’이윽고 그는 권하윤을 둘러맨 채 밖으로 나갔다.“아-”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권하윤은 괴로워서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어깨 위에서 편안한 지세로 몸을 틀었다.이윽고 두 사람은 곧장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민도준에게 고마움을 표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공아름과 마주쳤다.치료도 하지 않은 그녀의 얼굴에는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상처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오롯이 민도준 어깨에 매댈려 있는 권하윤에게로 향했다.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권하윤은 아마 백번은 더 죽었을 거다.불편함에 권하윤은 민도준한테서 떨어지려고 몸을 버둥댔다. 하지만 그녀를 잡고 있던 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