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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지나치다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또 그녀에게 따라붙은 민승현이었다.

기세등등한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에게 또 시비를 걸려고 찾아온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권하윤은 그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저 민도준과의 약속 시간을 어길까 봐 걱정될 뿐.

그러던 그때 민승현이 눈 깜짝할 새로 그녀의 눈앞까지 다가오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을 입 밖에 꺼냈다.

“네가 엄마한테 쓸데없는 말 지껄였어?”

권하윤은 그제야 일전에 강수연 앞에서 민승현이 그쪽 방면이 안 된다고 말했던 게 생각했다.

하지만 민승현의 끈질긴 물음에도 그녀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의아해했다.

“내가 뭘 말했다는 거야?”

“그러면 엄마가 왜 갑자기 나더러 집에 자주 들어가라고 잔소리하는데?”

민승현은 강민정에게 상처를 받은 뒤로 매일매일 각종 술집을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강수연은 지금껏 눈을 감아줬었지만 오늘은 갑자기 잔소리를 늘여놓으며 그더러 집으로 돌아와서 살라고 한 것이다.

방금 전 어머니의 말투를 떠올리자 민승현은 그 화살은 자연스레 권하윤에게로 돌렸다.

하지만 그의 말에 권하윤은 오히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보아하니 어머님께서 아들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으니 나도 연기력 한 번 펼쳐 봐야겠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이내 눈을 굴리더니 당연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그저 어머님께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어서 살짝 말했을 뿐이야!”

“손주? 너처럼 천한 년이 내 아이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가 배척하면 배척할수록 권하윤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어졌다.

“할아버님도 건강이 안 좋으신데 네 앞날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배척하면 안 되지 않아? 아니면 요 며칠만 집에서 지내. 내가 임신만 하면 네가 어디를 가든 잡지 않을 테니까.”

마치 자기를 도구로 생각한다는 듯한 권하윤의 말투에 그녀를 보는 민승현의 눈빛에는 혐오가 가득 찼다.

“꿈 깨! 난 절대 집에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너도 애 가질 거라고 꿈도 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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