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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병원 앞 정원에 앉은 민시영의 얼굴에 마침 나무 그늘이 드리워 표정이 희미해졌다.

“할아버지가 알아누웠으니 숙부님들도 뒤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거예요. 그러니 우리한테도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만약 이번에도 제가 회사 일에 참여하지 못하면 아마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지 몰라요.”

권하윤은 손을 슬쩍 빼면서 되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하윤 씨, 듣기로 이번에 리조트에서 도준 오빠와 공씨 가문 간부들 사이에 모순이 생겼다고 하던데 이 기회에 하윤 씨가 오빠를 부추기면 합작 건을 취소할지도 몰라요.”

권하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민시영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 혹시 공아름 씨한테 저와 민 사장님 사이를 흘려 공아름 씨가 저한테 손을 대게 해 민 사장님 화를 돋우겠다는 뜻인가요? 그러면 공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공아름 씨 편을 들게 될 테니 자연스레 합작 건이 무산될 수 있게요?”

민시영은 싸늘해진 권하윤의 눈빛에 잠시 멈칫하더니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죄송해요. 아름이가 이번에 그런 계획을 세운 걸 사실 알고도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어요. 솔직히 도준 오빠가 어떻게까지 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그런데 하윤 씨가 무사히 리조트를 빠져 나왔으니 오빠가 하윤 씨를 절대 위험하게 두지 않는다는 반증이잖아요.”

솔직한 고백에 권하윤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민시영의 이번 행동은 솔직히 인정 없는 처사였지만 그녀와 민시영은 인정을 따질 사이는 아니다. 어쨌든 그녀도 민시영한테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놓은 건 아니니까.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에게는 공씨 가문 가주가 경성에 오는 걸 막아야 하는 공동 목표가 있다는 거다.

하지만 민도준이 자기를 위해 도둑놈처럼 이리저리 창을 넘고 다녔던 걸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속은 이상한 물결이 일었다.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보고해주고 있는데 그녀는 뒤에서 잔꾀나 부리고 있으니, 만약 이 모든 걸 들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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