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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시를 읊다

늦은 밤.

단독 별장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역시나 그곳에서 공아름과 마주쳤다.

바쁜 일로 리조트를 떠났다던 그녀는 민도준에게 배정된 별장의 거실에 앉아 밤을 새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가볍게 무시했다. 이미 충분히 즐기고 온 그는 무척 상쾌했는지 눈에는 지금까지 본 날카로움 대신 나른함만 남아 있었다.

“도준 씨!”

그가 자기를 무시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자 공아름은 그의 앞으로 달려가 막아섰다.

“왜 그랬어요?”

마음속에 담아뒀던 수많은 말들 대신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건 원망이 담긴 한마디였다.

‘왜 나한테 이렇게 대해요?’

분명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 그를 너무 사랑해서 먼 경성까지 쫓아와 마음을 내보이는 걸 알면서 민도준은 그녀를 무시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했다.

심지어 약 때문에 괴로우면서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가 대체 왜 이러는지 그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단을 밟으려고 발을 들어 올리던 찰나 공아름의 말을 들은 민도준은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왜냐고요? 이유야 많죠. 그런데 말하기 귀찮으니 직접 생각해요.”

말을 마친 그는 미련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도준 씨…… 민도준!”

당장이라도 자지러질 정도로 내지른 고함은 어두운 밤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소리쳐도 민도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미친 듯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을 쓸어버리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켜져 있는 핸드폰 안에는 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었는데 민도준이 주다현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문틈 사이로 섹시한 잠옷을 입고 있는 주다현의 모습까지 언뜻 보였다.

그리고 방문이 다시 열렸을 때 민도준은 손에 들고 있던 외투를 몸에 걸치며 나왔다. 그 동작 때문에 슬쩍 말려 올라간 셔츠 아래에는 붉은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이 있는 게 보였다.

사실 그녀는 민도준과 권하윤의 관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거였다.

두 사람이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약 때문에 괴로울 때 민도준은 당연히 권하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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