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77화 살아계셨으면 좋아했을 거야

허둥지둥 일어서는 권하윤과 달리 민도준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구경꾼 모드로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의 그런 시선에 마음이 찔린 권하윤은 어색함을 없애려고 입을 열었다.

“저 여기 있는 건 언제 알았어요?”

민도준은 대답 대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에 떨어진 나뭇잎을 떼어내고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쿡쿡 찔러댔다.

“도망치긴 뭘 도망쳐? 여기 위험한 곳인 거 몰라서 그래? 여기는 하윤 씨처럼 앞뒤가 다른 여우 같은 사람만 잡아먹는 곳이라고.”

그의 말에 오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권하윤은 그의 손을 잡으며 애교부리는 듯 흔들어 댔다.

“도준 씨가 있잖아요.”

민도준은 나지막하게 웃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 그렇게 믿다간 더 빨리 죽을 수 있어”

권하윤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물었다.

“참, 근데 왜 여기 있어요?”

마당은 텅 비어 있어 사람 사는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도준은 권하윤의 손을 집은 채 안으로 들어가며 턱으로 방 안을 가리켰다.

“여기 북쪽 별채야. 내가 자란 곳.”

민씨 저택은 본채를 중심으로 그 주위에 남북 두 별채가 있고 매원, 난원, 죽원, 국원 네 별원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민도준의 가족이 여기에 살았다는 걸 보면 그의 가족 또한 가문의 중시를 받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한 곳을 보자 권하윤은 조심스럽게 민도준을 바라봤다.

“혹시 어머님 아버님께서 곧 돌아오실 거라는 것 때문에 여기 온 거였어요?”

숙부님 숙모님 대신 부른 친근한 호칭에 민도준의 눈가에 웃음기가 더해졌다.

그나마 순종적인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그녀를 끌어안은 채 먼지가 가득한 소파 위에 털썩 앉았다.

“두 분 살아계셨으면 하윤 씨 좋아했을 텐데.”

소파를 닦고 앉자고 말하려던 권하윤의 그의 말에 어리둥절해져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괜히 부끄러운지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중얼거렸다.

“무슨 그런 말을.”

“하윤 씨야말로 무슨 생각 하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