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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무릎 꿇은 자세 괜찮네

아무 기척도 내지 않은 권하윤은 놀란 듯 몸을 바닥에 더욱 엎드린 채 그대로 굳어있었다.

하지만 경각심이 높은 케빈은 그녀가 숨은 곳으로 점점 다가왔다.

“누구야?”

나지막한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 황량한 정원에서 유난히 음산하게 들려왔다.

갑자기 느낀 불안감에 권하윤이 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케빈은 허리춤에서 말없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햇빛에 싸늘한 빛을 반짝이는 날카로운 물체를 본 순간 권하윤은 앞으로 내디디려던 발을 다시 뒤로 뺐다.

‘아무리 누군가 있다는 의심이 들어도 칼부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아니면 설마 무슨 들키지말하야 할 비밀이라도 있나?’

위험을 깨달은 권하윤은 숨을 죽인 채 벽에 바싹 붙어 케빈이 정원 안으로 발을 들이지 말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케빈이 시선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건 그가 이미 정원 문 앞에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권하윤은 나무 그늘 아래에 몸을 움츠린 채 숨었다.

‘어떡하지? 이대로 계속 숨어야 하나? 아니면 저 사람이 부주의한 틈을 타 도망쳐야 하나?’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충 닫힌 정원 문이 열리더니 커다란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웠다.

그리고 잠시 멈추더니 그 그림자는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점차 가까워졌다.

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권하윤은 발끝의 방향을 슬금슬금 돌리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누가 감히 내 낮잠을 방해해?”

그때 정원에 갑자기 나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권하윤은 하마터면 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앉을 뻔했지만 이내 자세를 잡으며 쪼그려 앉았다.

나무에 시선이 가려진 그녀는 케빈이 등 뒤로 손을 숨기며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민 사장님.”

곧바로 예의를 갖춘 말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눈에 뵈는 것 없는 듯한 민도준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왜? 시영이한테 버림받아서 나한테 와서 행패라도 부리나?”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그저 주위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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