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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1화 슬픈 멜로디(80)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은지는 불을 켰다. 불을 켜자, 준호의 화난 얼굴이 보였다.

은지의 미간이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전기충격기를 내려놓았다.

“왔어?”

은지의 반응이 너무 밋밋했다. 잡힐 데 대한 두려움도, 준호를 본 기쁨도, 죽음으로 위장한 것이 들킨 켕김도 없었다.

준호는 은지의 손목을 꼭 잡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은지를 위, 아래로 끊임없이 훑어보았다. 준호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눈앞의 여자가 정말 은지인지 확인했다.

준호 인상 속의 은지는 항상 예쁘게 꾸미고 있었고 잘 가꾼 머리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드레스에는 주름이 하나도 없었고 몸에 딱 붙어 은지의 몸매가 잘 드러났다. 심지어 잠옷도 비단으로 된 예쁜 잠옷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은지는 턱까지 오는 짧은 머리에 면으로 된 브라운 색에, 아무 무늬가 없는 잠옷을 입고 있었다. 미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함만 강조한 그런 잠옷 말이다.

은지는 전에는 만지면 뼈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 살이 찐 것 같았다.

그녀는 엄청 많이 달라졌지만, 두 눈은 여전히 잔잔한 호수처럼 변화가 없었다.

표출할 수 없는 정서가 홍수처럼 몰려왔고 준호는 은지가 또 도망갈까 봐 그녀의 손목을 꼭 잡고 있었다.

준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고은지, 너 담 진짜 크네?”

준호에게 잡혔으니, 은지도 발버둥 칠 이유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

말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준호는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한참 뒤에서야 드디어 한마디 했다.

“내가 너 얼마나 오래 찾았는지 알아?”

은지는 달력을 보고 대답했다.

“두 달 좀 넘었나? 아니면 확실한 날짜를 알고 싶어?”

은지가 준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자, 준호는 강아지에게 말하고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준호는 드디어 진정했다. 그는 은지를 찾았으니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천천히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랑 갈래, 아니면 짐 정리하고 갈래?”

“네가 네 아버지를 위해 날 죽일 건지, 아니면 날 안 죽일 건지에 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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