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그림자가 완전히 합쳐지자, 은지의 등이 준호에 의해 뜨거워졌다.은지는 입으려던 잠옷을 바로 입지 않고 조용히 준호의 숨소리를 들었다.준호는 은지의 어깨를 잡고 자기 쪽으로 돌렸다. 준호는 어깨로부터 그녀의 목을 잡았지만 힘을 쓰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쇄골을 따라 그녀의 가슴 쪽에 멈췄다.“고은지, 너 감정이 있는 사람이야?”준호는 여러 번 은지에게 이렇게 물어봤었다. 그러나 준호는 분명 은지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마음을 독하게 먹었는지 알 수 없었다.은지는 준호가 누른 곳을 바라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준호는 갑자기 은지의 얼굴을 꽉 쥐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은지, 네 마음에 내가 있었던 적은 있어? 네가 죽일 사람이 우리 아버지여서, 나 때문에 한순간이라도 마음 약해진 적 있냐고?”은지는 준호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없어.”은지가 몇 년 동안 곽도원의 취향을 조사해서 자신을 그렇게 꾸미고 매 하나의 부분까지 계획했는데, 그 누구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리고 은지가 곽씨 저택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한차례 살인 게임 같았다. 준호는 은지가 이 게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일 뿐이었다.게임 중의 인물을 위해 곧 성공하는 게임을 포기할 수 있을까?은지는 그렇지 않았다.은지의 인생은 곽씨 저택에서 벗어난 뒤부터 시작이었다. 이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은지는 곽씨 저택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은지의 대답을 들은 준호는 입술을 물었다.“그렇구나.”‘날 정말 신경 썼다면 그렇게 죽음으로 위장해서 도망치지 않았겠지. 내가 힘들게 찾아왔을 때, 연기하면서 그렇게 도망치지 않았겠지.’준호는 은지를 금방 찾았을 때의 뜨거웠던 감정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준호는 차갑게 은지를 바라보았다.“너한테 아무런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건데. 넌 심장도 없고, 감정도 없는 독뱀이야. 난 네가 한평생 네 독한 마음에 속죄했으면 좋겠어!”준호는 말하자마자 은지를 침대에 던져버리고 모질게
희현이 물을 떠서 은지에게 주었는데, 물을 받는 은지의 손목에 졸린 흔적이 나 있어, 희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따.“언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진짜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은지는 물을 반 컵 마시고 입을 열었다.“괜찮아, 어제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 거라.”“네?”희현이 깜짝 놀랐다.“그 사람이 언니한테 이런 거예요?”“응.”희현은 태양혈을 누르며 말했다.“아니, 잠시만요. 언니가 전에 그 사람 아버지 죽였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응.”“그 사람이 언니를 계속 찾아다녔고요?”“응.”“언니를 찾은 뒤에 경찰에 신고한 게 아니라 언니랑...?”희현의 시선이 수갑으로 갔다.“코스프레?”“응.”희현은 전에 연예계에서 이상한 것을 자주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은 너무 충격적이었다.그러나 희현은 자신이 신고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현이 신고해서 준호를 잡으면 준호가 신고해서 은지를 데려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이때 희현이 다리를 ‘탁’ 치면서 말했다.“아직 안 왔으니까 빨리 도망쳐요!”그러나 은지의 손이 아직 침대에 묶여 있어 아무리 당겨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때 희현이 탁자 위에 놓인 머리핀을 보고 말했다.“제가 전에 드라마를 찍을 때, 이런 수갑에 철사를 넣어서 돌리면 열렸어요.”몇 분 후, 희현이 아무리 시도했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었다.희현이 수갑을 이용해서 찍었던 드라마가 또 있나지 하고 생각하던 참에 문이 다시 열렸다.준호가 아침밥을 들고 왔고 희현이 있는 것을 보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누가 너 보고 들어오래?”“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만?”“희현아.”은지는 준호와 눈이 마주치고는 담담히 말했다.“이 가게 너한테 맡길 테니까 얼른 나가.”희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준호의 손에 들린 아침밥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희현이 가게에서 나간 뒤,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자기 아버지 죽인 사람을 위해 아침밥을 산다고? 무슨 일이래?”...위층에서 준호가
준호가 화를 내며 은지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봤을 때, 그곳은 개찰구였다.은지는 버스를 가리키며 말했다.“차 왔어.”준호는 조금 머쓱했다.차에 탄 뒤, 은지는 자각적으로 안에 앉았다.이곳의 버스는 돈만 내면 탈 수 있었지만, 시내에서 기차표를 사려면 신분증이 필요했다.은지가 신분증을 꺼낼 때, 조심하지 않아 두 장을 꺼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준호의 표정이 변했다.꺼냈으니 다시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은지는 신분증 두 개를 모두 준호에게 내밀었다.“어느 거 쓰고 싶어?”...준호가 신분증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은지에게 놀림을 당했는지 생각하게 된 이유에서인지 그는 가는 내내 은지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차에 타서도 준호는 은지와 함께 앉지 않았고 맞은편에 앉았다. 준호의 얼굴에 화가 났다고 쓰여 있었다.그러나 은지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했고 은지가 간식을 사서 먹는 모습을 본 준호는 더 화가 나 보였다.이 기차에 사람이 많지 않아 자리가 많았지만, 한 중년 남자가 은지 옆에 와서 앉았다.“혹시 금호진에서 오신 거예요? 금호진 사람이세요?”“저도...!”말을 막 시작하려는데, 준호가 살기 넘치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비켜.”중년 남자는 비키려 하지 않고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여기 네 자리야?”“네.”은지는 준호의 살기 넘치는 시선을 보고 말했다.“저도 저 남자 겁니다.”중년 남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랑하는 사이면서 왜 같이 안 앉아서 사람 오해하게 해?”또 다른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준호는 은지 옆에 앉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전히 은지와 말을 하지 않았다....하루 종일 차를 타고 왔기에 남한성에 도착하자 이미 저녁이 되었다.준호가 남한성에 금방 왔을 때, 신옥영이 준호가 걱정되어 여기 별장을 인테리어 할 때 엄격하게 감독했고, 준호가 밥을 제때 안 먹을까 봐 집에 있던 도우미 두 명을 여기로 보냈다.그러나 준호가 평소에 계속 부대에서
도우미 권다라는 은지가 자기를 비웃는 줄 알고 화를 냈다.“그게 뭐 좋다고? 도련님께서 우리보고 너 지켜보라고 했잖아, 난 시시각각 널 지켜볼 거야! 경고하는데, 무슨 짓 벌일 생각하지 마!”은지는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럴 거면 내 옆에서 자지 그래?”“너!”다라는 화가 나 은지보고 기다리라고 한 뒤 다른 도우미 정소현을 찾으러 갔다.“엄마, 도련님께서 데리고 온 여자 돈 빚졌는데, 너무 당당해요. 엄마가 가서 도련님한테 좀 얘기해 봐요. 이런 여자를 도련님 옆방에서 재울 순 없어요. 혹시 무슨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떡해요?”정소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어이구, 도련님이 돈 빚졌다면 정말 빚진 줄 알아? 도련님께서 무슨 돈이 부족해서 그러겠어. 정말 돈을 받아내고 싶다면 경찰서에 보냈겠지, 집으로 데리고 오겠어? 들어올 때 도련님이 저 아가씨 트렁크 들어주고 옆방에서 재우는데, 무슨 사인지 모르겠어?”정소현의 말에 다라도 이상한 감을 느꼈다.정소현은 다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알았으면 저 아가씨한테 좀 잘해. 내가 너 도련님 좋아하는 거 아는데, 도련님은 곽씨 집안 도련님이야, 너처럼 보통 여자를 도련님이 좋아하시겠어?”다라는 기분이 나빴다.“엄마처럼 자기 자식 깔보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리고 도련님께서 자신에게 맞는 여자랑 만나면 모르겠어요. 저 여자도 보통 사람 아니에요? 왜 저 여자는 되고 저는 안 되는데요?”정소현이 웃었다.“딸아, 저 아가씨 어딜 봐서 보통 사람 같아? 저렇게 예쁘게 생겼으면 보통이 아닌 거야.”“근데...!”“됐어, 그만 해. 내가 너 보고 일 열심히 하라고 했지? 근데 네가 여기 와서 도우미를 꼭 하겠다면서 2년 낭비했잖아. 도련님께서 너 눈도 제대로 못 봤을 거다. 엄마 말 듣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정소현은 말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갔고 다라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화를 냈다.‘저 여자 딱 봐도 나이 많아 보이는구먼, 난 아직 젊으니까 해볼 만해!’다라는
다음날, 정소현이 은지를 깨우고 미안한 듯 말했다.“아가씨, 도련님께서 일어나서 아침 밥 차리래요.”간단하게 씻고 나서 정소현이 은지를 데리고 주방으로 갔다.“어제저녁에 식재료 다 준비해 두었으니까 바로 하시면 돼요.”은지는 무엇인가 떠오른 듯 정소현을 바라보았다.“권다라는요?”정소현이 다급히 대답했다.“어제 일은 이미 다 들었어요. 제가 다라 이모 불러서 애를 해성시로 돌려보내기로 했으니까, 저녁에 이모가 오면 바로 갈 겁니다. 제가 애를 너무 예쁘게 키워서 저래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그때 신옥영이 정소현보고 남한성 와서 노후 생활을 하라고 하면서 딸도 같이 가도 된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정소현은 엄청 미안하게 생각했다.아침 9시, 준호가 식탁에 앉아 1시간을 기다렸는데, 아침 식사가 준비되지 않았다.준호는 참지 못하고 사람을 불러오려고 했는데, 은지가 그릇을 들고 왔다.준호의 앞에 빵 하나와 죽 한 그릇이 놓였다.준호는 은지가 다른 것도 내오길 기다렸는데, 그녀가 바로 자리에 앉아버렸다.준호는 깜짝 놀랐다.“한 시간에 이것밖에 못 만들었어?”은지는 죽을 가리키며 말했다.“밥솥으로 죽 만드는 데 한 시간 걸렸어.”‘뭐야? 죽도 밥솥으로 했어?’준호는 은지가 만든 아침을 먹으면서 화를 참았다. 준호는 밥을 먹자마자 은지가 할 일을 찾았다.“가서 저택의 모든 방 다 청소해, 다른 사람이 도와줘서는 안 돼!”준호는 말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갔다.은지는 빵과 죽을 다 먹고 정소현을 바라보았다.“청소도구 어디 있어요?”청소기 소리가 저택에서 마구 울렸다.2층에 있던 준호는 은지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복잡했다.감정적으로 보면 준호는 은지를 좋아해서 몸과 마음이 다 은지와 가까워지고 한다.그러나 은지가 곽도원을 죽였다.준호는 어릴 때부터 신옥영의 고통을 느꼈기에, 은지와 이성희가 당한 일에 동정했다. 그러나 은지를 진정으로 용서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저녁에 친구들이 준호를 부축해서 왔다. 정소현은 준호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어머나, 왜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신 거지?”친구들도 술에 취해 정소현에게 준호 잘 챙겨달라고 부탁한 뒤, 서로한테 의지하면서 비틀거리며 갔다.정소현이 준호를 부축해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너무 무거워서 부축할 수 없었다. 정소현은 할 수 없이 은지를 찾으러 갔다.“아가씨, 도련님께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같이 부축해 주실 수 있을까요?”은지가 거실에 오자마자, 진한 술 냄새를 맡았다. 준호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조용히 소파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평소에 계속 부대에서 생활했기에 자세가 아주 반듯했다.은지는 엄청 날씬했지만 힘은 셌다. 은지가 도와주었기에 준호를 침대에 눕힐 수 있었다.정소현은 한숨을 돌렸다.“아가씨, 저는 가서 해장국 좀 끓여올 테니까, 아가씨께서 도련님 좀 봐주세요.”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정소현이 가고 은지는 서 있는 것이 힘들어 의자를 가져다가 앉았다.준호가 누운 지 얼마 안 되고부터 목 부분을 잡아당겼다. 숨을 쉬기 힘든 모양이었다.은지가 준호 옷의 단추를 두 개 풀어주고 다시 앉으려고 하는데, 준호가 은지의 손목을 잡았다.준호의 빛이 나는 눈을 보고 은지가 말했다.“단추 풀어주는 중이야.”“고은지?”“응.”준호는 은지가 옆에 있는 것을 보고 시름을 놓았지만, 손목은 놓지 않았다. “나 손목 아파.”준호는 은지의 다리를 베고 은지의 손을 잡아다가 자기 머리에 놓았다. 준호는 은지의 허리를 껴안았다.“고은지, 나 머리 아파.”술에 취해서인지 준호는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곽도원을 걸려들게 하기 위해 은지는 마사지하는 법을 전문적으로 배웠었다. 그래서 준호는 편한 듯 은지를 더욱 꽉 안았고 더운 숨을 은지의 배에 내뿜었다.은지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준호에게 마사지를 해주었다.준호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신 적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마셔 그는 지금 곽씨 저택으로 돌아
방에서 은지는 마사지를 다 해주고 준호의 머리를 옆으로 움직이려고 했는데, 준호가 은지를 더 꽉 안았고 은지의 품에 더 깊이 들어갔다. 준호는 머리를 은지의 어깨에 기대고 그녀의 목에 입맞춤했다.정소현이 해장국을 들고 들어오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고개를 돌렸다. 정소현은 해장국을 문 앞에 놓고 말했다.“아가씨, 해장국 다 됐어요.”은지는 준호에게 눌려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알겠어요. 제가 마시게 할 테니까 나가세요.”“네.”정소현이 문을 닫고 나갔다.은지가 일어나려고 했는데, 준호가 너무 무거워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뜨거운 숨결이 은지의 목을 간지럽혔고 준호의 몸이 엄청 뜨거웠다. 준호를 옆으로 몇 번 밀었지만 밀리지 않았다. 준호는 은지의 손을 잡아다가 자기 몸 위에 놓으면서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차가워.”은지는 준호가 덮치는 줄 알았는데, 그녀의 손을 녹여주고 있었다.“고은지,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너 혹시 뱀이 사람으로 변한 거야? 왜 몸이 계속 이렇게 차?”‘왜 차냐고?’은지는 어렸을 때를 떠올렸다. 한겨울에 얇은 옷만 입고 이성희에게 쫓겨나 따듯한 가게를 찾아다녔었다.가게는 불이 환히 켜져 있었고 들어가면 아주 따듯했다. 살을 에는 듯이 추운 밖과 비교하면 지옥과 천국이었다.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 밖으로 쫓겨났다.은지는 처음에 손님을 맞이하는 가게가 왜 자신을 내쫓는지 몰랐다.그러나 후에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은지가 너무 꾀죄죄하게 입고 있었고 몸이 너무 더러워 손님들에게 영향을 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밖이 너무 추워서 은지는 정말 얼기 일보 직전에만 들어가서 몸을 좀 녹였다. 그리고 누군가 내쫓으려고 하면 제 발로 나왔다.그렇게 가게에 들어가 몸을 녹이며 긴 겨울을 지냈다....이때 은지의 손이 준호에 의해 준호의 가슴팍에 놓였고 무척 뜨거웠다.준호는 여전히 ‘뱀’에 관해 중얼거리고 있었다.은지가 힘겹게 빠져나와 해장국을 들고 준호에게 먹여주려고
준호는 은지가 자기를 씻겨 주는 것에 고집을 부리며 샴푸며, 바디 워시를 은지의 손에 집어넣었다.몸은 씻기 쉬웠지만 준호의 키가 은지보다 훨씬 컸기에 머리를 감겨주기 힘들었다. 감겨주다가 준호 눈에 비누가 들어가 한참을 징징댔다.이렇게 힘들게 씻는데도 준호는 여전히 은지 보고 씻어달라고 했다. 씻겨주는 은지가 더 힘든지, 씻음을 받는 준호가 더 힘든지는 알 수 없었다.겨우 다 씻겨 주고 은지도 샤워하고 싶어 준호보고 나가 있으라고 하고 싶었다.은지가 말도 꺼내기 전에 준호가 말했다.“너 잘 못 씻어주네, 내가 너 씻어줄 테니까, 보고 잘 배워.”준호는 은지의 옷을 다 벗기고 바디 워시로 몸을 씻기고 머리도 감겨주었다.준호의 거친 손길에 은지가 장발하고 있었다면 다 빠져버렸을 것이다.거품을 다 씻어버리자, 눈앞에 안개가 자욱했다. 준호는 은지를 바라보더니 더 취한 것 같았다.“예뻐.”은지는 이런 칭찬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칭찬을 했던 사람들은 은지를 상품으로 보지 않으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준호는 은지의 얼굴을 감싸고 사랑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고은지, 나 너 좋아해, 정말 좋아해.”은지의 눈빛이 흔들렸다.준호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은지는 잘 알고 있었다.사실 은지가 복수를 하기 위해 살길을 남기려고 준호에게 접근했었다.곽도원이 죽은 뒤에 혹시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은지의 목숨은 산 사람에게 넘겨지기 때문이다.곽도원 같은 사람의 아들도 곽도원처럼 나쁜 사람일 것으로 생각한 은지는 죄책감이 없었는데, 준호는 곽도원과 달랐다.준호가 은지의 몸만 노린 것이라면 은지도 준호를 이용하면 되는데, 지금 마음을 은지에게 줘버려 곤란하게 된 상황이었다.준호를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두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은지는 준호를 손 떼게 할 방법이 있다. 그러나 위험이 따랐다.은지는 위험한 일을 가장 싫어한다.은지는 고개를 들어 준호를 바라보았고 준호는 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