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진은 비록 작은 시내이지만, 각 지방의 물건이 집결된 곳이라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저 와서 물건을 좀 사가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큰 시장이 되었다.은지는 지금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없었기에 여기에 와서 현금으로 원하는 것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호텔 사장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고 이 몇 사람은 오후 2시에 금호진 시장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처음에 희현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봐 걱정했는데, 사람들이 희현을 막 밀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선글라스를 벗어버렸다.“됐어, 여기 내가 배역 4를 몇 개나 맡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잖아? 내가 큰 소리로 최희현이라고 소리쳐도 나한테 관심도 없을걸?”말이 끝나자마자 한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렸다.“뭐? 물고기 판다고?”희현은 할아버지가 자기를 알아본 줄 알고 기뻐했다가 곧바로 풀이 죽어버렸다.은지는 풀이 죽은 희현을 보고 집 갈 때 짐을 들어줄 힘도 없을까 봐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가연이 여기서 자기소개를 해도 사람들이 못 알아볼 거야.”희현은 은지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언니 말이 맞아요. 전 재능이 있으니까 풀이 죽으면 안 되죠. 저 더 열심히 해서 꼭 유명해질 거예요! 화이팅! 희현!”은지는 희현에게 재능이 있다고 한 적이 없었지만, 희현이 다시 생기가 생긴 것을 보고 만족했다.은지와 희현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겨우 사탕을 파는 곳에 도착했다.은지는 열몇 가지 사탕을 골라 사장 보고 담아달라고 했다.그 뒤로 또 아이 옷을 파는 가게를 보고 은지가 아이들을 위해 옷을 좀 샀다.아이들이 밖에서 뒹굴면서 노니까 은지 가게의 흰 소파가 더러워질까 봐 무서웠다.은지와 희현이 짐을 가득 들고나오자, 아직 한시가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은지는 호텔 사장의 차로 가서 기다리고 싶었지만, 희현이 배가 고프다며 은지랑 먹을 것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언니, 저 양꼬치 먹고 싶어요. 빨리 먹고 돌아올게요. 가요, 네?”무진의 풍경도 아름답고
병실에서 준호는 짐을 정리해서 병원에서 나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준호는 이불을 개고 커튼을 열려고 하는데, 시선이 길 쪽에 고정이 되었다.길옆에 한 여자가 모자를 쓰고 얼굴을 반 가렸으며 너른 후드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여자의 다리는 길고 가늘었다.‘이 여자 왜 고은지랑 이렇게 닮았지?’이때 준호는 여자의 손에 들고 있는 큰 주머니에 적혀 있는 시장의 표시를 보고 전에 간호사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이번 한 주간 큰 시장이 열려서 주변의 각 마을에서 사람들이 와 물건을 사 간다고 했었다. 그래서 준호는 이 여자도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은지를 너무 찾아다녀서 헛것이 보이나? 근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이때 차 경적이 들리고 여자가 고개를 돌리자, 준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은지!”머리가 채 반응하지 못했는데, 준호는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준호는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준호는 어렵게 찾은 은지를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병실에서 거리까지 준호는 2분도 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준호가 은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차가 이미 떠나버린 상태였다.“고은지!”준호의 소리는 뒤에서 오고 있던 버스의 경적에 뭍혀버렸고 준호는 차가 떠나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긴박한 상황 속에 준호는 차 번호판을 찍었다.차 번호를 수색하자, 그 차는 무진에 소속된 차였다.‘고은지가 무진에 있어!’준호는 한시도 기다리기 힘들어 병실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무진으로 가려고 했다.병실에서 나오는데, 간호사와 마주쳤다. 준호는 갑자기 무엇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물었다.“전에 무진 사람이라고 하셨던가요?”간호사는 준호가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 준 줄 알고 대답했다.“네, 제가 전에 드렸던 차가 저희 집 쪽에서 생산한 거예요. 사실 그 차...!”“알아요, 간호사님께서 파는 게 집쪽에서 나온 거 맞죠? 전 그냥 요즘 무진에 새로온 사람 없는지 물어보려고요.
준호는 차도 똑바로 세우지 않고 사탕 가게로 달려갔다.“고은지! 당장 나와!”사탕 냄새로 가득 한 가게 안에서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중 나이가 비교적 많은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오빠, 누구 찾으세요?”준호는 아무리 급해도 아이들과 화를 낼 수 없었기에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여기 사장님 어디 계셔?”여자아이는 위층을 가리키며 말했다.“2층에서 쉬고 계세요. 사탕 사러 오셨어요? 언니 불러올게요.”은지가 위층에 있다는 말을 들은 준호는 긴장이 풀려 가게에 하나뿐인 계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12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위층으로 올랐다.준호는 너무 기다려 왔던 시간이라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고 계단을 바라보며 은지가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했다.준호는 은지의 목을 조를지, 왜 그렇게 가버렸냐고 물어볼지 고민했다.준호는 담배를 피우려고 꺼냈지만, 아이들이 쪼로록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담배를 다시 넣었다.여자애가 올라간 지 1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준호는 너무 답답했다.참지 못하고 위층에 올라가려던 순간 위층에서 소리가 났다.곧이어 준호가 낮에 봤던 검은색 바지에 넓은 후드티를 입은 여자가 아래로 내려왔다.준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여자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지만, 준호의 몸이 곧 튕겨 나갈 듯이 경사져 있었다. 그러나 준호는 멍해지고 말했다.완전 처음 보는 여자가 내려온 것이다.“무슨 사탕 사러 오셨어요?”“누구세요? 고은지는 어디 있어요?”“고은지가 누구예요? 사탕 사러 온 거 아니었어요?”이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이 낮에 은지가 입고 있던 옷과 똑같았고 모자까지 똑같았다.‘내가 잘못 본 건가? 그럴 리가 없어! 나 똑똑히 봤어! 고은지 맞아!’준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고은지, 당장 나와. 나 너 여기 있는 거 알아!”“저기요, 뭐 하시는 거예요?”사탕 가게는 총 2층이라, 2층은 생활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가 호텔에서 돌아왔고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임무 완성했으니, 오늘은 사탕 마음대로 먹어.”“감사합니다, 언니!”아이들은 기뻐서 사탕을 먹으러 갔고 희현도 자기를 짚으며 은지에게 다가왔다.“저는요?”은지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나 CCTV로 다 봤어, 너 연기 잘하더라? 나 너 팬해도 되겠어.”“아! 언니, 저, 부끄러워요!”희현은 으쓱해 하며 몸을 좌, 우로 흔들었다.“제 연기는 모두 인정해 줘요. 조금이라도 어색한 곳이 있으면 제가 진 거죠.”3시간 전, 준호가 ‘고은지’라고 불렀을 때, 차의 경적에 묻혀버렸지만, 은지는 들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차에 앉았고 호텔 사장은 은지의 상황에 맞춰 차를 엄청나게 빨리 운전했다. 가게에 돌아온 뒤, 은지는 아이들을 불러서 자신이 나쁜 사람한테 찍혔다고 하면서 희현과 함께 연기를 해서 나쁜 사람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시켰다....아이들이 사탕을 먹고 있을 때, 희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기, 언니, 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은지는 사탕을 담으며 말했다.“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물어볼 거야?”희현이 솔직하게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희현이 여기에 온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은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심지어 이름도 몰랐다.그리고 오늘 온 그 남자를 딱 보면 은지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알렸기에 희현은 너무 궁금했다.“언니, 여기에 온 거 저 잘생긴 사람 피하려고 온 거죠?”“응.”“왜요? 잘생겼고 몸매도 좋고 50만도 턱턱 내놓더구먼? 가정 형편도 좋아 보이던데, 왜 싫어해요?”은지는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내가 걔네 아버지 죽여서.”희현의 표정은 공포에서 무서움으로 변했지만,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은지의 외모는 화려했지만, 그녀가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은지는 희현이 놀라서 도망칠 줄 알았는데, 표정이 몇 번 바뀌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 아버지가
준호는 사탕 가게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새기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요.”한 번의 실망으로 충분했다. 준호는 또다시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간호사는 이 기회로 준호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준호가 거절한 것이다.그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 새로운 주제를 찾아 말을 꺼냈다.“사람 찾는 거 말고 혹시 배우 좋아하세요? 사탕 가게 주인장 말고 우리 마을에 배우가 왔대요. 저희 동생이 그 배우분이랑도 사진 찍었다는데, 혹시 보실래요?”‘배우? 무진에 고은지 말고 다른 데서 온 사람도 있어?’준호는 뭔가 발견한 듯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사진 두 장 다 보내줘요.”곧바로 사진 두 장이 왔고 확대해 보지도 않았는데, 준호는 사진 속의 여자가 은지라는 것을 알아챘다.준호가 사진을 터치할 때 손이 떨리고 있었다. 준호는 감격스러웠고, 잃었던 것을 다시 찾아 기뻤고, 장난감이 된 것 같아 분노했다.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인 준호는 사진을 여러 번 터치해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확대된 사진 속에 은지는 카운터 뒤에 서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고 앞에는 은지 반쯤 되는 아이가 브이를 하며 웃고 있었다.다음 사진에도 이 아이가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찍고 있었고 뒤에 여자가 바뀌어 있었다. 그 여자는 딱 봐도 카메라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이 여자가 은지 대신 사탕 가게 주인 행세를 한 사람이잖아!’이때 간호사가 음성을 보내왔다.“위에 사진이 사탕 가게 주인이고 아래 사진이 제가 말했던 연예인이에요. 전에 이 배우가 찍었던 드라마도 본 적 있는데, 연기 진짜 잘해요!”‘맞아, 연기는 진짜 잘하더라. 그래서 나 속았잖아!’준호는 자신이 무진에 갔을 때, 은지가 어딘가에 숨어 준호가 머리 없는 파리처럼 마구 부딪치는 모습을 보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차를 빌리는 곳으로 갔다.저녁 8시, 렌터카 사장이 차를 닦고 있는데, 낮에 차를 빌리러 왔던 남자가 차를 돌려줄 때와 달리 정신이 또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은지는 불을 켰다. 불을 켜자, 준호의 화난 얼굴이 보였다.은지의 미간이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전기충격기를 내려놓았다.“왔어?”은지의 반응이 너무 밋밋했다. 잡힐 데 대한 두려움도, 준호를 본 기쁨도, 죽음으로 위장한 것이 들킨 켕김도 없었다.준호는 은지의 손목을 꼭 잡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은지를 위, 아래로 끊임없이 훑어보았다. 준호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눈앞의 여자가 정말 은지인지 확인했다.준호 인상 속의 은지는 항상 예쁘게 꾸미고 있었고 잘 가꾼 머리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드레스에는 주름이 하나도 없었고 몸에 딱 붙어 은지의 몸매가 잘 드러났다. 심지어 잠옷도 비단으로 된 예쁜 잠옷이었다.그러나 지금의 은지는 턱까지 오는 짧은 머리에 면으로 된 브라운 색에, 아무 무늬가 없는 잠옷을 입고 있었다. 미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함만 강조한 그런 잠옷 말이다.은지는 전에는 만지면 뼈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 살이 찐 것 같았다. 그녀는 엄청 많이 달라졌지만, 두 눈은 여전히 잔잔한 호수처럼 변화가 없었다.표출할 수 없는 정서가 홍수처럼 몰려왔고 준호는 은지가 또 도망갈까 봐 그녀의 손목을 꼭 잡고 있었다.준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고은지, 너 담 진짜 크네?”준호에게 잡혔으니, 은지도 발버둥 칠 이유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응.”“너!”말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준호는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한참 뒤에서야 드디어 한마디 했다.“내가 너 얼마나 오래 찾았는지 알아?”은지는 달력을 보고 대답했다.“두 달 좀 넘었나? 아니면 확실한 날짜를 알고 싶어?”은지가 준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자, 준호는 강아지에게 말하고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준호는 드디어 진정했다. 그는 은지를 찾았으니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천천히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나랑 갈래, 아니면 짐 정리하고 갈래?”“네가 네 아버지를 위해 날 죽일 건지, 아니면 날 안 죽일 건지에 달렸
두 사람의 그림자가 완전히 합쳐지자, 은지의 등이 준호에 의해 뜨거워졌다.은지는 입으려던 잠옷을 바로 입지 않고 조용히 준호의 숨소리를 들었다.준호는 은지의 어깨를 잡고 자기 쪽으로 돌렸다. 준호는 어깨로부터 그녀의 목을 잡았지만 힘을 쓰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쇄골을 따라 그녀의 가슴 쪽에 멈췄다.“고은지, 너 감정이 있는 사람이야?”준호는 여러 번 은지에게 이렇게 물어봤었다. 그러나 준호는 분명 은지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마음을 독하게 먹었는지 알 수 없었다.은지는 준호가 누른 곳을 바라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준호는 갑자기 은지의 얼굴을 꽉 쥐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은지, 네 마음에 내가 있었던 적은 있어? 네가 죽일 사람이 우리 아버지여서, 나 때문에 한순간이라도 마음 약해진 적 있냐고?”은지는 준호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없어.”은지가 몇 년 동안 곽도원의 취향을 조사해서 자신을 그렇게 꾸미고 매 하나의 부분까지 계획했는데, 그 누구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리고 은지가 곽씨 저택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한차례 살인 게임 같았다. 준호는 은지가 이 게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일 뿐이었다.게임 중의 인물을 위해 곧 성공하는 게임을 포기할 수 있을까?은지는 그렇지 않았다.은지의 인생은 곽씨 저택에서 벗어난 뒤부터 시작이었다. 이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은지는 곽씨 저택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은지의 대답을 들은 준호는 입술을 물었다.“그렇구나.”‘날 정말 신경 썼다면 그렇게 죽음으로 위장해서 도망치지 않았겠지. 내가 힘들게 찾아왔을 때, 연기하면서 그렇게 도망치지 않았겠지.’준호는 은지를 금방 찾았을 때의 뜨거웠던 감정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준호는 차갑게 은지를 바라보았다.“너한테 아무런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건데. 넌 심장도 없고, 감정도 없는 독뱀이야. 난 네가 한평생 네 독한 마음에 속죄했으면 좋겠어!”준호는 말하자마자 은지를 침대에 던져버리고 모질게
희현이 물을 떠서 은지에게 주었는데, 물을 받는 은지의 손목에 졸린 흔적이 나 있어, 희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따.“언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진짜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은지는 물을 반 컵 마시고 입을 열었다.“괜찮아, 어제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 거라.”“네?”희현이 깜짝 놀랐다.“그 사람이 언니한테 이런 거예요?”“응.”희현은 태양혈을 누르며 말했다.“아니, 잠시만요. 언니가 전에 그 사람 아버지 죽였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응.”“그 사람이 언니를 계속 찾아다녔고요?”“응.”“언니를 찾은 뒤에 경찰에 신고한 게 아니라 언니랑...?”희현의 시선이 수갑으로 갔다.“코스프레?”“응.”희현은 전에 연예계에서 이상한 것을 자주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은 너무 충격적이었다.그러나 희현은 자신이 신고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현이 신고해서 준호를 잡으면 준호가 신고해서 은지를 데려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이때 희현이 다리를 ‘탁’ 치면서 말했다.“아직 안 왔으니까 빨리 도망쳐요!”그러나 은지의 손이 아직 침대에 묶여 있어 아무리 당겨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때 희현이 탁자 위에 놓인 머리핀을 보고 말했다.“제가 전에 드라마를 찍을 때, 이런 수갑에 철사를 넣어서 돌리면 열렸어요.”몇 분 후, 희현이 아무리 시도했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었다.희현이 수갑을 이용해서 찍었던 드라마가 또 있나지 하고 생각하던 참에 문이 다시 열렸다.준호가 아침밥을 들고 왔고 희현이 있는 것을 보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누가 너 보고 들어오래?”“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만?”“희현아.”은지는 준호와 눈이 마주치고는 담담히 말했다.“이 가게 너한테 맡길 테니까 얼른 나가.”희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준호의 손에 들린 아침밥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희현이 가게에서 나간 뒤,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자기 아버지 죽인 사람을 위해 아침밥을 산다고? 무슨 일이래?”...위층에서 준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