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시 공씨 저택에서 준호는 발로 문을 차면서 소리쳤다.“공태준! 당장 나와! 너 고은지 어디로 보냈어?”아무리 불러도 태준은 물론이고 남기도 보이지 않았다.준호가 너무 화가 나 저택을 불에 태워버리고 싶을 때, 한 도우미가 우물쭈물하며 걸어왔다.“도련님, 저희 가주 여기 안 계세요.”“어디 갔어?”“가주께서 경성에 결혼식 참석하러 간다고 하셨어요.”준호는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얼쑤? 저번에는 곧 죽을 것처럼 하더니, 다 내 경각심을 늦추려고 그랬던 거구나. 지금은 또 결혼식 참석하러 가? 고은지랑 한편 아니라며?”준호는 도우미의 멱살을 잡았다.“당장 말해! 전에 고은지가 자주 여기 와서 공태준이랑 데이트했지? 걔네 둘이 같이 도망친 거 아니야?”도우미는 준호의 말을 듣고 머리가 뗑 해졌다. 도우미는 준호가 새엄마 때문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도우미는 참을 수 없어 태준을 위해 얘기했다.“그, 전에 은지 씨께서는 가주의 예비 아내셨기 때문에 몰래 데이트한 건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국장님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니, 저희 가주님이랑 은지 씨가 다시 만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죠...?”도우미는 말할수록 목소리가 작아졌다. 왜냐하면 준호의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기 때문이다.도우미가 한 말이 맞았다. 곽도원이나, 태준이 은지랑 명확한 관계가 있었기에 준호가 은지를 뭐라고 할 자격이 없었다.준호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이 나쁜 여자는 시종일관 나한테 아무런 자리도 주지 않는구나! 고은지는 자기가 이렇게 사라지면 내가 걔 죽음에 얼마나 슬퍼할지, 찾지 못해서 얼마나 급해할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건가?’‘아, 아니! 걔는 모르는 게 아니라 애초에 관심도 없었던 거지! 고은지가 우리 아버지 죽이고 날 갖고 놀았는데, 이렇게 사라졌으니,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하늘이든 땅속이든 끝까지 찾아낼 거야!’...은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준호는 은지에 관련된 각종 교통이나 소비 기록을 찾아봤다.동시에 준호는
형탁이 영상을 보자, 정말 준호의 말이 맞았다. 형탁이 두 영상이 다름을 발견한 것은 다년간 수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호가 이것을 찾아냈다는 것은 은지와의 관계가 정말 깊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또 준호가 정말 은지를 사랑한다는 것이 분명했다.은지가 어느 지점에서 차를 바꿨는지 알아냈기 때문에 수사에 아주 유리해졌다.다음날, 그들은 거리 옆에 있는 가게들을 찾아, 가게의 CCTV를 찾아봤다. 그중 한 CCTV 영상에 단서가 있었는데, 검은색 차가 작은 거리에서 30초 멈춰 서 있었는데, 옆에 딱 붙어있던 흰색 차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시간이 아주 짧았지만, 이 뒤에 바로 검은색 차에 은지가 타고 있지 않았다.이날 형탁은 수사팀에 연락해 흰색 차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라고 했다.흰색 차의 최종 목적지는 공항이었다....“왜 공항이지? 이날 분명 고은지가 나간 기록이 없는데?”준호가 말했다.“설마 날개 달고 날아갔나?”형탁도 어딘가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내가 공항 쪽에 연락해서 고은지가 나타난 CCTV 영상이 있는지 물어볼게.”CCTV 영상은 다음날에 바로 왔고 준호는 그 영상을 계속 돌려보다가 그중 한 명을 짚어냈다.“이 사람 뒷모습이 익숙해.”형탁이 준호가 짚은 사람을 봤다.“이 짧은 머리한 사람? 너희 새엄마 이런 스타일이었어? 아저씨가 이런 스타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준호가 형탁을 노려보자, 형탁이 기침했다.“이 사람이 확실하다는 거지?”준호는 눈썹을 찌푸렸다.“나도 확신은 못 하겠어. 이 사람 고은지랑 스타일이 많이 달라, 근데 내 느낌에는, 이 사람이 고은지 같아.”“아, 애인의 직감.”이번에 준호는 반박하지 않고 스크린 속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어디 도망치려면 한번 쳐봐! 난 네가 재가 돼도 알아볼 거니까!’...무진에 비가 많이 와, 촉촉한 안개에 자연이 섞여 아름다움을 뽐냈다.은지의 사탕 가게는 카페를 개조한 것이어서 이층에 경치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해성시에서 형탁이 자료를 들고 빠른 속도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복도에서 한 경찰이 그에게 인사를 했고 형탁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사무실에 들어와 문을 닫는 순간 그는 마구 뛰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야, 중요한 소식 있어!”준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중요한 소식 아니기만 해봐? 너 죽일 거야.”형탁이 전에 가끔 일손이 부족해서 작은 일을 큰 일로 속여 준호를 불러 도와주게 했다. 형탁은 준호가 계속 모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는 것을 보고 머쓱한 듯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이번에는 진짜야. 절대 너 속이는 거 아니야.”반 시간 후, 준호가 오고 형탁이 항공편 정보가 적힌 서류를 보여주었다.“이거 봐봐.”준호는 그 자료를 받지 않았다.“그날 모든 항공편에 고은지의 정보가 없다면서?”“맞아! 근데 너 생각해 봐. 고은지의 정보는 없지만 한 사람의 이름이 정은지야. 그쪽에서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정은지라는 사람이 네가 익숙하다고 했던 그 사람이야!”준호가 그제야 반응했다.“그럼 고은지가 가짜 신분증을 썼다는 거야?”“음, 가짜 신분증은 아니고, 정은지의 정보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주 완벽히 씌어있어. 가짜라고 하면 고은지의 정보가 가짜겠지.”고씨 집에서 은지를 데려간 것은 도준을 위해 준비한 것이기에 은지가 기녀의 딸이라는 것을 들키면 안 됐었다.그래서 은지에게 새 신분을 만들어 줘 새로운 껍질을 쓰게 된 것이다.그래서 은지는 일찌감치 어떻게 복수하고 어떻게 벗어날지 다 생각해 놨다.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자, 준호의 답답했던 마음이 한층 누그러졌다.준호의 지금 목표는 하나다. 은지를 찾는 것. 준호는 손에 든 자료를 봤다. 그 위에 은지가 남한성에 갔다고 나와 있었다.‘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법이다? 고은지 담이 진짜 크네?’형탁이 말했다.“고은지가 남한성에 간 뒤로 아무런 종적을 찾을 수 없어. 어느 산이나, 마을에 숨었을지 아무도 모르지. 남한성 쪽은 나도 잘 몰라서 너 절로 찾아야
7월, 날씨가 점점 무더워져 은지가 산속에 있지만 그래도 몹시 더웠다.은지는 더위를 무서워해서 24시간 에어컨을 켜고 있었다.이 때문에 에어컨을 쐬려고 찾아온 아이들이 몰려왔다.배역을 얻지 못했던 배우 최희현이 이 마을에서 산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희현은 처음 왔을 때처럼 슬퍼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과 함께 사탕을 공짜로 얻어먹었다.희현은 사탕을 씹으며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았다.“언니, 이 사람 누군지 알아요?”은지는 보지도 않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을 서랍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 놓았다.희현은 여전히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이 사람 지금 가장 핫한 여자 아이돌이에요. 진가연이라고 예쁘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춰요!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아이돌이에요!”“전에 진가연이 결혼했다고 그러던데, 남편이 한성운이라고 엄청나게 센 사람이래요. 민사장님의 부하라나? 언니, 민 사장님 알아요?”은지는 깔끔하게 대답했다.“몰라.”희현은 별생각 없이 아쉽다는 듯 대답했다.“이런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봤겠어요?”희현은 말하면서 은지를 바라보았다.“언니, 언니 되게 예쁘신데 왜 배우나, 아이돌 안 하셨어요? 언니가 배우들보다 훨씬 예쁜데, 연예계 쪽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유명해질 수도 있을 텐데요?”은지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너도 예뻐, 너도 배운데 유명해졌어?”‘정곡을 찌르다니.’은지는 사탕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희현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내일 할 일 있어?”“내일도 여기 와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사탕 먹을 건데요?”“내일 너 할 일 없네. 나 내일 가게 문 닫고 가서 사탕 들여올 거니까 나랑 같이 가자.”희현의 눈에서 빛이 났다.“언니, 절 드디어 받아들여 주셨군요!”은지는 빈 사탕 통을 보면서 대답했다.“응.”‘내 집에서 기르는 사탕 훔쳐먹는 쥐도 우리 집 쥐기는 하지.’...날씨가 너무 더워 쉽게 짜증이 났다.첫 주, 준호는 쉬지
금호진은 비록 작은 시내이지만, 각 지방의 물건이 집결된 곳이라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저 와서 물건을 좀 사가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큰 시장이 되었다.은지는 지금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없었기에 여기에 와서 현금으로 원하는 것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호텔 사장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고 이 몇 사람은 오후 2시에 금호진 시장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처음에 희현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봐 걱정했는데, 사람들이 희현을 막 밀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선글라스를 벗어버렸다.“됐어, 여기 내가 배역 4를 몇 개나 맡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잖아? 내가 큰 소리로 최희현이라고 소리쳐도 나한테 관심도 없을걸?”말이 끝나자마자 한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렸다.“뭐? 물고기 판다고?”희현은 할아버지가 자기를 알아본 줄 알고 기뻐했다가 곧바로 풀이 죽어버렸다.은지는 풀이 죽은 희현을 보고 집 갈 때 짐을 들어줄 힘도 없을까 봐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가연이 여기서 자기소개를 해도 사람들이 못 알아볼 거야.”희현은 은지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언니 말이 맞아요. 전 재능이 있으니까 풀이 죽으면 안 되죠. 저 더 열심히 해서 꼭 유명해질 거예요! 화이팅! 희현!”은지는 희현에게 재능이 있다고 한 적이 없었지만, 희현이 다시 생기가 생긴 것을 보고 만족했다.은지와 희현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겨우 사탕을 파는 곳에 도착했다.은지는 열몇 가지 사탕을 골라 사장 보고 담아달라고 했다.그 뒤로 또 아이 옷을 파는 가게를 보고 은지가 아이들을 위해 옷을 좀 샀다.아이들이 밖에서 뒹굴면서 노니까 은지 가게의 흰 소파가 더러워질까 봐 무서웠다.은지와 희현이 짐을 가득 들고나오자, 아직 한시가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은지는 호텔 사장의 차로 가서 기다리고 싶었지만, 희현이 배가 고프다며 은지랑 먹을 것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언니, 저 양꼬치 먹고 싶어요. 빨리 먹고 돌아올게요. 가요, 네?”무진의 풍경도 아름답고
병실에서 준호는 짐을 정리해서 병원에서 나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준호는 이불을 개고 커튼을 열려고 하는데, 시선이 길 쪽에 고정이 되었다.길옆에 한 여자가 모자를 쓰고 얼굴을 반 가렸으며 너른 후드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여자의 다리는 길고 가늘었다.‘이 여자 왜 고은지랑 이렇게 닮았지?’이때 준호는 여자의 손에 들고 있는 큰 주머니에 적혀 있는 시장의 표시를 보고 전에 간호사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이번 한 주간 큰 시장이 열려서 주변의 각 마을에서 사람들이 와 물건을 사 간다고 했었다. 그래서 준호는 이 여자도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은지를 너무 찾아다녀서 헛것이 보이나? 근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이때 차 경적이 들리고 여자가 고개를 돌리자, 준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은지!”머리가 채 반응하지 못했는데, 준호는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준호는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준호는 어렵게 찾은 은지를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병실에서 거리까지 준호는 2분도 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준호가 은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차가 이미 떠나버린 상태였다.“고은지!”준호의 소리는 뒤에서 오고 있던 버스의 경적에 뭍혀버렸고 준호는 차가 떠나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긴박한 상황 속에 준호는 차 번호판을 찍었다.차 번호를 수색하자, 그 차는 무진에 소속된 차였다.‘고은지가 무진에 있어!’준호는 한시도 기다리기 힘들어 병실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무진으로 가려고 했다.병실에서 나오는데, 간호사와 마주쳤다. 준호는 갑자기 무엇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물었다.“전에 무진 사람이라고 하셨던가요?”간호사는 준호가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 준 줄 알고 대답했다.“네, 제가 전에 드렸던 차가 저희 집 쪽에서 생산한 거예요. 사실 그 차...!”“알아요, 간호사님께서 파는 게 집쪽에서 나온 거 맞죠? 전 그냥 요즘 무진에 새로온 사람 없는지 물어보려고요.
준호는 차도 똑바로 세우지 않고 사탕 가게로 달려갔다.“고은지! 당장 나와!”사탕 냄새로 가득 한 가게 안에서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중 나이가 비교적 많은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오빠, 누구 찾으세요?”준호는 아무리 급해도 아이들과 화를 낼 수 없었기에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여기 사장님 어디 계셔?”여자아이는 위층을 가리키며 말했다.“2층에서 쉬고 계세요. 사탕 사러 오셨어요? 언니 불러올게요.”은지가 위층에 있다는 말을 들은 준호는 긴장이 풀려 가게에 하나뿐인 계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12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위층으로 올랐다.준호는 너무 기다려 왔던 시간이라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고 계단을 바라보며 은지가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했다.준호는 은지의 목을 조를지, 왜 그렇게 가버렸냐고 물어볼지 고민했다.준호는 담배를 피우려고 꺼냈지만, 아이들이 쪼로록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담배를 다시 넣었다.여자애가 올라간 지 1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준호는 너무 답답했다.참지 못하고 위층에 올라가려던 순간 위층에서 소리가 났다.곧이어 준호가 낮에 봤던 검은색 바지에 넓은 후드티를 입은 여자가 아래로 내려왔다.준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여자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지만, 준호의 몸이 곧 튕겨 나갈 듯이 경사져 있었다. 그러나 준호는 멍해지고 말했다.완전 처음 보는 여자가 내려온 것이다.“무슨 사탕 사러 오셨어요?”“누구세요? 고은지는 어디 있어요?”“고은지가 누구예요? 사탕 사러 온 거 아니었어요?”이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이 낮에 은지가 입고 있던 옷과 똑같았고 모자까지 똑같았다.‘내가 잘못 본 건가? 그럴 리가 없어! 나 똑똑히 봤어! 고은지 맞아!’준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고은지, 당장 나와. 나 너 여기 있는 거 알아!”“저기요, 뭐 하시는 거예요?”사탕 가게는 총 2층이라, 2층은 생활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가 호텔에서 돌아왔고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임무 완성했으니, 오늘은 사탕 마음대로 먹어.”“감사합니다, 언니!”아이들은 기뻐서 사탕을 먹으러 갔고 희현도 자기를 짚으며 은지에게 다가왔다.“저는요?”은지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나 CCTV로 다 봤어, 너 연기 잘하더라? 나 너 팬해도 되겠어.”“아! 언니, 저, 부끄러워요!”희현은 으쓱해 하며 몸을 좌, 우로 흔들었다.“제 연기는 모두 인정해 줘요. 조금이라도 어색한 곳이 있으면 제가 진 거죠.”3시간 전, 준호가 ‘고은지’라고 불렀을 때, 차의 경적에 묻혀버렸지만, 은지는 들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차에 앉았고 호텔 사장은 은지의 상황에 맞춰 차를 엄청나게 빨리 운전했다. 가게에 돌아온 뒤, 은지는 아이들을 불러서 자신이 나쁜 사람한테 찍혔다고 하면서 희현과 함께 연기를 해서 나쁜 사람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시켰다....아이들이 사탕을 먹고 있을 때, 희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기, 언니, 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은지는 사탕을 담으며 말했다.“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물어볼 거야?”희현이 솔직하게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희현이 여기에 온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은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심지어 이름도 몰랐다.그리고 오늘 온 그 남자를 딱 보면 은지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알렸기에 희현은 너무 궁금했다.“언니, 여기에 온 거 저 잘생긴 사람 피하려고 온 거죠?”“응.”“왜요? 잘생겼고 몸매도 좋고 50만도 턱턱 내놓더구먼? 가정 형편도 좋아 보이던데, 왜 싫어해요?”은지는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내가 걔네 아버지 죽여서.”희현의 표정은 공포에서 무서움으로 변했지만,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은지의 외모는 화려했지만, 그녀가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은지는 희현이 놀라서 도망칠 줄 알았는데, 표정이 몇 번 바뀌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