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는 은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챘다.준호는 이런 수단으로 준호의 의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은지가 미웠지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결국 준호는 은지의 머리를 잡고 더 깊게 입을 맞췄다.준호는 은지의 차가운 입술을 피가 날 때까지 깨물었다.준호는 은지의 허리를 꼭 안고 비틀었다.두 사람이 그렇게 붙어 있을 때, 호통 소리가 들렸다.“뭐 하는 짓이야!”고개를 돌리자, 침대에 언제 깨어났는지 모르는 곽도원이 화가 난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다른 일이었다면 변명이라도 했을 텐데, 준호는 아무런 변명을 할 수 없었다.곽도원은 옷이 헝클어진 은지를 보고 또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준호를 보며 하늘과 땅이 맞붙는 것 같았다.아까 모습을 보면 전에 여러 번 이런 적이 있는 듯했다.곽도원은 자기 아들이 자신의 새 아내와 이런 사이가 됐을 줄 생각도 못 했다.곽도원은 자연스럽게 그 두 사람이 언제부터, 몇 번이나 자신을 속이고 이런 짓을 벌였을지에 대해 생각했다.전에 그저 넘겼던 사소한 부분들이 떠올랐다.준호가 곽도원과 은지의 신혼 첫날밤을 파괴한 것과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을 싫어했는지 등등 말이다.준호가 그랬던 것은 신옥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지를 위한 것이었다.반백 년을 살아오면서 곽도원은 처음 이렇게 모욕을 당했다. 그것도 남이 아닌 자기 아들한테서 말이다.곽도원의 얼굴을 완전히 짓밟아 놓은 것이다.곽도원은 은지를 손가락질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널 죽여버릴 거야!”어디서 나온 힘인지 곽도원은 침대에 서서 옆에 걸려있던 외투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은지를 향해 겨누었다.준호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은지의 앞에 막아섰다.“제 탓이에요. 쏠려면 절 쏘세요!”준호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은지를 감싸자, 곽도원의 두 눈이 충혈되었다.“너!”“내가 너 안 죽이고 싶은 줄 알아? 네가 내 아들만 아니었어도 당장 죽이는 건데!”“저리 비켜!”준호는 여전히 은지의 앞에 서 있었다.“싫어요. 아버지 분명 은지 안 좋
이성희라는 이름이 갑자기 곽도원의 머리에 떠올랐다.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이성희의 얼굴도 잊어버렸다. 그저 이성희가 염옥란과 아주 닮았다는 것만 기억했다.그때 곽도원이 나이가 어렸기에 돈으로 사지 않고 옛 방식으로 이성희를 쫓아다녔다.곽도원은 이성희의 얼굴이 점차 빨개지는 모습을 보고 공천하가 없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염옥란을 쫓아다녔고 그녀도 이렇게 반응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내가 선물을 주면 기뻐하고 날 집중해서 바라봐주고 사랑스럽게 봐주고.’이성희는 곽도원이 염옥란의 대체품으로 찾은 첫 번째 사람이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정력을 써서 이성희를 쟁취했기 때문에 그녀는 곽도원이 정말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후에 이성희가 사실을 알게 되고 난장판을 벌여서 곽도원이 그녀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했었다.그러나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든 염옥란의 대체품이었기에 곽도원은 그녀를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했다.그렇게 지내는 것이 좋았는데, 이성희가 염옥란한테서 온 편지를 몰래 없애버렸다.이 사실을 알고 곽도원이 공씨 집에 달려갔을 때, 염옥란이 이미 세상을 뜬 상황이었다.곽도원이 집에 돌아왔을 때, 이성희가 아직도 떼를 쓰고 있었고 자신이 끼던 브로치가 염옥란의 것인 줄 알고 땅에 던져버린 것이다.이성희가 염옥란이 이미 죽었으니까 아무리 그리워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죽었다고? 네가 그 편지만 안 숨겼어도 염옥란 죽지 않았을 거야.’곽도원이 이성희의 옷에 달고 있던 브로치의 망가진 부분을 보더니 아랫사람을 시켜 그녀의 다리를 끊어버리게 했다.그리고 다른 사람을 시켜 이성희의 얼굴에 흠집을 내게 한 후, 그녀를 농촌에 버렸다.곽도원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미움을 사면 좋은 생활은 할 수 없는 것이 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이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자, 곽도원은 깜짝 놀랐다.‘왜 이 기억이 떠오르지?’수많은 기억 중에서 곽도원은 또 파티에서 피아노를 치던 여자를 떠올렸다.그 여자가 피아노
준호는 슬픔을 억누르고 말했다.“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건 잠지 비밀로 할게요.”“네.”의사는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곽도원의 죽음은 곽씨 집안이 곧 하락 선을 긋게 되리라는 것을 예견하고 해성시의 주력이 바뀐다는 것을 설명한다.준호가 서명하고 곽도원의 위로 하얀 천이 씌워진 사이에 준호는 신옥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준호는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셨어요. 마지막으로 한번 보실래요?”준호의 말을 듣고 신옥영 쪽에서 무엇인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30년을 부부로 살았으니 이런 말을 듣고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 없었다.그래서 준호도 결심하고 신옥영에게 결정권을 주려고 물어봤다.한참이 지난 후, 신옥영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 장례식 할 때 가면 돼.]“알겠어요.”...곽도원이 갑자기 세상을 뜨니 오늘 밤은 누구도 잠에 들 수 없다.준호는 곽도원의 편이었던 아저씨 몇분과 믿을만한 부하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곽도원이 돌아갔다는 말을 들은 부하 직원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어떻게 이런 일이.”준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우리 아버지가 가장 믿던 직원으로서 아버지가 갖고 있던 것 중에 어떤 걸 없애야 할지 잘 알고 있겠죠? 아직 말이 안 새어나갔으니 우리 하나하나 처리합시다.”곽도원처럼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누구나 들켜서는 안 되는 것들이 존재할 것이다. 일단 자리에 사람이 사라지면 그것들은 곽씨 집안을 망치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직원도 상황이 긴박하다는 것을 깨닫고 열쇠를 준호에게 건네주며 엄숙하게 말했다.“이건 국장님 사무실 금고의 열쇠입니다. 도련님께서 가서 처리해 주세요. 저는 밖에 일을 처리하겠습니다.”“네, 각자 맡은 걸 잘해 냅시다.”준호가 떠나기 전, 은지를 보고 두 직원에게 일렀다.“저 여자 잘 지켜, 병실 밖에 절대 나가게 하지 마.”준호가 새엄마를 가두어 놓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순순히 명령을 받들었다.“네!”사람들이 다 자신이
준호는 목이 메어 뒤에 말을 겨우 뱉었다.“그럼, 넌 우리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니까, 난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은지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이 듣고 있었다.준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차 아래 있으니까, 집에 가자!”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닫힌 공간에 두 사람만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에 반사된 은지는 눈을 아래로 깔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은지가 준호 차로 다가갈 때, 준호가 자연스럽게 은지에게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손잡이를 잡자마자 준호는 눈앞의 이 여자가 곽도원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준호는 은지를 신경 쓰지 않고 차에 탔다.그리고 힘껏 문을 닫아버렸다.그러나 은지는 준호의 행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다른 쪽으로 차에 탔고 안전벨트까지 했다.차에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준호가 눈썹을 찌푸렸다.‘이상해, 너무 이상해.’준호가 계속 시동을 걸지 않자, 은지는 준호를 보았다.준호가 어릴 때부터 곽도원의 곁에 붙어 있었고 또 부대에서 여러 해 근무했기에 주위의 환경에 아주 민감했다.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준호는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고 느꼈다.이럴 때는 보통 적이다.이런 생각을 하자, 준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시동을 걸었다.“누군가 지금 우리를 미행하고 있어. 조금 있다가 무슨 일이 나든 소리 내면 안 돼.”준호는 이 말을 뱉고 나서 쓸모없는 말을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은지는 원래 아무말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시동이 걸리자, 조용하던 주차장에 준호의 차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차가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내가 잘못 느낀 건가?’그러나 준호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고 경각심을 세웠다.차가 병원에서 나온 뒤, 준호는 평소대로 집을 가지 않고 여러 번 돌아서 가려고 했다차를 몰다 보니 준호는 교외에 와 있었다.차가 점점 적어지자, 준호는 뒤에 따라오던 차 두 대를 발견했다
그 사람들은 시선을 교류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댔다.상대 쪽에 사람이 많았지만, 준호는 어렸을 때부터 싸움하는 방법을 배웠기에 무섭지 않았다.그러나 상대 쪽에서 전혀 사람을 죽이려 들지 않아, 준호도 총을 거두고 진압하는 쪽으로 움직였다.그러나 싸움할수록 준호는 이 사람들이 자신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못 가게 막는 것 같았다.‘뭔가 잘못됐다.’준호는 앞에 있던 두 사람을 밀치고 차 쪽으로 달려갔다.사람들이 준호를 막으려 했는데, 실패하자 급히 차로 복귀해서 차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차 문이 열리자, 조수석에는 아무도 없었다.거대한 공포가 준호를 감쌌다. 준호가 은지를 큰 소리로 불렀지만, 대답은 오지 않았다.장애물의 반대편에서 세 번째 차에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무전기에서 찌륵찌륵 소리가 난 뒤,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준호가 이미 발견했습니다.”운전석에 있던 남기가 눈썹을 찌푸렸다.“알겠어요.”남기는 한쪽으로 액셀을 밟으며 대답했다.“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엄청나게 빠르네요.”“괜찮아요.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죠.”백미러가 흔들리더니, 은지가 뒷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이것은 은지가 마음속으로 수백 번 시물레이션해 봤던 계획이었다.신분을 어떻게 가질지, 곽씨 집안에 어떻게 들어갈지, 곽도원을 죽이고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대해서 말이다.어떤 부분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지만, 총체적으로는 만족했다.현재 마지막 부분이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이 남았다....장애물을 옆으로 옮기자, 뒤에서 따라오던 부하가 말했다.“도련님, 여기 길을 수리한다는 말이 없었어요. 이건 다 인위적으로 놓아진 것입니다.”‘인위적으로?’준호는 자신이 당한 것을 알고 주먹으로 차를 확 쳤다.“각 출구를 다 막아! 오늘 누구도 나가게 해서는 안 돼! 단 한 명도!”준호는 한숨도 쉬지 않고 은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은지의 핸드폰은 여전히 꺼진 상태였다.‘잡혔으면 좀 소리라도 치던가! 위험하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쳐야지!’다른 사
“아!”말이 끝나자마자 형탁이 준호에게 한 대 맞았다.준호는 형탁의 네크라인을 잡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네가 그 말 해서 고은지가 못 돌아오면, 넌 나한테 죽었어!”형탁도 그저 장난친 것뿐인데, 준호가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에 이상해했다.“뭐야, 너 진심이야? 고은지가 옥영 아줌마를 내쫓았는데, 이렇게 신경 쓰는 이유가 뭐야?”“나...?”준호가 말문이 막혀 변명할 거리를 생각하려고 하는데, 무전기를 든 경찰이 다가왔다.“고은지 씨를 데려간 차를 찾았습니다. 남화 거리에 있답니다.”준호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형탁의 손에서 차 키를 빼앗아 갔다.형탁이 그 경찰에게 말했다.“그쪽에 연락해서 도움을 구해.”형탁은 급히 준호를 따라갔다.“준호야, 내가 가면 돼. 아저씨 일 때문에 머리 아플 텐데, 너 가서 일 봐.”그러나 준호는 형탁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버렸다.형탁은 두 사람을 더 불러 차에 앉았다.형탁이 차에서 무전기로 소통했고 준호는 차를 돌려 은지가 있는 방향으로 갔다.준호가 늦게 출발했지만, 형탁 쪽에서 검사하는 지점을 여러 개 만들었기에, 은지가 탄 차가 검사지점을 에돌아가 따라잡을 수 있었다.곧이어 두 쪽 사람이 한 다리에서 마주치게 되었다.차가 시야에 들어오자, 굳었던 준호의 몸이 조금 풀렸다.준호는 그 차를 바짝 따라가며 말했다.“다리 위에서 이러면 너무 위험하니까, 꼭 지나가야 하는 곳에 검사 지점을 만들어서 고은지의 안전을 확보해 줘!”무전기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알겠습니다.”조수석에서 형탁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새엄마의 안전을 왜 이렇게 신경 쓰지? 종교를 바꿨나?’상황이 너무 긴박해서 형탁은 준호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잘 지키라고 명령했다.이 다리는 해성시의 낡은 다리와 새 다리를 접목한 다리로서 중간에 두 회전판이 있었다.준호는 그 차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두 번째 회전판을 돌 때, 앞에
준호는 눈이 돌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했다.이때 형탁이 준호의 팔을 잡아당겼다.“준호야! 너 미쳤어?”“나 쟤 구할 거야!”“이렇게 높은데, 아래 불도 나는데, 이미 죽었을 거야. 네가 내려가도 소용없어!”“닥쳐!”준호는 형탁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다시 한번만 그런 소리 하면 죽여버릴 거야! 저렇게 자기 목숨 아끼는데 저렇게 죽었을 리 없어!”형탁은 준호가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고 준호가 왜 은지를 그렇게 구하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형탁은 할 수 없이 준호를 위로했다.“먼저 좀 진정해. 은지 씨가 안에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몰라. 이번 일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그러니까 우리 먼저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보자. 은지 씨가 안 죽었는데, 너 먼저 죽을 일 있어?”준호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형탁의 말에 동의했다. 준호는 가드레일을 힘껏 치고 대답했다.“가자!”다리에서 돌아서 내려오니 7, 8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어떤 사람들이 차량용 소화기로 차의 불을 좀 껐다. 그러나 차가 세게 부딪치고 불에 휩싸여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준호는 타버린 차를 보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 안에 고은지가 있을 리 없어.”“그렇게 나쁜 짓을 하고 죽었을 리 없어!”준호가 고개를 확 돌렸다.“기사 어디 갔어? 잡았어?”일이 너무 갑자기 일어나 형탁이 준호를 따라 다리 아래에 내려와서 사람을 구하고 보니 기사가 이미 사라진 뒤였다.준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의 눈앞에 은지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사람 화 돋우던 장면, 차가운 모습, 집중하던 모습.이때 차를 검사하던 사람이 불에 타버린 금속을 들고 왔다.“차에서 이거 찾았어요.”준호는 찌그러진 팔찌를 보고 귓가에 팔찌를 살 때 들었던 말이 울려 퍼졌다.“남편분께서 아내분을 정말 사랑하시네요. 두 개씩 사시고.”이 팔찌는 준호가 은지에게 선물했던 팔찌다.‘이게 왜 여기에 있지?’형탁은 준호가 눈시울을 붉
곽도원이 별세했다는 소식은 그날 밤에 퍼져나갔다.준호가 예상했던 것처럼 곽씨 집안과 준호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사람들은 이 소식이 정말인지, 곽도원과 거래를 했던 사람들은 곽도원이 별세하기 전에 그 일들을 다 깔끔히 처리했는지 물어봤다.준호는 곽도원의 서재에 앉아 사람들의 질문에 답했다.그렇게 저녁이 되었다.노크 소리가 들리고 집사가 야식을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도련님, 온종일 아무것도 안 드시지 않으셨어요? 어서 드세요.”“배 안 고파. 형탁 쪽은 소식 있어? 차 안에 있던 사람 고은지 아니지?”준호의 목소리를 쉬어 있었고 눈은 충혈이 돼 있었으며 수염을 깍지 못해 더 성숙해 보였다.집사는 고개를 저었다.“차가 너무 심하게 훼손돼서 시간이 더 걸릴 거 같아요.”준호는 눈을 감고 나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다.“알았어. 나가 봐.”집사가 나가면서 준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큰 일을 당했음에도 준호는 무너지지 않았다. 준호는 오히려 당황하지 않고 흔들리고 있는 집안을 버텨내고 있었다.한순간 집사는 준호에게서 곽도원의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준호는 곽도원과는 달랐다. 준호는 사람과의 정을 더 중요시했다.준호와 은지의 일 때문에 집사는 은지가 실종돼서 오히려 더 기뻤다.아니면 준호가 한평생 은지에게 잡혀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서재에서 준호가 일을 다 처리하고 보니 새벽 세 시가 되어 있었다.그는 서류를 정리하고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곽도원의 장례식은 오늘 오후에 진행할 예정이었다. 장례식장은 이미 다 마련이 돼 있었기에 준호는 가서 한잠 자야 했다.어제 한숨도 못 잤기에 오늘도 안 자면 머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그러나 준호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눈만 감으면 낮에 봤던 불이 떠올랐다.너무 오래 휴식을 취하지 않아 환각이 나타났다. 준호는 은지가 창문을 두드리며 구해달라고 하는 장면이 보였다.그가 손을 휘둘렀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준호가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