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이 끝나자마자 형탁이 준호에게 한 대 맞았다.준호는 형탁의 네크라인을 잡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네가 그 말 해서 고은지가 못 돌아오면, 넌 나한테 죽었어!”형탁도 그저 장난친 것뿐인데, 준호가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에 이상해했다.“뭐야, 너 진심이야? 고은지가 옥영 아줌마를 내쫓았는데, 이렇게 신경 쓰는 이유가 뭐야?”“나...?”준호가 말문이 막혀 변명할 거리를 생각하려고 하는데, 무전기를 든 경찰이 다가왔다.“고은지 씨를 데려간 차를 찾았습니다. 남화 거리에 있답니다.”준호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형탁의 손에서 차 키를 빼앗아 갔다.형탁이 그 경찰에게 말했다.“그쪽에 연락해서 도움을 구해.”형탁은 급히 준호를 따라갔다.“준호야, 내가 가면 돼. 아저씨 일 때문에 머리 아플 텐데, 너 가서 일 봐.”그러나 준호는 형탁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버렸다.형탁은 두 사람을 더 불러 차에 앉았다.형탁이 차에서 무전기로 소통했고 준호는 차를 돌려 은지가 있는 방향으로 갔다.준호가 늦게 출발했지만, 형탁 쪽에서 검사하는 지점을 여러 개 만들었기에, 은지가 탄 차가 검사지점을 에돌아가 따라잡을 수 있었다.곧이어 두 쪽 사람이 한 다리에서 마주치게 되었다.차가 시야에 들어오자, 굳었던 준호의 몸이 조금 풀렸다.준호는 그 차를 바짝 따라가며 말했다.“다리 위에서 이러면 너무 위험하니까, 꼭 지나가야 하는 곳에 검사 지점을 만들어서 고은지의 안전을 확보해 줘!”무전기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알겠습니다.”조수석에서 형탁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새엄마의 안전을 왜 이렇게 신경 쓰지? 종교를 바꿨나?’상황이 너무 긴박해서 형탁은 준호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잘 지키라고 명령했다.이 다리는 해성시의 낡은 다리와 새 다리를 접목한 다리로서 중간에 두 회전판이 있었다.준호는 그 차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두 번째 회전판을 돌 때, 앞에
준호는 눈이 돌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했다.이때 형탁이 준호의 팔을 잡아당겼다.“준호야! 너 미쳤어?”“나 쟤 구할 거야!”“이렇게 높은데, 아래 불도 나는데, 이미 죽었을 거야. 네가 내려가도 소용없어!”“닥쳐!”준호는 형탁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다시 한번만 그런 소리 하면 죽여버릴 거야! 저렇게 자기 목숨 아끼는데 저렇게 죽었을 리 없어!”형탁은 준호가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고 준호가 왜 은지를 그렇게 구하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형탁은 할 수 없이 준호를 위로했다.“먼저 좀 진정해. 은지 씨가 안에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몰라. 이번 일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그러니까 우리 먼저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보자. 은지 씨가 안 죽었는데, 너 먼저 죽을 일 있어?”준호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형탁의 말에 동의했다. 준호는 가드레일을 힘껏 치고 대답했다.“가자!”다리에서 돌아서 내려오니 7, 8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어떤 사람들이 차량용 소화기로 차의 불을 좀 껐다. 그러나 차가 세게 부딪치고 불에 휩싸여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준호는 타버린 차를 보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 안에 고은지가 있을 리 없어.”“그렇게 나쁜 짓을 하고 죽었을 리 없어!”준호가 고개를 확 돌렸다.“기사 어디 갔어? 잡았어?”일이 너무 갑자기 일어나 형탁이 준호를 따라 다리 아래에 내려와서 사람을 구하고 보니 기사가 이미 사라진 뒤였다.준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의 눈앞에 은지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사람 화 돋우던 장면, 차가운 모습, 집중하던 모습.이때 차를 검사하던 사람이 불에 타버린 금속을 들고 왔다.“차에서 이거 찾았어요.”준호는 찌그러진 팔찌를 보고 귓가에 팔찌를 살 때 들었던 말이 울려 퍼졌다.“남편분께서 아내분을 정말 사랑하시네요. 두 개씩 사시고.”이 팔찌는 준호가 은지에게 선물했던 팔찌다.‘이게 왜 여기에 있지?’형탁은 준호가 눈시울을 붉
곽도원이 별세했다는 소식은 그날 밤에 퍼져나갔다.준호가 예상했던 것처럼 곽씨 집안과 준호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사람들은 이 소식이 정말인지, 곽도원과 거래를 했던 사람들은 곽도원이 별세하기 전에 그 일들을 다 깔끔히 처리했는지 물어봤다.준호는 곽도원의 서재에 앉아 사람들의 질문에 답했다.그렇게 저녁이 되었다.노크 소리가 들리고 집사가 야식을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도련님, 온종일 아무것도 안 드시지 않으셨어요? 어서 드세요.”“배 안 고파. 형탁 쪽은 소식 있어? 차 안에 있던 사람 고은지 아니지?”준호의 목소리를 쉬어 있었고 눈은 충혈이 돼 있었으며 수염을 깍지 못해 더 성숙해 보였다.집사는 고개를 저었다.“차가 너무 심하게 훼손돼서 시간이 더 걸릴 거 같아요.”준호는 눈을 감고 나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다.“알았어. 나가 봐.”집사가 나가면서 준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큰 일을 당했음에도 준호는 무너지지 않았다. 준호는 오히려 당황하지 않고 흔들리고 있는 집안을 버텨내고 있었다.한순간 집사는 준호에게서 곽도원의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준호는 곽도원과는 달랐다. 준호는 사람과의 정을 더 중요시했다.준호와 은지의 일 때문에 집사는 은지가 실종돼서 오히려 더 기뻤다.아니면 준호가 한평생 은지에게 잡혀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서재에서 준호가 일을 다 처리하고 보니 새벽 세 시가 되어 있었다.그는 서류를 정리하고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곽도원의 장례식은 오늘 오후에 진행할 예정이었다. 장례식장은 이미 다 마련이 돼 있었기에 준호는 가서 한잠 자야 했다.어제 한숨도 못 잤기에 오늘도 안 자면 머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그러나 준호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눈만 감으면 낮에 봤던 불이 떠올랐다.너무 오래 휴식을 취하지 않아 환각이 나타났다. 준호는 은지가 창문을 두드리며 구해달라고 하는 장면이 보였다.그가 손을 휘둘렀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준호가 중얼거렸다.“
곽도원의 장례식이 잘 준비되어 있었지만, 시작되자 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사람이 떠나면 차가 식는다. 사람이 죽으니, 상황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곽도원의 죽음을 정말 애도하는 사람들이 왔다 가고 신옥영이 와서 꽃을 놓았다.자신을 30년 동안 묶어 놓은 남자를 보며 별 느낌은 없었지만, 눈을 감았을 때 눈물이 흘러나왔다.눈앞에는 그녀가 곽도원을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대학교 때, 잘생기고 아우라가 넘치는 젊은 남자가 귀빈으로서 제일 앞에 서 있었다.그때 신옥영이 옆에 있던 룸메이트와 얘기하느라 지나가다가 부딪혀서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다 떨궈버렸다.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봤을 때, 그녀는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책을 줍는 것도 잊어버렸다.곧이어 교장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국장님을 치다니!”“괜찮습니다.”그 남자는 허리를 숙여 책을 주워 주었다. 신옥영의 손보다 훨씬 큰 손이 그녀의 책을 쥐고 먼지를 털어주면서 웃었다.“이 책은 내용이 너무 깊을 텐데? 이렇게 예쁜 아가씨는 소설 좋아할 줄 알았는데요?”신옥영은 그때 그저 학생이었기에 곽도원처럼 큰 인물이 물어보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저 귀를 붉히며 책을 건네받았다.그녀는 며칠을 곽도원과 마주했던 장면에 대한 꿈을 꾸었다.신옥영은 이 인연이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인 줄 알았다.그러나 룸메이트와 파티에 참석했을 때, 곽도원을 또 만났다.곽도원은 공식 대표로서 무대에서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그날 신옥영이 그의 이름이 곽도원이라는 것을 알았다.신옥영의 인생도 좋다고, 나쁘다고 하기에는 어려웠다....곽도원의 장례식이 끝나고 준호는 자리로 돌아갔다.해성시로 갔다가 곽도원이 힘을 써줘서 높은 자리로 올라올 수 있었다.곽도원이 죽은 뒤, 지위는 변함이 없지만 실권이 없는 자리로 옮겨졌다. 준호는 남한성으로 가겠다고 신청했고 마치 준호를 쫓아내듯 바로 통과됐다.두 쪽에서 준호의 이동에 대해 준비하는 사이에 준호는 휴가를 한 달 냈다.휴가 첫날에 준
현재의 곽씨 집안과 공씨 집안은 동병상련인 상황이다. 다 예전에 해성시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던 집안이 지금은 평범하게 변했으니 말이다.공씨 저택에 도착한 준호가 태준을 만나려고 했는데, 안에서 남기가 나왔다.“저희 가주님께서 준호 도련님께서 오신 걸 알고 계십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한테 얘기하세요.”준호가 차갑게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랑 얘기해? 공태준 어디 있어? 나 공태준 만나야 해.”남기가 눈썹을 찌푸렸다.“가주님께서 편찮으십니다.”“왜 하필 이때 아프다는 건데? 누굴 속이려고?”“공태준, 나와!”“너 고은지가 우리 아버지 죽일 거 진작 알고 있었지? 네가 도와줘 놓고 발 뺄 수 있을 줄 알았어? 당장 나와!”남기는 준호가 막 말을 뱉는 것을 보고 다급히 막아 나섰다.“도련님! 여긴 곽씨 저택이 아닌 공씨 저택입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비켜!”준호는 남기를 밀쳐냈다.준호가 남기를 발로 차려고 하는데, 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남기야, 먼저 물러나 있어.”태준은 코트를 걸치고 창백한 얼굴로 나왔다.준호는 그런 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설마 진짜 아파?”태준이 미소를 지었다.“도련님께서는 무슨 일로 절 찾아오셨어요? 들어오세요.”두 사람이 객실로 자리를 옮겼다.태준이 자리에 앉자마자 기침하기 시작했다. 비록 서른 살이 조금 넘은 나이지만 몸이 안 좋아 태준은 숨을 쉬는 것도 가빠 보였다.“도련님, 물어보세요.”“당신 고은지 예비 남편 아니야?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태준은 준호가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라 깜짝 놀랐다. 태준은 고개를 저었다.“전 그냥 은지 씨에게 신분을 빌려줬을 뿐입니다. 저희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전 마음속에 다른 사람 품고 있거든요.”준호는 전에 이런 소문을 들었기에 태준의 말을 믿고 말을 이었다.“그래서 훨씬 전부터 계획한 거잖아? 빨리 말해! 뭘 계획한 거야? 왜 우리 아버지 죽인 거냐고!” “도련님께서 다 조사하고 오셨으니 더
고진태는 해성시에서 이성희를 만났는데, 그녀의 얼굴에 흉터가 많았지만, 고진태가 그녀를 갖고 놀기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성희가 임신해서 고진태가 자신을 데리고 나가길 원했다. 그러나 고진태는 곽도원의 권력이 무서워 그녀를 도와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성희가 기녀니, 뱃속의 아이가 누구 것인지 모른다고 했다....이 이야기를 들은 준호는 화가 나, 이가 간지러웠다.“이 아이가 고은지야?”“네.”“이성희 씨가 두 번의 버림을 받고, 곽도원의 사랑을 받다가 기녀가 된 충격에 정신병에 걸려 은지 씨에게 화를 표출했어요.”은지 등에 난 상처를 떠올린 준호는 마음이 아팠다.“이성희 씨는 지금 어떻게 됐어?”태준은 한숨을 쉬었다.“그 당시 이성희 씨가 병에 걸려 은지 씨가 고씨 집안에 가서 도와달라고 했지만 고씨 집안에서 은지 씨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 집에 남게 되었어요. 그 뒤에 개명해서 고은지가 되었고요. 그 뒤로 이성희 씨는 병을 치료하지 못해서 돌아가셨습니다.”준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준호는 형제자매가 없어서 이런 것들을 잘 모르지는 않았다.고씨 집안에서 은지 출생의 비밀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 봐 데려다 키운 것이 뻔했다.그래서 은지가 고씨 집안을 그렇게 미워했다.그러나 그녀는 티를 내지 않고 고씨 집안 사람들이 완전히 자신을 믿게 한 뒤에 치명적인 공격을 해서 무너지게 한 것이다.고씨 집안에 복수를 했으니, 사건의 시작인 곽도원도 가만히 둘 수 없다.준호의 머릿속이 마치 곽도원을 향한 마음처럼 복잡했다.객관적으로 보면 곽도원은 준호의 아버지이고 곽도원의 센 능력을 우러러봤다.그러나 감정적으로 보면 곽도원은 신옥영에게 상처를 준 좋은 남편도 아니고 좋은 남자도 아니었다.신옥영이 곽도원에게 버림을 받아 준호는 분노했고, 은지는 이성희가 흙무지에서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분노했을 것이다.준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다.“이렇게 자세히 얘기해 준 건 나보고 널
형탁이 혀를 내둘렀다.“이걸 뭐 누가 말해야 아나? 너 얼굴에 다 씌어 있구먼. 누가 새엄마를 위해 다리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겠냐! 그리고 이렇게 계속 찾아다니고.”형탁이 눈치채자, 준호도 더 이상 속이지 않고 대답했다.“맞아, 내가 고은지 좋아해.”“뭐?”형탁은 깜짝 놀랐다.“진짜야? 좋아했으면 됐지, 왜 이래?”준호가 말했다.“전에 은지랑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어.”준호의 진지한 모습에 형탁은 손으로 준호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면서 말했다.“열 안 나는데? 왜 헛소리를 하지?”준호가 형탁을 손을 쳐내며 말했다.“나 진지해. 근데 그건 걔가 우리 아버지 독살하기 전 얘기야.”“뭐?”형탁은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잠시만, 고은지가 아저씨를 독살했다고? 나보고 조사하라고 했던 향수가 고은지 꺼야?”“응.”“아니, 어?”형탁은 말문이 턱 막혔다. 준호가 새엄마를 좋아한 것도 모자라 새엄마가 아저씨를 죽였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형탁이 한참 후에야 말했다.“그럼, 네가 지금 고은지를 찾는 건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려는 거야, 아니면 대를 잇겠다는 거야?”준호가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어떻든 일단 찾아내야 해!”‘후자네.’형탁은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새삼 느꼈다. ‘이 자식은 학교 다닐 때도 연애에 관심이 없던 애가 왜 지금?’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들어왔다.“사고 당일 기사가 뛰어내린 뒤 도망치는 장면을 녹화한 차를 찾았습니다.”형탁의 눈에서 빛이 났다.“그 사람...”“보고 당장 오라고 해!”그 경찰은 옆으로 밀린 형탁을 보고 준호를 봤다. 형탁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쟤가 말한 대로 해.”반 시간 뒤, 블랙박스 영상이 보내졌다.사고가 난 뒤, 준호가 처음 그때 장면을 보는 것이다.늦게 감기는 영상에서 기사가 차에서 뛰어내리자마자, 차가 빙글빙글 돌다가 다리에서 떨어졌다.그 장면을 다시 봐
형탁이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피해자의 목이 이상하잖아! 차에 탔을 때부터 이미 죽어 있었던 거야!”준호는 깜짝 놀랐다.차에 탔을 때부터 죽었다면, 다리에서 떨진 뒤에 살 희망이 전혀 안 남은 것이다.전에는 은지가 다리에서 떨어지기 전에 이미 도망갔다고 상상해서, 다쳐서 소식이 없는 거로 생각했었다.‘차에 탔을 때부터 죽어 있었다면 정말 죽은 건가?’준호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다 내 탓이야. 걔를 혼자 차에 두지만 않았다면.”“내가 눈 뜨고 은지가 잡혀가는 걸 놔뒀어. 은지가 날 원망할 거야.”준호가 혼이 나간 것을 보고 형탁이 급히 말했다.“정신 차려. 난 처음부터 이 사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만약 납치라면 목적이 있을 거 아니야? 근데 사람을 잡고 나서 어디에도 연락하지 않았어.”“복수라면 더 말이 안 돼. 복수할 거면 바로 죽이면 되지, 왜 시체를 가지고 갔겠어?”요즘 곽도원의 죽음과 은지의 실종,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준호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준호는 진정하고 이 사건에 대해 잘 생각해 보았다.은지는 차갑고 온정적인 성격이라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복수를 할 만큼 미움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이렇게 오랜 시간 복수를 계획했다면 달아날 노선도 짜놨을 것이다.전에 신경 쓰지 못했던 디테일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곽도원이 죽은 뒤에 은지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일.원래대로라면 준호 곁을 돌면서 변명해도 모자랬다.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말을 안 했던 이유는 할 필요가 없어서이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진작에 떠날 것을 알고 있었다.준호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은지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너 오래 살 거야, 준호야, 미안해.”그 당시 준호는 은지가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었다.생각을 다 정리하자, 준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쟤 안 죽었어!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잘 살아 있어!”...무진에는 어디에나 다 차나무가 있었고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