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에서 오후에 적지 않은 도우미들이 준호가 은지에게 화를 내서 은지가 손목이 나갔다는 소문을 듣고, 의사를 불렀는데도 회복이 되지 않아 병원에 갔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래서 도우미들은 은지가 세게 다친 줄 알았다.은지가 준호를 따라 나간 뒤에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저녁에 곽도원이 돌아오고 도우미가 속닥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도련님이 사모님 손목 잡아끌어서 사모님 손목 나갔다며? 사모님께서 바로 기절하셔서 구급차에 실려 갔대.”이 말을 들은 곽도원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집사,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집사는 준호가 욕을 먹을까 봐 에둘러 대답했다.“은지 아가씨께서 옥영 사모님이 키우시던 꽃을 잘라서, 도련님께서 화를 참지 못하고 충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근데 도련님께서 아가씨 데리고 병원에 가셨어요.”곽도원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탁자 위에 ‘쿵’하고 놓았다.“난 준호가 성숙한 줄 알았더니, 이렇게 작은 일로 새엄마하고 다퉈? 가서 준호 불러와!”...반 시간이면 오는 집을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준호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준호는 차에서 내린 뒤, 조수석으로 가서 차 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나 잡고 내려.”은지가 움직이지 않자, 준호가 은지를 다그쳤다.“얼른! 나 안 잡고 내리다가 다치면 또 내 탓 하려고?”준호가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므로 은지가 그의 팔을 잡고 내릴 때, 준호의 팔이 조그마한 미동도 없었다.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준호는 으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은지는 그런 준호를 무시하고 가려고 하는데, 준호가 그녀를 막았다.“태준 씨는 이렇게 너 못 잡아주지?”“응.”준호가 으쓱해 있는데, 은지가 천천히 한마디 덧붙였다.“평소에는 내가 태준 씨 부축하지.”이 말을 들은 준호는 차 문을 확 닫아 버렸다.은지가 손에 들고 있는 상자를 보고 준호는 아까 샀던 물건들이 떠올라 트렁크에 가서 가지려고 하는데, 기다리고 있던 집사에게 끌려갔다.“도련님,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국장님
준호의 태도가 곽도원의 화를 더 돋울 수 있다는 생각에 집사가 다급히 설명했다.“국장님, 오해하셨어요. 은지 씨 지금 별문제 없어서 방에서 쉬고 계세요. 도련님께서 잘못한 걸 아신답니다.”“잘못한 걸 알면 없던 일로 넘어갈 수 있어? 그런 보잘것없는 꽃이 뭐라고 새엄마한테 손을 대! 옥영이 널 이렇게 가르쳤어?”원래 대충 사과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곽도원의 말을 들은 준호는 그 재떨이를 땅에 세게 던져버렸다.“절 욕하는 건 괜찮은데,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정원에 심은 꽃들 다 우리 엄마가 심은 거예요. 엄마가 반평생을 가꾼 꽃인데, 아버지는 관심 없겠지만, 전 아니라고요!”신옥영이 도우미에게 말해놨기에 준호는 정원 밑에 무엇이 묻혔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엄마가 이 집에 남겨둔 유일한 흔적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그러나 곽도원은 정원에 묻힌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준호가 정원의 꽃 얘기를 하자 귀가 찌릿했다.“됐어!”곽도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곽준호, 내가 경고하는데 네 엄마가 유산한 건 네 엄마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야. 그 여자랑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네 엄마가 과거를 잊지 못해서 애를 정원에 묻어서 날 죄책감 가지게 하려고 그런 거라고! 네 엄마가 혼자서 해결이 안 되니까! 너 한 번만 더 이 말 꺼내면 우리 집에서 나가!”“국장님!”집사가 다급히 막으려고 했지만, 준호가 다 듣고 말았다.서재의 불빛이 준호의 얼굴을 비추었다. 사람들이 준호가 곽도원 젊었을 때 같다고, 잘생기고 눈에서 빛이 난다고 했었다.그러나 준호는 알고 있었다. 자기 하관은 신옥영을 더 닮았다는 것을 말이다.신옥영을 본 사람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 신옥영이 오르지 못했고 준호의 엄마가 신옥영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곽도원의 인생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너무 많이 거론되어 그의 절반 인생을 함께한 아내를 덮어버렸다.모든 사람이 준호가 곽도원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염옥란이 곽도
그러나 이미 늦어 버렸다. 집사는 곽도원이 저렇게 안 좋은 표정을 지은 것을 처음 봤다.준호가 한 말은 두 사람의 혈육 관계를 파탄 냈고 곽도원의 자존심까지 바닥으로 끌어내렸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더라면 곽도원은 그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책임을 지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친아들이 이런 말을 했기에 어쩔 방법이 없다.곽도원의 남자로서 자존심과 아버지로서의 존엄까지 짓밟혀 버렸다.암울한 분위기 속에 불빛도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집사가 분위기를 좀 바꿔 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곽도원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뒤로 물러나지 않았고 준호도 자존심을 굽힐 나이가 아니어서 마찬가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몇 분 후, 곽도원이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네가 내 아들을 하고 싶지 않다면 오늘부터 넌 우리 곽씨 집안 사람이 아니다. 돈, 권력, 네가 갖고 있는 지위까지 내가 다 몰수할 거다.”“그리고 지금부터 넌 우리 집안의 모든 권력을 이용할 수 없다. 곽씨 성도 갖지 말고 네 엄마한테 갈 거면 가서 네 엄마 성 따라. 난 너 같은 불효자 필요 없다.”“국장님!”곽도원이 준호랑 부자 관계를 끊겠다는 말을 들은 집사는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국장님, 도련님께서 지금 화가 너무 나서 이러시는 거예요. 국장님께서 아들이 도련님 한 명뿐인데, 이렇게 부자 관계를 끊으시면 어떡해요!”곽도원은 집사의 말을 무시하고 담담히 말했다.“어서 가서 결혼식 준비해. 곧 제2의 계승자가 나올 거니까.”결혼이라는 말을 들은 준호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준호는 곽도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나가버렸다.“도련님! 도련님!”...아현원에서 희진이 창문을 닫으면서 말했다.“사모님, 밖에 비가 오네요. 얼른 쉬세요.”“응.”희진이 컵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온몸이 쫄딱 젖은 준호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도련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희진의 목소리가 점차 낮아졌다. 왜냐하면 준호의
곽도원의 말이 나오자, 준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곽도원은 내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어!”‘음, 확실히 싸웠네.’은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면 너 옥영 사모님 쪽에 가서 며칠 쉬어.”준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는? 너는 나랑 안 가?”창밖에서는 번개가 쳤고 은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난 네 새엄마야.”“나 이거 물어본 거 아니잖아! 너 나랑 같이 가겠냐고 물어본 거야!”준호는 화내며 말했지만, 시선은 계속 은지한테 있었다.은지는 가운을 걸치면서 말했다.“내가 왜 너랑 가야 되는데?”“우리 아버지, 곽도원 그 사람 좋은 사람 아니야. 그 사람 우리 엄마도 버리고 너도 버릴 거야.”“그럼 너는 어떻게 할 건데?”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도련님, 집에 남아 있으면 난 사모님인데, 너랑 가면 난 뭐가 돼? 아들이랑 도망친 새엄마가 되나? 아니면 남 보여줄 수 없는 애인인가? 넌 나한테 무슨 신분을 줄 건데?”준호는 은지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하고 기분이 다운됐다.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너는 내가 너한테 명분을 못 준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지위를 못 준다고 생각하는 거야?”준호는 은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집 나올 명분이 필요하면 너한테 명분 만들어 줄 수 있어. 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중요하지 않아. 네가 마땅한 지위를 갖고 싶다면 내가 널 데리고 내가 전에 있었던 남한성에 갈게, 열심히 해서 너한테 네가 마음에 드는 지위 만들어 줄게.”은지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너 금방 해원에 오자마자 곽도원이랑 이렇게 분열이 생기면 다시 남한성에 돌아가도 전에 위치로 돌아갈 수 없어.”“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나 내 힘으로 다시 찾을 수 있어!”“그럼, 몇 년이 필요한데?”은지가 자신의 손을 보며 말했다.“너 이재 25살인데, 넌 아직 시간 많아. 근데 난 벌써 서른하나야, 날 마흔까지 기다리게 해서 좋은 생활 누리게 할 거야?”준호
준호의 말에 대답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불을 끄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준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자, 은지가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는 것이다.준호는 화가 나 폐가 터질 것 같았다. 반응도 하기 전에 그는 침대 쪽으로 달려가 은지의 팔을 잡았다.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준호는 주먹을 꽉 쥐더니 침대맡을 세게 쳤다.“고은지! 넌 감정이 없어?”“감정?”불을 켜지 않은 방에는 달빛만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은지는 원래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었지만 이런 몽롱한 빛 아래에서 보니 더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때 아름다운 외모와 정반대인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기녀의 딸이 무슨 감정이 있겠어?”비꼬는 듯한 말투는 차가운 물이 되어 준호에게 끼얹어졌다.그 말은 준호의 화를 가라앉게 만든 동시에 그에게 상처가 되었다.준호는 전에 봤던 자료에 쓰인 어릴 적 상처를 떠올렸다.준호는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분명 은지가 너무 미운데, 또 안아주고 싶었다.은지는 침대에 앉아 준호를 바라보았다.“난 태어날 때부터 진흙탕이었어. 진흙탕 속에서 자랐는데, 무슨 감정이 있겠어. 내가 네 새엄마가 아니어도 우린 안 어울려.”뒤에 채 하지 못한 말은 준호의 입맞춤에 가려졌다. 준호는 은지의 머리를 감싸며 입맞춤했다.처음에는 그저 은지의 입을 막으려고 했는데, 준호가 2개월 동안 참았기 때문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준호가 아무리 은지에게 다가가도 말 못 할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진지한 사랑을 나눌 때만이 준호는 은지의 존재가 실감이 났다.준호의 손은 은지의 머리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갔고 은지는 거절도, 응하지도 않았다.준호가 참지 못하고 은지의 옷 안에 손을 넣으려고 하는데, 밖에서 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국장님, 오셨어요!”이때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문 앞에서 곽도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은지는?”희진은 안으로 들여다보며 침을 삼키고 대답했다.“사모님 주무십니
준호는 은지가 계속 그 드레스를 바라보는 것을 보고 드레스를 빼앗아 갔다.“고은지, 너 정말 곽도원한테 시집가?”“나 이미 여러 번 대답했어. 나 곽씨 집안 안 떠날 거야.”“너!”준호는 원래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닌 데다가 은지가 여러 번 거절하자 인내심이 바닥나 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고은지, 너 오늘 나랑 안 가면, 너 곽씨 집안에서 죽어도 너 신경 하나도 안 쓸 거야!”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드레스를 상자에 정리해 넣었다.“말한 대로 해.”...다음날, 곽도원이 재혼한다는 소문이 아주 빨리 퍼졌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 그저 친한 사람들을 불러서 같이 식사하는 것이었다.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선물을 보내왔다.이 소식은 자연스럽게 신옥영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는데,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준호는 아침부터 화가 잔뜩 나 있었다.신옥영은 정원에서 태권도를 연습하고 있는 준호에게 수건을 건네주었다.“준호야, 그만 연습하고 와서 점심 먹어.”준호는 눈 부신 햇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점심이 됐으니, 결혼식도 시작하겠네.’식탁에 앉았는데, 준호는 상위에 놓인 반찬을 밨지만, 입맛이 없었다.신옥영은 준호의 그릇에 반찬을 놓아주면서 말했다.“준호야, 너 어제저녁에 와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난 거야?”준호는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곽도원이 결혼한대요!”신옥영은 허탈한 듯 말했다.“그렇지, 훨씬 전부터 은지 씨랑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너 이 일로 또 싸운 거야?”“근데 고은지.”준호는 은지의 이름을 말하자 가슴이 저려와 주먹을 꽉 쥐었다.“고은지가 동의했대요.”신옥영은 준호가 한 말이 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나 준호는 자신이 한 말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은지를 탓했다.“제가 고은지한테 곽도원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저랑 같이 저택에서 나오자고 했는데도 저택에 남아 있겠대요. 전 걔가 죽어도 신경 안 쓸 거예요.”“준호야.
준호가 대답하지 않자, 신옥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한참을 생각한 뒤 말을 꺼냈다.“준호야, 은지 씨는 네 아버지랑 결혼할 사람이야. 너, 너 어떻게...!”“곽도원은 이젠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 어제 저 곽도원이랑 연 끊었어요!”“뭐라고?”신옥영은 깜짝 놀랐다.“어제 연 끊었다고?”“네, 곽도원이 제 아버지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어요. 곽도원이 새로운 계승자가 나올 거라고, 저보고 앞으로 곽씨 성 갖지 말래요.”“안돼!”준호의 인상 속에 신옥영은 항상 부드럽고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었다. 준호가 사고를 쳐도 그저 눈썹만 찌푸리는 정도였다.그러나 지금 신옥영은 준호가 본 적이 없는 모습이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분노로 뒤덮인 듯, 그녀는 무너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화를 참으며 한 글자 한 글자씩 말했다.“네 아버지가 새 계승자 하나 더 낳겠대?”준호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신옥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준호야, 엄마랑 저택에 다녀오자.”신옥영이 집에 가겠다고 하자, 준호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오늘 곽도원이 결혼식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가시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어머니 그런 꼴 당하시는 거 못 봐요!”“준호야, 지금 당장 엄마랑 집에 갔다 오자.”신옥영의 엄숙한 모습에 준호는 이상한을 감지했다. 그녀는 자애로운 어머니로서 단 한 번도 준호를 강제로 뭘 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신옥영의 태도는 너무 견결해서 무서웠다....점심에 저택 문 앞에서 은지는 마지막 중요한 손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신옥영과 준호가 온 것을 발견했다.평소에 은지는 계속 진한 색과 연한 색의 옷을 입었는데, 오늘은 빨간색 드레수를 입어 하얀 피부가 더 돋보였다. 가슴팍에 단 블루 브로치와 귀걸이는 그녀가 더 돋보이게 했다. 은지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준호를 무시하고 신옥영 쪽으로 다가갔다.“옥영 사모님.”신옥영은 손에 들었던 상자를 은지에게 건네주었다.“은지 씨, 미안한데 도원 씨
오늘의 결혼식을 너무 급하게 준비해서 식자 자리가 되게 단촐해 보였다. 중간에 놓인 상에서 곽도원은 손님들의 축하 말을 듣고 있었다.“아까 문 앞에서 사모님 봤는데, 너무 아름다우시더라고요. 국장님이랑 너무 잘 어울리세요.”“맞아요! 천생연분이세요.”이때 은지가 들어왔는데, 몸매도 아름다웠고 걷는 자세도 우아해서 멀리서 봐도 아름다운 미인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은지가 더 가까이 다가와 자세히 볼 수 있길 바랐다. 그러나 곽도원은 은지가 문 쪽에, 염옥란을 가장 닮은 거리에 있길 바랐다.익숙한 드레스와 수년간 보관해 왔던 브로치가 가까이 다가오자, 곽도원은 가슴이 뜨거워졌다.그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은지를 반겼다.“왔어?”“네.”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명단에 있는 손님분들 다 오셨어요.”“수고했어.”원래는 부부가 함께 문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는데, 곽도원이 지위가 높아 문앞에서 손님을 맞이할 수 없어, 은지가 홀로 맞이했다.곽도원은 말로는 수고했다고 했지만, 눈에는 미안함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그때 신옥영도 이렇게 혼자 맞이했기 때문이다.‘신옥영, 옥영은 그때 무슨 옷 입었더라?’곽도원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그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해 슬퍼서 술을 잔뜩 마셨던 기억밖에 없었다.곽도원은 이미 술을 몇 잔 마신 상태였고 은지가 손님들을 위해 술을 부어주는 모습이 조금 희미하게 보였다. 이때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오르더니, 귓가에 다른 결혼식의 소리가 들려왔다.“국장님이랑 옥영 씨 정말 잘 어울리세요.”“멋있는 아들 낳길 바라요.”“옥영 씨 국장님 그렇게 오래 좋아하시더니, 드디어 결혼하시네요.”‘좋아한다고? 옥영이 나한테 시집온 건 집안 사이의 원인 아닌가? 왜 좋아한다고 말하지?’알코올은 원래도 아팠던 머리를 더 아프게 했고 곽도원은 주의력을 다른 데로 옮기기로 했다. ‘내가 왜 옥영이랑 결혼했던 거지?’그때 파티에서 곽도원이 염옥란에게 차인 뒤, 혼자 뒤 정원에서 전해주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