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소혜가 단잠에 빠져있는데 팔이 갑자기 바늘에 찍힌 것처럼 아파졌다.소혜가 눈을 떠서 보니 정말 바늘에 찔려 있었다.침대 옆에서 민지가 소혜의 팔을 잡고 피를 뽑고 있었다. 민지는 소혜가 깨난 것을 보고 인사했다.“일어나셨어요? 아직 3병이 남았는데, 곧 다 뽑을 거예요.”소혜가 옆을 보자 안에는 이미 5병이 있었다. 주삿바늘이 아직 팔에 달려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펄쩍 뛰었을 것이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저 피 뽑는데요?”“피를 왜 뽑냐고요!”“아, 지금 임신 준비 중이시라면서요? 도련님께서 소혜 씨 자꾸 밤샌다고 몸 안 좋을까 봐 검사해 달라고 하시던데요?”5병이나 뽑힌 피를 보며 소혜는 지훈이 어제 말했던 임신 준비가 그냥 한 얘기가 아님을 깨달았다.소혜는 애써 피하려고 했다.“아니, 지금 임신 준비하기에 너무 빨라! 먼저...!”“안 빨라.”지훈이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자연 임신율은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떨어지고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또 떨어지지. 몸조리에 일, 이년 걸리고 임신 준비하는데 또 일, 이년 걸리지. 아이 띠 문제도 고려해야 하잖아. 그렇게 계산하면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이미 늦었는데?”지훈이 말을 마치자 민지가 마침 마지막 한 통까지 다 뽑았다.“다 뽑았어요. 저 먼저 가겠습니다.”“아, 저기, 잠시만요!”소혜가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는데 지훈이 피 뽑은 자리를 꾹 눌렀다.“피 멈추게 눌러야지.”소혜는 지훈을 보며 물었다.“음, 도련님, 정말 나랑 애 가지려고? 날 닮으면 어떡해?”지훈은 소혜를 잠시 바라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여보는 유명한 프로그래먼데, 얼마나 훌륭해?”지훈이 분명 예전처럼 다정하게 얘기하는데 소혜는 둘 사이에 벽이 세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소혜가 물었다.“도련님, 설마 시운 때문에 나한테 화났어? 너 시운 싫어하지?”지훈이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너는? 넌 시운 좋아?”“어? 나? 난 꽤 좋아하지.”‘그냥 말 잘 듣는
지훈은 소혜가 시운이 그날 밤에 남자라고 착각한 줄 모르고 그저 옷을 가져다준 명분으로 알게 된 줄 알았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소혜가 시운과 3년이나 관계를 유지했고 아까 좋아한다는 말까지 들으니, 화가 좀 났다.지훈이 소혜에게 다른 빚을 더 추가로 할지 생각하던 참에 소혜가 문을 두드렸다.“도련님, 안에 있어?”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저 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응, 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소혜는 둘 사이가 사랑을 나누기 전으로 돌아간 듯싶었다.소혜는 당황한 듯 말했다.“그, 도우미가 너 몸 불편하다고 하길래 보러왔어.”“나 괜찮아.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래. 그리고 아래층에 시운 씨가 너랑 먹으면 되니까 안 심심하잖아?”소혜가 대답했다.“그게 어떻게 같아.”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열리더니 지훈이 안에 서 있었다.“뭐가 다른데?”소혜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지훈을 만나 말문이 막혔다.햇살이 지훈의 등에 비치면서 더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평소에 항상 웃고 있던 지훈이 지금은 웃고 있지 않았다.지훈이 문밖으로 걸어 나오자, 소혜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혜는 벽에 붙어버렸다.“소혜야, 우리 어디가 다른데?”소혜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항상 젠틀하던 지훈이 물러나지 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열심히 물었다.“난 네 눈에 어떤데?”그 순간, 주위가 고요해지면서 지훈의 질문이 소혜의 심장을 쳤다.‘지훈은 어디가 다르지?’‘당연히 다르지...?’소혜가 지훈을 처음 봤을 때 심장이 막 뛰고 눈부셨었다.돈을 적게 내고도 잘생긴 남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지만, 소혜는 전 재산을 다 써서까지 지훈과 만나고 싶어 했다.그녀는 이렇게 무엇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어릴 적, 소혜는 이웃집 손자를 좋아했는데 그 애가 코를 파는 모습을 보고 짝꿍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짝꿍이 우는 모습이 너무 못생겨 옆 반에 남자애를 좋아했었다.소혜는 어릴 때부터 누
소혜는 이런 자극을 감당할 수 없어 도망가고 싶었는데 지훈이 허리를 꼭 껴안았다. 지훈은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속삭였다.“소혜야, 날 좋아해 줘, 응?”반박하려고 하는데 아래층에서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살려주세요!”소혜가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시운이 도우미들이랑 대치하고 있었다.소혜가 아래층에 대고 소리쳤다.“무슨 일이야?”시운이 고개를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대답했다.“누나, 이분들 날 괴롭혀요. 저 죽을 거 같아요, 너무 무서워!”소혜는 죽는다는 말에 그 자리에 굳어 버린 지훈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서 시운은 긴장한 듯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조금 전, 시운은 두 눈으로 도우미가 몰래 죽에 흰색 가루를 넣고 자신에게 건네주는 것을 보았다.‘도련님께서 날 죽이려나 보다.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 해!’긴장한 순간에 고개를 들어 보니 소혜가 지훈과 안고 있자 더욱 화가 나고 당황했다. 어제 스틱스에서 나올 때,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시운은 스틱스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더군다나 시운이 지훈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곳에서도 시운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기도 싫어! 소혜 누나가 내 유일한 구명줄이야!’그래서 소혜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마자 시운은 소혜의 품에 안겨버렸다.“누나, 너무 무서워요, 저 사람들이 날 죽이려고 해요.”도우미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혜를 바라보고 있었다.“음, 오해한 거 아니야? 저분들 다 엄청 착하신 분들인데, 대낮에 널 어떻게 죽여? 죽인다고 해도 저녁에 죽이겠지.”도우미들이 대답했다.“그러니까요.”시운은 울며 고개를 저었다.“진짜예요! 도련님이 절 여기에 데리고 온 것도 소리 없이 절 죽이려고 그러는 거라니까요!”“응?”소혜의 뒤를 따라 내려온 지훈이 말했다.“제가 시운 씨를 데리고 저택에서 죽인다고? 스틱스에서도 죽일 수 있거든요?”
소혜는 시운이 계속 애처럼 소란을 피우자 조금 짜증이 났다. 3년 전의 사고 빼고 소혜는 시운과 아주 잘 지냈었다. 시운이 불쌍하기도 하고 조용한 사람 같아 소혜는 시운을 도와주고 싶었다.그러나 지금 소혜는 시운의 행동들이 이상해 보였다.소혜는 진중하게 말했다.“도련님은 그런 사람 아니야, 너 또 이러면 나 진짜 화내.”소혜는 성격이 좋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이렇게 나오자, 시운은 더욱 당황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운은 지훈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까 봐 더욱 무서워졌다....오후에 지훈이 집을 나갔다. 소혜는 아침에 지훈에게 벽치기를 당하고 자신을 좋아하라는 장면을 떠올리면 온몸이 불편했다.이때 유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소혜는 유진이 자신에게서 지훈의 소식을 얻으려는 줄 알았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유진의 잘난 척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족제비! 나 갈 거야, 안녕!”“어? 잠깐만, 어디 가는데?”“나 어디 가고 싶으면 어디 가는 거지! 뭔 상관이야!”유진의 화가 난 목소리에 소혜는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너 도련님 안 따라다니게? 내 자리 너한테 준다고 했잖아! 너 왜 도중에 포기해?”유진이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다.“포기? 한, 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내 호텔로 와. 그리고 날 공항까지 데려다줘!”소혜는 다시 한번 운전기사가 되어 유진이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하자 유진의 방은 아주 엉망이었다. 옷이랑 신발이 마구 널브러져 있었다.“너 곧 간다며 왜 아직도 짐을 안 싼 거야?”유진은 거울을 보며 메이크업하고 있었는데 그런 소혜를 째려보았다.“다 입은 건데 왜 가져가.”소혜는 널브러져 있는 명품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너 안 가지면 내가 가진다?”유진은 그런 소혜를 깔보았다.“너 지훈 오빠랑 결혼한다면서 왜 이렇게 인색한 거야? 너 이러면 오빠가 얼마나 창피하겠어!”“아, 그렇지. 응? 결혼?”소혜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본 유진은 이를 악물었다.“네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지훈 오빠가 널
“3년?”이 말을 들은 소혜는 깜짝 놀랐다.“우리 둘 3년 전에 말한 적도 없는데, 도련님이 날 어떻게 좋아한다는 거지?”“네가 나한테 물어보면 난 누구한테 물어봐?”유진은 화가 나 쿠션을 툭 던져 버렸다.“아무튼 지훈 오빠는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니까! 넌 거짓말 입에 달고 살잖아!”“쉿.”소혜는 여전히 머리가 아팠다.‘3년 전이면 내가 아직 스틱스에 매일 붙어 있을 땐데? 설마 도련님 취향이 독특해서 나처럼 막 노는 사람 좋아하나?’소혜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데, 유진이 짐을 다 싸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빨리 짐 옮겨줘!”“응.”...공항에서 유진은 소혜의 손에서 트렁크를 건네받고 말했다.“간다!”유진이 가려고 하자 소혜가 팔을 잡아당겼다.“잠깐만, 너 어디가?”선글라스를 낀 유진이 잘난 척하며 고개를 들었다.“당연히 강원에 돌아가서 부잣집 딸 노릇해야지! 내가 지훈 오빠 손에 못 넣었다고 울 줄 알았냐? 웃기네 진짜!”소혜는 유진의 선글라스를 벗겨버렸다. 그러자 소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팅팅 부은 유진의 눈이었다. 유진은 다급히 선글라스를 뺏으며 말했다.“너 왜 그래!”“근데 너 선글라스 끼고 우는 거 이상해. 눈물이 계속 흐르잖아...?”“닥쳐!”소혜는 유진이 또 욕을 하려는 줄 알았는데, 유진은 그저 소혜를 잠시 바라보더니 피해버렸다.“넌 내가 미워하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그래도 별로 안 미운 사람이야!”소혜는 유진이 자신을 욕하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간다고 하니까 좀 아쉽네.”유진은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난 너한테 관심 없어. 너 나 좋아하지 마, 우린 안 돼!”소혜는 웃으며 대답했다.“아, 너무 그렇게 확정 짓지 마, 혹시 이제 네가 나 좋아하게 되면 어떡하려고? 가기 전에 한번 안아보자!”소혜가 다가오자, 유진은 눈물이 쏙 들어가서 소리쳤다.“변태.”유진은 트렁크를 끌고 도망가 버렸다.너무 빨
지훈은 잠시 머뭇거렸다. 너무 조용해서 서로의 심장 소리가 들릴 듯했다.소혜는 유진이 말한 것이 사실일까 봐 조금 무서웠다. ‘내가 모르는 상황에서 도련님이 날 3년이나 짝사랑했다고? 좀 감격스러워. 근데 도련님이 날 3년이나 짝사랑할 수 있나?’‘내가 이렇게 매력이 있다고?’‘아니면 나 연애운이 엄청 좋은가?’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는 소혜가 지훈에게 달려가 입술을 벌리려고 할 때 지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건 얼굴 보고 얘기해야 할 거 같아, 나 지금 집 갈게.”소혜는 기다릴 수 없어 다급히 말했다.“빨리 얘기해! 과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핸드폰으로 뭐 할 거야?”소혜의 말을 들은 지훈이 웃으며 그녀를 설득했다.“소혜야, 나 어떻게 말할지 생각할 시간은 좀 줘야지. 나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땀이 너무 나서 너한테 이 3년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너무 급해서 지훈을 찾아가려고 하던 소혜가 지훈이 3년 전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는 말을 들은 뒤 기분이 좋아서 웃으며 말했다.“헤헤, 알았어, 나 그럼 집에서 기다릴게!”지훈은 아까보다 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응, 여보 조금만 기다려.”통화를 마친 소혜는 다리를 꼬고 앉아 혼잣말했다.“아, 아닌데? 3년 전부터 날 좋아했으면 왜 지금 나더러 돈을 쓰게 한 거지?”너무 깊이 생각한 나머지 2층 복도에 얼굴이 창백해서 지켜보고 있는 시운을 발견하지 못했다.다리가 저려 내리려고 할 때 뒤쪽에서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시운이 복도 계단에서 넘어져 이마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소혜는 너무 놀라 시운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왜 그래! 왜 넘어진 거야?”시운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2층에 있는 도우미를 가리키더니 기절해 버렸다.“시운아, 정신 차려봐!”“빨리 병원으로 보내요!”...지훈이 집에 돌아오자, 거실에서 바닥을 닦고 있는 도우미를 보았다.“집사람은?”“도련님 오셨어요! 시운 씨께서 2층에서 떨어져서 피를 엄청 많이 흘리
시운이 핸드폰을 꺼내 찍은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에는 도우미가 시운을 등지고 컵에 흰색 가루를 넣고 그 컵을 시운에게 건네주었다.화면이 너무 흔들려 영상을 찍은 사람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 수 있었다.소혜가 두 번 돌려 보고 깜짝 놀랐다.소혜가 말이 없자 시운이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아침에, 죽에 독이 들었다고 말했을 때 누나가 절 안 믿고 도련님만 믿으셔서 제가 영상 찍어놨어요. 저 진짜 거짓말 한거 아니고 도련님이 절 죽이려고 한다니까요.”소혜는 지훈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음, 도우미가 설탕 넣어준 건 아니고?”시운이 눈물을 흘렸다.“누나, 영상도 다 있는데 아직도 절 안 믿으세요?”소혜가 대답하지 않자, 시운은 흐느끼며 말했다.“3년 전에 누나가 저를 집에 데려다줬을 때, 제가 빚 때문에 사람들한테 맞는 걸 봤었죠. 그리고 제 아빠가 자기 자식은 꼭 대신 빚을 다 갚아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누나만이 그 말을 듣고 절 도와 신고해 줬어요. 누나가 저한테 그럴 필요 없다고 얘기해 주셨죠, 자기 삶을 잘 살아야 한다고.”“그 후로 누나가 제 업적을 올려 주셔서 제가 정식으로 남자 모델로 일할 수 있었고 회사 숙소에 묵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집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어요. 누나, 누나는 절 잘 대해준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누나를 속이겠어요?”소혜는 시운이 옛 상처까지 꺼낸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어쩔 줄 몰랐다.“근데 왜? 도련님이 널 싫어하면 왜 집에 데려다가 재워주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는데?”시운은 소혜의 시선을 피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도련님, 엄청나게 똑똑한 분이세요. 절 이렇게 죽이면 스틱스의 모델들이 누나를 감히 건드리지 못하잖아요.”소혜는 요 며칠 남자 모델들이 인스타에 복근 사진을 안 올린 것을 보고 의아했었다. 예전 같으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올리는데 너무 조용했다.‘아, 그런 거였어?’시운은 이때다 싶어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전에 누나가 도련님
소혜는 무슨 일이 있으면 얼굴에 다 드러나서, 핸드폰을 지훈 앞에 내밀었다.“너 시운이 먹는데 독 넣었어?”지훈이 영상을 보더니 소혜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리 나가서 얘기해. 시운이 치료하는데 방해 되겠어.”“누나, 내 다리...!”지훈이 자신을 까발릴까 봐 두려워 시운은 소혜를 잡아두려 했다. 그러나 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다리 아파요? 석고에 문제가 생겼나? 이 병원에 제가 아는 의사가 있어서 불러서 다시 해달라고 하죠.”“선생님.”시운은 아까 할 때 너무 아팠기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거절하려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미 들어오고 있었고 시운은 멀어져 가는 소혜를 보며 소리쳤다.“누나! 누나, 잠시만요! 아!”복도에서 소혜는 지훈의 손을 뿌리쳤다.“여기서 말하자. 시운이 가족이 없어서 와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너무 멀리 가면 안 돼.”지훈은 한숨을 내쉬고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여보, 집에서 나 기다린다면서 왜 말도 없이 나온 거야?”병원에 오는 길에 소혜는 지훈에게 말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시운이 토하고 싶다고 해서 기사님과 소통하느라 바빠서 잊어버렸다.소혜의 설명을 들은 지훈은 기분이 조금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이 상황이니까 여보가 나한테 말 못 한 것도 그럴 수 있겠네.”“맞아, 미안해.”사과하던 소혜가 문득 깨달았다.“아니지?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야. 너 도우미한테 시켜서 시운이 먹는데 독 넣으라 했어?”“아니.”지훈이 대답했다.“근데 나 도우미들 시켜서 독 넣은 것처럼 보이게 해달라고 했어. 난 그저 걔를 좀 놀라게 해서 목숨이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면 그날의 일을 자기 절로 말하라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끊어 버렸다.“그래서 아침에 시운이 죽에 독을 넣는 것을 봤다는 게 정말 누군가 그렇게 했다는 거지?”지훈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묵인한 상황이다.소혜는 지훈이 자신을 속여서 화가 났다.“설마 도우미 시켜서 시운을 계단에서 민 거야?”지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