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혜는 예전부터 사람들이 민 씨네 집안의 부자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었다. 첫째 도련님은 웃음 속에 칼을 숨기고, 둘째 도련님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며, 다섯째 도련님은 놀고먹으며 생활을 즐기지만, 넷째 도련님이 바로 실질적인 명문 귀공자라는 것을 말이다.그러나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아직 어려서 부잣집 도련님들이 얼마나 잘나가는 줄 몰랐다.진작 알았더라면 일찍부터 돈을 모았을 텐데 말이다....경성.우아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남자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젊은 여자는 그를 보자마자 귀하게 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튼튼해 보이는 몸에 매끈한 피부,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에는 하트가 나오고 있었다.잘생기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와 예쁘고 수줍음이 많은 여자는 정말 잘 어울렸다. 이런 그림을 본 소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가장 구석에 있는 식탁에 기대어 있던 소혜는 돈이 없는 자신이 그런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음에 화가 났다.소혜의 인간미 없는 오빠한테서 지훈이 강원 부잣집 딸의 눈에 들어 그 집에서 4,000억을 주고 지훈을 사위로 삼겠다고 했다는 것을 들은 뒤로 소혜는 위기감을 느꼈다.그래서 그녀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지훈이 다른 집의 사위가 되기 전에 단단히 붙잡고 같이 자기!둘째, 만약 저녁잠이 아니라면 낮잠도 괜찮다.셋째, 만약 낮잠도 자지 못한다면 돈을 어디에다 썼는지는 알아내야 한다!소혜가 지훈을 주시하며 웅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시야가 가로막혔다.직원이 이를 가득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손님, 주문 도와드릴까요?”지훈 때문에 비워진 자기 지갑을 만지며 소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야채 샐러드 하나 주세요.”“네, 7만 2천 원입니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야채 샐러드가 7만 원이라고요?”“네, 저희 가게에서 쓰는 야채는 모두 세계 각지에서 수입해 온 수입산 야채이고, 수석 셰프께서 요리해 주시기 때문에 많이들 찾아주십니다.”소혜는
유진의 분석을 들은 지훈이 웃었다. 준수한 외모에 웃으면 여우처럼 가늘어지는 눈매가 눈에 뜨인다.“미안. 나한테 그런 사연은 없어. 그냥 단순히 돈을 좋아할 뿐이야.”“왜요?”돈을 언급하자 지훈의 눈에서 빛이 났다.“나한텐 계좌에 점차 커지는 숫자가 엄청 매혹적으로 다가와.”그의 눈은 이미 돈에 도취한 사람 같았다.“돈으로 네가 필요한 모든 물건을 바꿀 수 있고, 필요하지 않을 땐 그저 계좌에 가만히 있을 뿐이지. 이거 봐, 돈처럼 아름다운 물건이 또 있어?”유진이 그런 지훈의 모습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지훈 오빠, 오빠는 부잣집 도련님인데, 다른 사람들이 돈 너무 밝힌다고 얘기하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지훈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그 말을 한 사람들은 돈을 나한테 줄 수 있을까?”“그건...?”유진은 말문이 막혔다.지훈은 손목시계를 보았다.“두 시간 다 됐네. 연장할래?”지훈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그녀는 블랙 카드를 툭 쳤다.“연장할게요!”...그 뒤로 지훈은 유진과 함께 디저트를 먹고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저녁을 먹었다.유진이 지훈을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지훈은 차 문에 기대어 손목시계를 두드렸다.“미안하지만 이미 9시야. 이제부터의 시간은 나의 자유시간이라 외부에 판매하지 않아.”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유진의 차 문을 닫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저기, 지훈 오빠!”유진을 보내고 지훈은 민 씨네 저택으로 돌아왔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 그의 허벅지를 껴안았다.“지훈!”지훈이 고개를 숙이자 하루 종일 그를 기다린 먼지투성이가 된 소혜를 발견했다.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지훈을 보고 있었다.“너!”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소혜는 울상을 지었다.“바지 벗어서 나한테 보여줄 수 있어?”지훈이 나가려 하자 소혜는 마구 소리쳤다.“장사를 할 땐 사람 사이의 정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우린 친척이잖아! 어떻게 물 한 잔을 안 주냐?”10분 후, 소혜는 거실에 앉
지훈은 소혜의 생각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친절하게 지갑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기사님보고 너 데려다주라고 말해 놓을까?”소혜가 고개를 끄덕이려 하자 지훈은 방금 떠오른 듯 안타까워했다.“맞다, 내 운전기사 휴가 내고 고향에 갔어. 미안해.”소혜는 화가 났다.‘내가 너 득의양양한 거 모를 줄 아나?’소혜는 무리수를 던졌다.“너도 봤잖아. 나 택시 탈 돈도 없고, 살 곳도 없어. 그래도 친척인데 하룻밤만 재워 줘.”그녀는 소파에 있는 쿠션을 안고 말했다. “나 소파에서 자면 돼.”지훈이 거절하기 전에, 그녀는 큰소리쳤다.“이 어두컴컴한 밤에 나 같은 소녀가 만약 어떤 변태한테 잘못 걸려서 사고라도 나면, 둘째 형님한테 뭐라고 할 건데!”지훈은 눈썹을 찌푸렸다.“나는 우리 형이 널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사실 나는 둘째 형수를 제외하고 민도윤도 형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걸?”“게다가.” 지훈은 소혜를 한 번 보았다.“널 집에 남겨 두면 나도 위험하다고 생각해.”소혜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소파에 뛰어올라 소파의 높이를 빌어 지훈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너, 너, 나 너한테 40억 넘어 썼어! 소파 하루 빌려 쓰겠다는데 왜 그렇게 굴어! 네가 이렇게 도덕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으면 이 돈 가지고 스틱스에 갔을 거야! 경수혁은 너처럼 이렇게 무정하지 않아!”지훈은 미소를 지었다.“미스 진, 네가 밟고 있는 이 소파 얼마짜린지 알아?”“어...?”소혜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피부보다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소파를 바라보았다. 비싸 보이는 소파에서는 돈 냄새가 풍겨 왔다. 지훈의 말을 들은 소혜는 소파 위에서 뛰던 동작을 멈췄다.“어, 얼마야?”“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아. 마침, 네가 나한테 쓴 돈보다 세 배가 많아. 가죽을 한 번 관리하는 데만 해도 1,800만 원 넘어 드는데, 네가 남긴 발자국은.”지훈은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계속해서 얘기했다.“적어도 5,400만 원은 필요해
지훈이 몸을 돌리자 소혜는 중얼중얼 혼잣말했다.“헤헤, 수혁을 찾아가 축하 파티 열어야겠어.”“20만 원이면 충분할 거야.”소혜가 열심히 돈을 세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돈을 모두 가져가 버려 5천 원조차 남지 않았다.소혜는 너무 화가 났다.“너 왜 그래!”지훈은 웃으며 대답했다.“이자.”소혜는 이해할 수 없었다.“아니, 이렇게 적은 돈까지 탐낸다고?”지훈은 돈을 만지작거리며 아쉬워했다.“좀 적긴 해도 돈은 돈이잖아. 이거라도 만족할게.”말을 마치자, 그는 소혜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돈을 주머니에 넣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소혜는 지훈의 뒷모습을 보고 울먹이며 이를 갈았다. ‘이제 돈이 생기면 꼭 지훈을 붙잡고 잘 거야!’‘근데 언제쯤 돈이 생길 가...?’...다행히도 지훈이 너무 나쁜 사람은 아니라 소혜를 기숙사에 쫓아 보내지 않고 게스트 룸에 안배해 주었다.그녀의 강력하게 요구하에 하녀는 그녀에게 지훈과 같은 층에 있는 방을 청소해 주었다. 비록 지훈의 방은 중간에 있고 소혜의 방은 구석에 있지만, 그녀는 자신을 위로했다. ‘같은 층에서 자는데, 한 침대에서 자는 일도 멀지 않았을 거야.’샤워를 마치고 지루함을 느낀 소혜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지훈과 자신이 맞팔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그녀가 첫 달에 지훈이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서 바로 VIP 카드를 만든 것을 후회했다. 처음부터 입맞춤할 거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기껏해야 손잡는 정도라 예상했었다.그 뒤로 두 달 동안은 VIP 손님이 아니라 그저 문자로만 애정 표현을 주고받는 것이 싱겁다고 생각했다.‘지훈이 이렇게 돈만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모기처럼 몸에 혹을 만들어 주는 건데!’‘흑흑, 지금 만나는 부잣집 아가씨는 그렇게 돈이 많은데, 자연스럽게 서로 간의 진한 교류가 있었겠지!’소혜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불이 꺼진 복도를 보더니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든 듯싶었다. ‘이렇게 어두운데 사람
“아니, 넷째 도련님.”“내 옷 벗기지 마! 안돼!”“옷만 벗고 바지는 안 벗으면 안 돼.”침대에서 소혜가 잠꼬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꿈속의 그녀는 그 웃음소리가 지훈의 웃음소리인 줄 알고 따라 웃기 시작했다.“넷째 도련님, 너 웃는 거 정말 예쁘네. 나는 모기라 너의 몸을 다 물어 놓을 거야, 헤헤헤.”소혜가 꿈에 푹 빠져 있을 때, 또다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그전보다 더욱 선명하고, 큰소리였다. 그 웃음소리는 소혜를 꿈속에서 끄집어냈다.소혜가 눈을 뜨자 그녀의 침대 옆에 서서 몰래 웃고 있는 두 가사도우미를 보았고, 잠시 어리둥절해 있었다. 소혜는 방금 전의 모든 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혜는 알람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깼어?”소혜는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를 듣고 뻣뻣해진 목을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지훈이 문 쪽에 서 있었다.“넷째 도련님...?”반 시간 전, 지훈이 외출하려고 ‘운전기사’를 깨우러 갔는데, 한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 도우미를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가 사고가 났는지 확인했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자마자 소혜가 한 그런 잠꼬대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자신이 한 추잡한 잠꼬대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안 소혜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침대 옆에 있던 도우미가 여전히 몰래 웃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이 상황을 포기한 듯 그대로 다시 누워버렸다.“나 깼으니까 오늘 공연은 여기서 끝! 더 듣고 싶으면 내일 아침에 다시 오도록.”지훈은 침대에 대자로 뻗은 소혜를 보고 웃으며 도우미에게 말했다.“가서 일 봐.”도우미가 자리를 뜨자 지훈은 손목시계를 보았다.“나 8시에 나가니까 너한테 15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어.”소혜는 손으로 OK를 해 보이며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지훈은 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소혜가 입고 있던 체크무늬 긴팔 잠옷을 바라보았다.“너 꿈에서 날 본 게 맞아?”‘꿈에서 널 안 보면 어떻게 네 이름 부르겠어?’소혜는 어쩔 수 없이
유진이 차에 탄 후 소혜를 발견하자 눈살을 찌푸렸다.“누구?”지훈은 소혜의 엉망진창인 뒤통수를 보고 대답했다.“내 운전기사야. 네가 가고 싶은데 알려주면 돼.”“기사라고요?”유진은 입을 삐죽 내밀고 소혜를 살펴보았다.“기사들은 보통 다 아저씬데, 이사람은 왜 이렇게 젊어요?”소혜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막 대답했다.“제가 방금 수염을 밀어서요. 믿기 힘드시면 한 번 만져 보세요. 저 다리털도 엄청나게 굵어요.”“푸.”그 말을 들은 유진이 웃었다.“됐어. 지훈 오빠는 너처럼 그렇게 거친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운전해.”이렇게 소혜는 두 사람을 촬영 장소까지 모셔다드렸다.도착해서야 여기가 웨딩드레스 가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진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지훈 오빠, 저랑 웨딩사진 찍을래요?”‘뭐야! 이렇게 논다는 거지?’그러나 소혜를 놀라게 한 것은 지훈이 뜻밖에도 유진의 부탁을 거절한 것이다.“유진, 웨딩사진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 이렇게 가볍게 촬영하는 거 아니야.”유진은 조금 실망했지만, 그저 시도해 본 것이기 때문에 투덜거리며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소혜는 지훈을 바라보았다.“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네?”“넘지 말아야 할 선?”“그래, 웨딩사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으니 마음대로 찍으면 안 된다며?”“아, 그거?”지훈은 미소를 지었다.“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은 당연히 특별한 가격으로 사야지. 오늘은 그저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가격인데, 웨딩촬영을 하면 나만 손해잖아?”‘그럴 줄 알았어!’얘기를 하던 중 유진이 메이크업 실에서 머리를 내밀었다.“야, 너.”소혜는 자신을 가리켰다.“저요?”“그래, 바로 너. 와서 가방 좀 들어줘.”“저는 운전기사라 이런 서비스는 없습니다.”“팁 줄게!”“가요, 아가씨~”...메이크업 실, 유진이 앉자마자 소혜가 물었다.“아가씨, 보통 팁을 얼마나 줘요?”유진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너무 났다.“왜 너희 넷째 도련님도 이렇게 돈을 좋아
저녁에 저택으로 돌아온 소혜가 이 팔찌로 지훈과 빚을 갚으려 할 때 지훈은 그 팔찌를 몰수했다.“내 것이야.”소혜는 깜짝 놀랐다.“아니, 장난 그만 쳐!”지훈은 소혜가 오늘 아침에 서명한 계약서를 꺼내 그중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씌어 있잖아.”[근무 기간의 소득은 사장이 갖는다.]‘잠깐, 이건 내가 아침에 외출하기 전에 도우미가 준 종이 아니야? 이게 몸을 파는계약서였다니!’“하늘이시여, 살길이 없어요!”자신이 직접 누른 도장을 보고 소혜는 철저히 절망했다.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운전기사의 일을 하면 먹고 자는 것이 포함이라는 사실이다. 저녁, 소혜는 밥상 옆에 앉아 이리저리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훈이 먹는 것이라면 무조건 좋은 것일 거라는 생각에 뺏긴 팔찌 값만큼 먹어오리라 다짐했다.잠시 후, 도우미는 작은 도자기 잔 두 개를 소혜와 지훈의 앞에 놓았다.소혜는 지훈이 우아하게 그 뚜껑을 여는 것을 보고, 그녀도 따라서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는 무슨 국물인지 알 수 없는 국물이 들어 있었다.소혜는 그제야 이 국물이 저녁 식사라는 것을 깨달았다.‘아니, 고작 이거뿐이야?’지훈이 먼저 열지 않았다면 소혜는 이것이 이쑤시개 통인 줄 알았을 것이다.소혜는 숟가락을 들기 귀찮아서 직접 그릇을 들고 반 그릇을 마셨다. 지훈이 국을 마시는 것을 본 소혜는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메인 요리는?”“이것이 메인 요리야.”“뭐?!”소혜는 화가 났다.“너무 짠 거 아니야? 나 하루 종일 소처럼 일했는데, 소고기 좀 줘야 하는 거 아니야?”지훈은 미소를 지었다.“이거 소 한 마리보다 더 비싸. 너 지금 이미 소 반 마리를 먹은 거야.”소혜는 그릇에 있는 국을 보고 울먹였다.“어쨌든 비벼 먹게 밥 한 그릇 줘.”소혜가 국밥을 다 먹고, 지훈도 밥을 다 먹고 나서 그는 소혜를 보며 웃었다.“내일 아침에 봐.”“아! 잠깐만!”소혜는 입을 닦고 쫓아갔다.“저기, 묻고 싶은 게 있어!”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소혜
꿈이 너무 진짜 같고 중독된 소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절을 했다.“너무 감사합니다! 더 부탁드려요!”또 늦잠을 잘 가봐 소혜는 자기 전에 문을 닫지 않았다. 지훈은 소혜의 방 앞을 지나가다가 마침 그녀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았다.“미스 진, 혹시 내가 모르는 종교 믿어?”또다시 이런 모습을 들킨 소혜는 창피했다. 그녀는 지훈을 등지고 자신이 너무 변태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그래, 나는 침대 신을 믿어. 침대 신은 나의 아름다운 꿈이 실현되도록 지켜줄 거야.”“아, 그래. 뭐 좀 준비해 줘?”“그럴 필요 없어, 침대 신을 성의 있게 믿으면 효과가 있어.”“좋아, 그러면 나는 너의 예배 의식을 방해하지 않을게,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갈게.”지훈이 가는 소리가 들리자, 무릎을 꿇고 있던 소혜는 몸이 풀려버렸다. ‘하마터면 또 창피한 일이 생길 뻔했네!’...오늘의 일은 여전히 유진 공주를 목적지까지 모시는 것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놀이동산이다.유진과 지훈이 놀고 있을 때 소혜는 서 있었고, 그 둘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소혜는 지켜보고 있었다.둘이 바이킹을 타려고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아가씨, 이것도 못 타요?”소혜가 고개를 돌려 보자 어떤 대학생이었다. 소혜는 자신이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말할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네.”대학생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저도요. 좀 부끄럽지만, 전 남잔데도 이런 거 못 타요.”“그게 뭐 어때서요. 억지로 타다가 다른 사람 몸에 토하는 것보다 나아요.”이 말을 들은 그 학생은 웃으며 소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저는 양석현이라고 합니다.”“저는 진소혜라고 합니다.”석현은 기뻐했다.“아, 이름 예쁘시네요.”소혜는 석현의 희고 깨끗한 얼굴을 보고, 고질병이 또 도졌다. “고마워요, 번호 드릴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소혜가 능숙하게 석현에게 번호를 주려고 하는데, 가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