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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작별

이 순간의 케빈은 기억을 잃었던 그 어리숙한 청년이 아니다. 그는 시영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시영에게 이미 한 번 상처 준 적이 있는 그가, 이제야 겨우 시작된 시영의 인생을 또다시 망치게 할 수는 없다.

케빈은 눈을 감고, 힘겹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공기는 마치 죽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케빈은 시영이가 화를 내며 그를 괴롭힐 줄 알았지만, 그녀는 그저 웃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몸을 앞뒤로 흔들었고, 뒤로 물러나면서 바닥에 떨어진 물건에 발이 걸렸다.

케빈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시영은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녀는 역광 속에서 바닥에 앉아 있는 케빈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케빈, 난 너한테 기회를 줬었어.”

케빈은 호흡이 가빠지며 또다시 버림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강렬한 충동을 느껴 시영을 붙잡고 싶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의 일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결국, 그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아가씨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짧은 하루 동안 두 사람 사이의 그 깊은 골이 다시 나타났다. 시영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케빈을 보자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쳤었다.

광기가 지나간 후의 피로가 점점 시영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케빈, 사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정말 피곤한 일이야.”

케빈은 멍하니 시영을 쳐다보았다. 시영과 눈이 마주쳤을 때, 케빈은 자신이 뭔가를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을 잡으려고 애쓰는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호사였다.

“시영 아가씨, 사모님께서 몸이 불편하시다고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시영 씨를 부르셨습니다.”

시영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다시 우아한 아가씨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

문을 나서기 전에, 시영은 케빈을 흘끗 쳐다보았다.

“내가 돌아올 때, 너는 여기 없었으면 좋겠어.”

“네, 아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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