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23화 잘 어울리네

그 시각 문 안.

시윤은 도준의 몇 마디에 얼굴을 붉히며 화내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현재의 상태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쫓아내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굴었으면서, 왜 자고 일어나니 딴사람이 된 거지?’

하지만 그 순간, 어제 수진을 달래려면 꽤 애먹어야 한다던 도준의 말이 떠올라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졌다.

도준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저와 한수진 사이에서 저울질하는데, 저는 도준의 말 몇 마디에 가슴이 두근대는 게 한심했다.

이건 시윤이 원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감정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에, 그런 경험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진정을 되찾은 자신을 확인한 시윤은 옷을 갈아입고 욕실 문을 나섰다.

두 사람이 묵은 방은 호텔의 스위트룸이었다. 밖에 나와보니 테이블 위에는 도준이 준비한 아침이 놓여 있었고, 도준은 옆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입맛 없어서 아침은 됐어요. 먼저 돌아갈게요.”

어제부터 지금까지 벌써 12시간이 돼가는데, 당장 피임약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시윤이 지나갈 때, 도준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으며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제 나 안 했어.”

시윤은 고개를 홱 돌렸다.

“알아요, 그래서 지금...”

도준은 손에 든 약을 흔들거리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사러 가게?”

‘피임’이라고 쓰여 있는 약을 보자 시윤은 묵묵히 대답했다.

“도준 씨 곁에 이제 한수진이 있으니 이러는 편이 우리한테 좋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도준의 목소리는 확 가라앉았다.

“하긴, 한수진이 있으니 내 곁에서 떠날 명분이 생겼겠네?”

객관적으로 볼 때, 맞는 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민도준 옆에 다른 사람이 있기에 예전처럼 그를 피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안 그랬다면 도준이 저를 곁에 묶어둘까 봐 피하기 바빴을 테니까.

도준은 시윤의 표정에서 답을 얻은 듯 입꼬리를 올렸다.

“밥 먹어, 밥 다 먹으면 줄게.”

도준은 거절하지 말라는 듯 명령조로 말했다.

그래도 약을 준다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