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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달래려면 꽤 애먹어야 하거든

도준의 눈빛은 그 순간 살짝 흔들렸다. 이윽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아파?”

다정한 말에 시윤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아파요.”

고개를 들어 도준을 보니 그의 눈에는 어제보다 더 많은 핏발이 서 있었고, 검고 깊은 눈동자 속에 담긴 감정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다.

그 순간 갑자기 민시영한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도준이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던 말...

다시 입을 연 순간 시윤의 목소리에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요즘 잘 지내요?”

도준은 약 몇 초간 멍해 있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왜? 안 좋아 보여?”

분명 전과 다를 것 없는 말투였지만 시윤은 왠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심지어 지금도.

예전 같았으면 도준은 이처럼 차분하게 긴 대화를 이어나가지도 않았을 거다. 본인 내키는 대로 시윤을 어깨에 둘러 메고 나가면 모를까.

‘이런 변화가 한수진 때문일까?’

시윤이 생각하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도준은 시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해원은 언제 돌아가?”

“내일쯤?”

시윤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가.”

그때 도준은 뜬금없는 말을 내뱉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내가 비행기 알아봐 줄게.”

갑작스러운 말에 시윤은 어리둥절했다.

‘지금 나 쫓는 건가?’

이 순간 어떤 기분인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겨우 해탈한 것 같기도 하면서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깊은숨을 한번 들이쉰 시윤은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 비행기 타고 가면 되니까,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요.”

하지만 도준은 시윤의 말을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했다.

“비행기 하나 알아봐, 오늘 해원으로 갈 수 있는 거로.”

전화를 끊은 도준은 시윤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허리를 곧게 세우며 아무렇지 않은 듯 싱긋 웃었다.

“오늘 떠나. 한수진 달래려면 꽤 애먹어야 하거든.”

한수진...

‘한수진이라고...’

시윤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심지어 참지도 않고 피식 웃었다.

‘하긴, 1년이란 시간이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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