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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내 심기 거스르지 마

양현숙은 오랜만에 보는 딸과 집에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딸과 결혼한 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민도준이기 때문이다.

공씨 가문에 당한 경험이 없으면 모를까, 이미 호되게 당한 터라 양현숙은 재벌가라면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생겨났다. 더군다나 도준은 공씨 가문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이니.

만약 억지로 하윤을 남으라고 한다면 오히려 하윤에게 피해가 갈까 봐 겁부터 덜컥 났다.

하지만 도준과 돌아갈 마음이 없던 하윤은 도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양현숙의 팔짱을 꼈다.

“엄마,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 오늘 집에 묵을래요.”

그러자 양현숙은 도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럼 오늘 저녁만 여기서 자고 내일 다시 갈래?”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은 눈동자로 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전에 가족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집을 나가겠다고 하던 사람인데, 이제 가족까지 돌아왔으니 평생 이곳에 붙어 있으려 할 게 뻔했다.

불안할 정도로 오랜 침묵이 흐르던 그때, 도준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그래, 그럼 오늘은 여기서 지내.”

양현숙의 얼굴에 이내 웃음꽃이 폈다.

“그럼 민 사장님도 돌아가서 일찍 쉬어요.”

하윤도 오늘은 겨우 끝났다고 속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그때, 도준이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여보, 나 바래다줘.”

사전에 아무런 말도 없이 이곳에 머물겠다고 한 탓에 마침 하윤은 솔직히 도준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참 동안 핑계거리를 생각하고 있을 때 양현숙이 하윤을 앞으로 밀었다.

“얼른 가봐. 오늘 민 사장님 도움 많이 받았으니 네가 가서 바래다줘.”

양현숙은 나이가 든 만큼 사상도 비교적 틀에 박혀 있어, 하윤이 이미 결혼했으니 당연히 부부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전에 도준에 관한 무서운 소문을 많이 듣기는 했지만 오늘 만나보고 나니 조금은 달랐다. 심지어 집도 찾아주고 오늘 돌아오는데 도움도 줬으니 고맙기까지 했다.

미처 마음의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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