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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끈질긴 구애

하윤은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주시할 뿐, 도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내리는 하윤을 덥석 잡은 도준은 몇 초간 그녀를 바라보더니 싱긋 웃었다.

“휴식시간은 후배한테 할애하고, 물건은 가족 것만 사고, 가까이 앉으라고 했다고 나한테 짜증내기까지 해?”

이윽고 손가락으로 하윤의 이마를 콕콕 찔러댔다.

“이거 나 학대하는 거야.”

도준의 태도는 모처럼 상냥했지만 여전히 고고했다. 게다가 마치 하윤에게 냉대라도 받았다는 듯 억울함을 표하기까지 했다.

하윤은 그게 답답하여 뭘 더 원하냐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더러 아빠를 죽게 만든 범인한테 다정하게 대하라고? 그러면 난 사람도 아니지.’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하면 또 싸움을 불러오고 아무런 결말도 나지 않을 걸 알았기에 하윤은 몇 초간 침묵하다 차 트렁크를 바라봤다.

“저것들 집에 가져가야 해요.”

도준은 하윤이 말을 돌리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 대답했다.

“응, 내일 공항에 데리러 갈 때 챙겨.”

“내일이요? 내일 비행기예요? 몇 시에 출발해서 몇 시에 도착하는데요?”

이제 곧 가족을 만난다는 생각에 하윤의 목소리는 약간 흥분해 있었다.

“내일 아침 출발해서 아마 저녁에 도착할 거야. 내일은 연습 끝나고 어디 도망치지 마, 데리러 갔다가 함께 공항으로 갈 테니까.”

이건 오늘처럼 말도 없이 사라지지 말라는 뜻이었다.

가족을 볼 생각에 하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

저녁식사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배달했는데, 하윤은 내일 가족을 볼 생각에 밥 먹을 생각도 사라졌는지 고작 젓가락질 몇 번만 하고는 이내 내려놓았다.

“배 불러요.”

말을 마친 하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도준은 긴 대리로 하윤의 의자를 다시 돌려놓더니 갈비 하나를 짚어 먹여주었다.

“이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한 입만 더 먹어.”

이런 상황에서 도준과 다정하게 지낼 수 없는 하윤은 도준이 건네는 음식을 생각도 없이 피해버렸다.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내가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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