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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애초에 나를 왜 받아줬어요?

알록달록한 불빛과 쌩쌩 오가는 차 덕에, 해원의 밤은 조금도 외롭지 않다.

집집마다 켠 등불도 번화한 도시에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집안에 있는 사람이 울고 있는지 기뻐하는지 관심 갖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골든 빌딩 주차장에 도착한 차를 보자 하윤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집 못 가게 하는 거예요?”

도준은 그런 하윤을 돌아보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얼굴에 손이 닿기도 전에 하윤은 피해버렸다.

이에 도준은 손을 거두고 담뱃갑에서 담배 한 대를 꺼냈다.

“오늘 나한테 물어볼 말이 많을 것 같아서. 다 물어보면 데려다 줄 거야.”

그 말에 하윤은 침묵했다.

공은채의 일 때문에 확실히 묻고 싶은 말이 많았으니까.

하윤은 도준에게 피치못할 사정으로 저를 받아준 건지, 진심으로 사랑해서 받아준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입안에서 맴돌던 말을 끝내 꺼내지 못했다.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으니.

고은지가 말했다시피 도준 같은 남자는 상황에 순응해서 여자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랑이나 다름없다.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도준이 놓칠 리 없으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도준이 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은채의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하윤은 자기가 한 번도 도준을 제대로 안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본인 역시 도준에게는 그저 바둑알에 불과했다.

민시영이 저를 꼬드기다 실패해 오히려 도준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심지어 공은채가 하윤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할 때부터 모든 게 도준의 계획대로 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도준은 은채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하윤이 고통스러워하고, 바둑판에서 아득바득 애쓰며 원맨쇼를 하고 있는 모습을 빤히 비켜봤으니까.

‘만약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면 그때 그 시험 훈련은 뭐지?’

‘내가 저 때문에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는지, 얼마나 저를 떠날 수 없었는지 분명 알고 있었으면서. 바보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슬퍼하는 내 모습을 지켜본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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