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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그럴 자격 충분해

그동안 도준의 잔인한 모습을 봐온 하윤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는 도준의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에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그 답답함이 사라졌다.

“됐어요. 저도 떳떳하지 못하니 도준 씨한테 따져 물을 자격 없어요.”

“아니, 있어.”

도준은 하윤의 어깨를 잡아 제 쪽으로 돌리더니 사람을 홀리는 듯하 눈빛으로 그윽하게 바라봤다.

“자기는 내 아내니까 그럴 자격 충분해.”

그 말에 하윤의 마음은 하윤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렸다.

하윤은 시선을 내리 깔며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도준은 기어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마주쳤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자기를 위해서야. 착하지? 그러니까 그만 화 풀어.”

저를 달래는 도준의 말에 하윤은 가슴이 무거워졌다.

‘이것 봐, 언제나 내 마음은 귀신같이 알잖아.’

도준은 항상 하윤이 뭘 생각하는지, 뭘 신경 쓰는지, 심지어는 어떻게 하면 걱정을 없애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도준이 한없이 다정할 때 하윤은 행복만 느꼈었다. 그런데 공은채가 어떻게 무너지는 지 지켜보고 나니 더 이상 제 운명을 도준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하윤은 끝내 입을 열었다.

“저 집에 갈래요.”

눈을 내리깐 채 고집을 부리는 하윤의 모습에 도준의 눈에 언뜻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

“여기가 극단과 더 가까워서 더 편할 거야.”

“나 집에 갈래요.”

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고분고분할 때는 달콤한 말만 늘어놓더니, 고집을 부리니 온갖 가시 돋친 말뿐이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도준은 참을성 있게 되물었다.

“그 다음은? 집에 돌아가고 난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려고? 나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려고?”

하윤은 또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으로 하윤이 그렇게 생가하고 있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준은 긴 머리에 가려진 하윤의 옆모습을 보면서 짜증을 애써 억누르고는 하윤의 시선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

“이미 사람 시켜서 자기 가족 모셔오라고 했어. 병원에서 검사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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