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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확실한 거절

눈가리고 아웅하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더니 불을 껐다.

갑자기 드리운 어둠에 하윤의 등은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고 왠지 모르게 당황해났다.

그도 그럴 게, 어둠 속에서 기회를 엿보는 짐승이 언제 제 목을 물어 뜯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때 병원에서 봤던 장면이 눈앞에 언뜻언뜻 지나가더니 공은채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어머니 심장을 정말 신경 쓰는 거 맞아?’

도준이 제 손을 잡은 채 주사기를 누르던 촉감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인지, 움직일 수 없는 몸뚱어리에 갇혀 미친 듯 소리치는 공은채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날 때, 등 뒤에서 도준이 하윤을 끌어안았다.

그 순간 하윤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왜 이래요?”

“추워서 그러니 조금만 안고 있자.”

도준은 말끝을 길게 늘어트리며 말했다.

얇은 천 쪼가리는 도준의 뜨거운 체온을 막지 못했다. 그에 반해 하윤의 손발은 너무 차가워 도준이 안는 순간 뜨거운 온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옷을 사이 둔 채 도준은 하윤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그러다가 점점 부드러운 원단을 따라 하윤의 목덜미로 올라갔다.

목덜미에 자잘한 키스가 이어지더니 도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하윤은 심지어 하윤의 욕망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지도 꽤 되는 듯했다. 매번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미친 듯이 하윤을 밀어붙이던 도준이 이렇게 오래 참았으니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윤의 옷깃 단추를 풀어헤치던 도준은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애써 참았다.

이윽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윤의 귓가에 속삭였다.

“여보, 해도 돼?”

하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 내일 연습 있어요. 오늘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하기 싫어요.”

순식간에 세 가지 이유를 대서 명확히 거절하자 도준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하윤을 품에 안고 한참 주무르다가 곧장 욕실로 걸어갔다.

늘 거리낌 없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도준은 욕실 문도 잠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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