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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1화 행복했던 추억

한때 집 앞 작은 화단에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이제는 온통 잡초만 남아 있었다. 심지어 하윤의 어머니 양현숙이 정성껏 가꿨던 꽃들마저 모두 메말라 누렇게 변해 있었고 가지 위에 고작 누런 이파리 몇 개밖에 달려있지 않았다.

하윤은 굳게 채워진 철문을 보면서 아쉬운 듯 밀었다.

그때, 옆으로 손 하나가 쑥 나와 문을 열어주자, 하윤은 몸을 돌려 의아한 듯 도준을 바라봤다.

이 집은 사실 오래 전에 경매로 팔렸다.

‘공태준이 분명 본인이 사들였다고 했는데, 왜 도준 씨가 열쇠를 갖고 있지?’

‘아, 하긴, 공씨 가문이 무너졌으니 도준 씨 마음대로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

‘우리 가족을 장악했던 게 공씨 가문이었지만 결국은 모두 도준 씨 손에 들어갔던 것처럼.’

철문을 열고 집에 들어간 하윤은 옛날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도어락에서 삐리릭,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문이 열렸다.

하윤의 집은 민씨 저택이나 공씨 저택처럼 호화롭거나 널찍하지 않다. 그러나 2층으로 된 단독 빌라에 생활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특히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세 오누이가 받은 상장만 해도 진열대를 꽉 채웠다.

이성호가 받았던 국제 트로피는 세 오누이가 학교에서 받았던 상장과 트로피들 때문에 모두 구석으로 밀려났다.

심지어 넘쳐나는 옷가지들은 아래층에 궤짝을 만들어 넣었고, 작은 테이블 위에는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레이스 식탁보가 펼쳐져 있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주위를 빙 둘러보던 하윤은 수납식 계단을 올라 제 방으로 가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마치 시공간의 문을 열기라도 한 듯 오래된 기억들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조용한 방 안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나 그 치마 한 번만 입어 볼 게. 절대 더럽히지 않을게, 약속해.’

‘윤이야, 오빠가 잘못했어. 다음 번에 닭강정 사줄게, 그러니까 화 풀어.’

‘우리 딸, 내려와서 밥 먹어야지.’

‘흥, 피아노는 열심히 치지 않더니 밥 먹으라는 소리에는 바로 반응하네.’

하윤은 문득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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