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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어쩔 수 없는 선택

하윤이 말한 모든 건 그저 사막 위에 뜬 신기루에 불과했다.

분명 모두 거짓이지만 너무 목 마른 나머지 그런 희망이라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떨리는 하윤의 등을 계속 토닥였다.

너무 오래 울다 지친 걸까? 아니면 이 따뜻한 온기가 너무 그리웠던 걸까? 하윤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편한 모습은 아니었다. 자다가 아버지가 투신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으면, 경성에서 있었던 간 떨어지는 경험들이 꿈에 나타났으니까.

몇 시간 자지도 못했지만 깨어났을 때 하윤은 온 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눈을 뜬 하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도준이 등을 토닥였다.

“악몽 꿨어?”

“네.”

그래도 잠을 자서인지 하윤의 정신은 어젯밤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이윽고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일어났다.

“저 세수하고 올게요.”

하윤이 화장실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준도 따라 들어왔다.

이곳 세면대는 하윤의 요구대로 두 사람이 나란히 씻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심지어 양치 도구까지 모두 커플로 되어 있었다.

분명 훈훈해야 할 장면이지만, 무겁게 깔린 침묵 때문에 이상하리만치 괴이했다.

도준은 본인 스타일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여성스럽고 귀여운 수건을 도로 원위치에 걸어두고는 입을 열었다.

“밖에서 기다릴게.”

말을 마친 뒤 그는 그대로 문을 나섰다.

사실을 맞이해야 할 때가 오자 하윤은 오히려 조급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도준은 늘 내뱉은 말은 지키기에 어젯밤 모든 진실을 말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어기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세수를 마친 하윤은 침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호흡을 가다듬고 침실 문을 열었다.

도준은 거실 소파에 기댄 채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있었다. 길게 붙어 있는 재를 보면 도준이 한참 동안 담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윤이 말끔하게 준비하고 나온 걸 보자 도준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빛으로 제 옆을 가리켰다.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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