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27화 저 속이지 않을 거죠?

민혁을 쫓은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선 도준의 머릿속에 계속 민혁의 말이 맴돌았다.

‘하윤 씨도 일반 사람인데 이런 일을 겪고 나서 버티는 게 쉽지 않을 거야.’

삐리리-

문이 열린 순간 보이는 환한 거실에 도준은 눈을 가늘게 접었다.

그 순간 소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자의 모습이 도준의 시선에 들어왔다. 하윤은 소파 위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소파와 티 테이블 사이의 작은 틈에 앉아 등을 소파에 기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제 갓 알을 까고 나온 어린 새 같았다.

도준이 한참 동안 바라봤지만 하윤은 전혀 미동조차 없었다.

잠든 줄 알고 가까이 다가가 안으려 했던, 하윤은 놀란 듯 눈을 떴다.

고개를 쳐들자 보이는 두 눈은 이미 새빨개져 있었고 얼굴에 있는 눈물 자국도 마르지 않았다.

도준을 보자 잠깐 경계하나 싶더니 약 2초간 멈칫하다 이내 억울하고 서러운 듯 입을 열었다.

“왜 이제야 왔어요?”

도준은 목이 메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윤을 보자 가슴이 무거워 났다.

“일어나.”

너무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은 탓에 다리가 저린지 하윤은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그러고는 도준을 붙잡고 쉬지 않고 조잘댔다.

“저 주림 선배 봤어요. 그런데 얼마나 웃긴지 알아요? 글쎄, 아빠가 떠날 기회가 있었는데 도준 씨를 만나고 나서 죽었대요. 도준 씨 협박 때문에.”

하윤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웃기지 않아요?”

하윤은 도준의 팔을 힘껏 흔들면서 분명 웃고 있었지만 눈은 무서울 정도로 시뻘게져 있었다.

충격을 먹은 하윤을 보자 도준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달랬다.

“자기 많이 피곤했겠어, 얼른 자.”

“저 하나도 안 피곤해요.”

하윤은 도준의 목에 팔을 감싸며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려놓았다.

“얼른 말해봐요. 웃기지 않아요? 진짜 너무 웃기다. 그쵸?”

이 순간, 하윤은 마치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처럼 위태로웠다. 마지막 동아줄이 끊어지면 그대로 벼랑아래로 추락할 것처럼.

도준이 말을 하지 않자 하윤은 더 조급해졌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