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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떠날 기회

하윤의 울부짖는 소리는 자정에 들리는 슬픈 음악처럼 울러 퍼졌다.

한참 뒤, 겨우 진정한 하윤은 먼지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엎드려 있는 주림을 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우리 아빠 해친 건 분명 선배와 공은채인데 왜 도준 씨한테 뒤집어 씌워요? 그렇게 하면 본인의 죄를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야. 나한테 증거가 있어.”

주림은 눈물을 닦아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이 또 흐려졌다. 하지만 그걸 상관할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때 뉴스가 터진 뒤 교수님은 떠날 기회가 있었어.”

이성호가 은채에게 휘둘렸던 건, 제 ‘잘못’ 때문에 제자가 목숨을 잃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까지 위험해지자 이성호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때문에 뉴스가 터지자마자 가족을 데리고 멀리 떠나려고 했었다.

“내가 교수님을 도와 도망칠 차량도 구해줬어. 그런데 떠나기로 결심한 날, 민도준이 교수님을 보자고 했다는 거야. 민도준의 세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교수님은 자기가 나가지 않으면 가족한테 해가 갈까 봐 만나러 갔어. 그런데 그러고 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셨어.”

주림은 눈물 범벅이 된 채 말을 이었다.

“내가 그때 사진을 찍어 일기장에 꽂아뒀었어. 교수님은 민도준과 만나고 난 뒤 생을 포기했다고.”

사진...

‘공태준이 나한테 줬던 사진이 주림 선배가 찍은 거였어?’

하윤은 가슴이 쪼그라들 것만 같았다.

“그 사진을 또 누구한테 보여줬어요?”

주림은 고개를 저었다.

“보여준 적 없어. 그런데 내가 공씨 저택에 가서 공은채와 싸우던 날 그 사진기를 잃어버렸어.”

존경하는 교수님이 건물에서 투신했다는 소식을 접한 날 주림의 세계는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그 일로 공씨 저택에 쳐들어가 공은채를 죽이려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집 문턱도 넘지 못하고 제 목숨마저 잃어버릴 뻔했다.

‘그 사진기가 공태준 손에 들어 간 거고, 그 안에 있던 사진도 다 봤던 거네. 그리고 몇 년 뒤 그 사진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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