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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고작 비서의 보살핌

성연신은 걸음을 멈춘 채 미간을 찌푸렸다.

심지안은 이상함을 눈치채고 같이 멈춰 섰다.

두 사람이 같이 가고 있었기에 심지안은 시선을 살짝 돌려 무의식 간에 핸드폰의 내용을 보게 되었다.

분홍색 네일이 손바닥을 파고들었고 그 아픔에 심지안은 정신을 번뜩 차렸다.

그녀는 가까이에 있는 남자를 보다가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이성의 끈이 뚝 끊어졌다.

왜 또 잊어버린 것일까.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의 남자인데.

성연신은 임시연과 한 가족이다.

심지안은 시선을 내려 속눈썹으로 복잡한 감정을 가리며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데려다 줄 필요 없어요. 얼른 가서 시연 씨를 챙겨줘요.”

“괜찮아요. 정욱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지안은 멀리 도망가 버렸다.

“진짜 괜찮아요.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돌아가서 임시연 씨를 돌봐줘요. 지금 시연 씨는 연신 씨가 필요해요.”

성연신은 불쾌함을 담아 큰 손에 힘을 주어 심지안의 하얗고 가는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투로 얘기했다.

“다시 한번 얘기하죠. 데려다줄게요. 알겠어요?”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못 알아들었다는 듯 얘기했다.

“하지만 임시연 씨가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아이가 걱정되지 않아요?”

“내가 의사도 아닌데, 가서 멍하니 서 있기만 하면 일이 잘 풀립니까?”

성연신의 잘생긴 얼굴에는 구겨진 표정이 드러났다.

심지안은 그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법이다.

성연신은 그녀의 생각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대로 심지안을 끌고 차에 탔다.

얼마나 세게 밟은 것인지, 시속이 120까지 나왔다.

그동안 성연신은 정욱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 가 임시연을 챙겨주라고 했다.

이미 침대에 누웠던 정욱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명령에 따르며 옷을 입기 시작했다.

자기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사람이라니. 얼마나 게으른 사람인가.

게다가 임시연은 성연신이 보고 싶어서 문자를 한 것일 텐데, 정욱이 가면 별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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