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자신보다 어린 고청민이 일사불란하게 일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청민 씨 여자친구는 참 복 받은 사람일 거예요.”“무슨 뜻이에요?”“잘생겼지, 돈 많지, 듬직하고 성격도 좋잖아요.”그녀의 말에 고청민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정략결혼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재벌 집 남자들은 왜 그렇게 정략결혼을 싫어하는 거예요?”‘이 정도 집안의 정략결혼이면 분명 엄청난 집안끼리 손을 잡는 것일 텐데.’잠시 생각에 잠겼던 고청민은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천성적으로 반항하는 걸 좋아하거나 아니면 내 인생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싶어서 아닐까요?”...장례식이 끝난 후, 고청민은 심지안에게 여론에 대응할 방안을 상의해 보자고 했다. 비록 경찰 쪽에서 곧 정식 발표가 있겠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더 떠들어댈 것이다. 고청민 옆에 있는 경호원은 평소에도 자주 심부름을 했었다. 두 사람은 따로 룸이 있는 은밀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고 경호원은 데스크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였다. 여론에 대응할 법을 잘 몰랐던 심지안은 고청민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한참 동안 듣고 있던 그녀는 뭔가 깨달은 듯했다.“그러니까 청민 씨 뜻은 내 사적인 일이 세움과 연결된 거라면 세움 쪽에서 처리한다는 거죠? 난 신경 쓸 필요 없고요.”“맞아요. 세움에는 이런 일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요. 그분들은 아주 전문적인 분들이에요.”“네, 알았어요.”오히려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쳐다보았다. “손님이 많은가 봐요. 경호원분이 주문하러 간 지 꽤 지났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화장실 들렀을 거예요.”“그래요. 나도 마침 화장실 가고 싶었는데. 잠깐 실례 좀 할게요.”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를 향해 고청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화장실 안, 그녀는 손을 씻으려고 세면대 앞에 섰다. 수도꼭지를 여는
겁에 질린 심지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최근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산 적도 없었고 사업을 하면서 늘 업계의 룰을 잘 지켜온 그녀였다. ‘도대체 누가 날 납치한 걸까...’바로 이때, 조수석에 앉아있던 가면을 쓴 여자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빛에 심지안은 몸을 살짝 떨었다. 가면 속 그녀의 눈은 매의 눈 같았고 유난히 특이하고 음산한 것이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공포 영화 속의 귀신 같아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반면, 고청민은 겁먹지 않고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게 뭐야? 돈이야? 아니면 목숨이야?”“우린 둘 다 원해.”가면을 쓴 여자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큰소리로 웃었다. “이 여자는 돈이 없어. 돈은 내가 줄 테니까 이 여자 풀어줘.”“그건 안돼. 돈은 없어도 목숨은 붙어있으니까.”“나도 목숨 있어!”가면을 쓴 여자는 자신을 떠보는 고청민의 말에 당당하게 대답했다.“내가 원하는 건 이 여자 목숨이랑 당신 돈이야.”‘한 사람을 잡든 두 사람을 잡든 달라질 건 없어. 게다가 이 남자가 세움의 후계자라고 했으니 이참에 돈이나 뜯어내 보지 뭐.’그 말에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심지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청민 씨는 죽이지 않더라도 난 반드시 죽이겠다는 뜻이구나.’“이유는? 왜 이 여자를 죽이려는 거야?”고청민은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그래요. 왜 날 죽이려고 하는 건데요? 난 당신한테 미움을 산 적이 없단 말이에요. 그리고 정말 내가 그쪽한테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하면 될 거 아니에요!”생사를 앞에 두고 체면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사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그 사람은 당신이 죽길 바라거든.”그 말에 심지안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슨 원한이 있길래 날 죽이려고 하는 걸까?’가면을 쓴 여자는 공포에 질린 심지안을 쳐다보며 조롱하듯 크게 웃었다. 10분 뒤, 뜻밖에도 차가 고장이 났다. “지안 씨, 한번 해볼래요?
흠칫하던 심지안은 이내 그를 위로했다.“아니에요. 죽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정당방위라고요.”...한편, 가면을 쓴 여자는 그동안 가끔 차 안을 들여다보았고 그 남자는 여전히 심지안의 몸을 누르고 있을 뿐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10분 뒤, 차가 수리되었고 차에 오르려고 하던 여자는 차 문이 열리지 않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밧줄에서 풀려난 고청민은 그 여자를 향해 웃으며 손을 저었고 그 여자는 눈을 부릅뜬 채 차창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순식간에 차창에 여러 갈래의 금이 생겼고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심지안은 반쯤 죽어있는 남자를 있는 힘껏 밀치고는 다급히 소리쳤다.“빨리, 출발해요!”고청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운전석으로 뛰어가 페달을 밟았다. 백미러 속 가면을 쓴 여자는 잔뜩 화가 난 채로 길에서 아무 차량이나 빼앗아 타고 그들을 맹추격해 왔다. 한편, 심지안은 조금만 더 가면 산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당신 핸드폰도 빼앗긴 거예요?” “네, 그 남자한테 핸드폰 있는지 한번 봐봐요.”운전을 하며 당부하는 그의 말에 심지안은 그 남자의 몸을 샅샅이 뒤졌다.“찾았어요!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요.”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경찰에 알고 있는 단서들을 전부 말해줬다. 고청민도 함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경찰은 한 마디 되물었다.“세움 그룹의 고청민 도련님 말씀인가요?”“네, 맞아요.”경찰은 이번 사건에 관해 재물을 노리고 저지른 납치 사건이라고 초보적으로 판단하고 이내 위치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곧 그들이 성남시 교외에 도착한다는 걸 파악했고 따라서 그들이 적어도 4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현재 속도라면 성남시 경찰이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최소한 한 시간은 걸리는 상황이었다. 이 한 시간 사이 만약 그들이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차를 운전할 수 없기 때문에 분명 위험한 상황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바로 이때, 경찰은 성씨 가문이 소유하고 헬기가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30분도 안 되어 울창한
“그만해. 할 얘기 있으면 돌아가서 해.”옆에 있던 오지석이 앞으로 다가와 두 사람을 말리며 얼른 헬기에 오르라고 했다.“깊은 산속이니 짐승이 출몰할지도 몰라.”심지안을 껴앉고 싶었던 성연신은 고청민의 훼방에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접게 되었고 아무 말도 없이 헬기에 탑승하였다. 심지안은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간단히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피부 외상만 있을 뿐 다른 데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의료진의 그 말을 들은 성연신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마취제를 맞은 탓에 피검사를 했고 경찰들은 내일쯤 결과를 알려준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연락처를 남기라고 했다. 바로 이때, 오지석은 헛기침했다.“고청민 씨는 내가 바래다줄 테니까 연신이 넌 지안 씨 데리고 가서 어르신께 안부 전해드려.”그 말에 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께서도 아셨어요? 할아버지께서 병도 있으신데...”“그러니 어르신께서 걱정하시지 않게 안부 전해드려야죠.”오지석의 말에 심지안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옆에 있던 고청민은 저도 모르게 차갑게 웃었다. ‘안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안 씨랑 같이 있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그러나 그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심지안의 사생활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성씨 가문의 본가.서백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심지안을 쳐다보았다.“지안 씨,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리 낭패한 꼴로...”“혹시 할아버지께서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는 거예요?”미간을 찌푸리며 묻는 그녀의 말에 서백호는 더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말이에요?”“성연신 씨, 지금 나 속인 거예요?”“당신을 속인 건 오지석이지 내가 아니에요.”“옆에서 말리지도 않았잖아요!”성연신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오고 싶어 하는 걸 내가 왜 말리겠어요?”한편, 서백호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고 이내 핑계를 대고는 자리를 떴다.“나더러 지금 여기서 하룻
그의 격렬한 키스에 심지안은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매번 그와 키스할 때마다 그녀는 전혀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 스킨십에 노련한 성연신은 단번에 그녀를 리드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 침실로 향했다. 몸이 폭신한 침대에 맞닿은 순간 갑자기 어젯밤 꿈이 생각난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밀쳐냈다. “안 돼요. 나 건드리지 말아요.”그전에 있었던 잠자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니 마땅히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으로서 윤리는 지켜야 하니까.한편, 성연신은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졌다.“당신 참 솔직하지 못해.”그녀는 눈빛이 흐린 채 그를 쳐다보며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네?”“적극적으로 내 키스를 받아들인 건 당신 아니었어요?”입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정직한 것이다.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수줍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인제 그만 자야겠어요.”“불은 당신이 질렀으니 당신이 꺼야 하지 않겠어요?”그의 뜨거운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욕망이 가득 차 있었다. 심지안에게 왜 이렇게 반하게 되었는지, 왜 이렇게 그녀를 안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 그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시선에 심지안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 사람에 대해 미련조차 없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거야?’“지안 씨, 고청민 씨한테서 전화 왔습니다.”문밖에서 들려온 하인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심지안은 그의 품속을 빠져나왔다. 성연신은 아래층에서 전해진 목소리를 듣고는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 ‘고청민 이 인간. 분명 일부러 이러는 걸 거야! 진현수가 떨어져 나가니 이젠 이 인간까지!’바보 같은 이 여자가 남자를 홀리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게 분명한 것 같다. “지안 씨, 자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방해한 건 아니겠죠?” 전화
심지안은 아침을 한 상 가득 차렸다. 두유, 샤오룽바오 같은 중식도 있었고 과일 주스, 샐러드, 연어구이, 베이컨과 커피 같은 양식도 있었다. 가끔 서백호도 함께 식사하기 때문에 그녀는 조금 더 만들었다. 성수광은 샤오룽바오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성연신과 그녀한테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 그는 하인에게 아침을 위층으로 가져다 달라고 명했다. 성연신은 오랜만에 그녀가 만든 아침을 먹었다. 겉으로는 아무 내색 하지 않았지만 사실 맛있어서 꽤 많이 먹었다. 몇 숟가락 뜨던 심지안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젓가락을 놓고 주방으로 들어가 과일을 찾았다.“연신 오빠!” 애교 섞인 목소리와 함께 공주 치마를 입고 깡충깡충 뛰어 들어오는 고연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주방에서 포도를 먹고 있던 심지안은 주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곧 떠나는 마당에 성연신의 여자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성연신은 고개를 들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냄새 좋은데요. 급하게 오느라 아침도 먹지 못했어요... 같이 먹어도 돼요?”고연희는 냄새를 맡으며 납작한 배를 어루만졌다. 그 말에 심지안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녀가 아침을 준비한 건 늘 그녀에게 다정한 성수광과 어제 그녀를 구해준 성연신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여 그녀는 힘들게 만든 아침을 고연희가 먹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여긴 성연신의 본가이고 그가 원한다면 그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성연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연희를 거절했다.“안돼, 먹고 싶으면 셰프님한테 만들어 달라고 해.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들 건드리지 마.”그 말에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양심은 있네.’“알았어요. 안 먹을게요. 근데 오빠 어제는 무슨 일 있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뭐?”“어제 단체 채팅방에서 오빠가 헬기를 타고 나갔다는 소식을 봤어요.”긴급할 상황이 아니라면 헬기를 띄우는 일은 거의 없었
성연신은 어깨를 들썩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사실이야.”“연신 오빠, 이 여자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에요?”그녀는 큰 충격에 빠진 듯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헬기까지 운전한 거야? 오빠가 이 여자를 엄청 좋아하나?’“잘해주는 게 아니라 난 단지 경찰 쪽의 체면을 생각해 도와준 것뿐이야.”“경찰이요?”그의 말에 고연희는 입을 삐죽거렸다.“거짓말하지 말아요. 오빠가 무슨 좋은 시민도 아니고. 그리고 경찰 쪽에서 부탁한 거라면 그냥 헬기만 빌려줬어도 되잖아요. 굳이 오빠가 직접 갈 필요 있었어요? 이 여자 때문에 간 거잖아요!”웬일인지 그는 고연희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어린애는 어른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 마.”“그래요. 오빠는 단지 도움을 준 것뿐이죠. 나라를 위해 헌신한 거고 그 누구 때문도 아니에요.”고연희는 비꼬는 말투로 심지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그쪽이 도대체 뭐가 특별한 거예요?”“특별한 게 없는데요. 난 그냥 보통 사람일 뿐이에요.”심지안은 성씨 가문의 친척인 오지석이 한 부탁을 성연신은 모른 척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어쩌면 성연신이 자신을 조금 걱정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안이 감추는 게 있다고 생각한 고연희는 그녀를 끌고 밖으로 걸어갔다. “잠깐 얘기 좀 해요. 할 말이 있어요.”심지안은 고연희가 자존심이 강한 부잣집 아가씨일 뿐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녀를 따라 정원으로 갔다. “말해봐요. 연신 오빠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은 거예요? 그 비법 내가 돈으로 살게요.”“사겠다고요? 얼마 줄 수 있는데요?”“나 돈 많아요. 연신 오빠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아요!”“그거 알아요? 당신의 연신 오빠한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아이요?”“연신 씨와 임시연 씨 사이에 아이가 생겼어요.”그녀의 말에 고연희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임시연 그 여우 같은 여자가 돌아왔단 말이에요?”“임시연 씨 알아요?”“진작부터 알고 있었죠
“아니요...”“거짓말이죠. 오빠는 보통 친구를 집에 들이지 않는 사람이에요.”“그렇다면요. 어쩔 생각인가요?”‘나한테 복수라도 할 생각인가?’“오해하지 말아요. 연신 오빠의 전처를 찾아 우리 셋이 함께 임시연을 쫓아내요!”심지안은 한참 동안 고연희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연신 씨 전처는 아마 당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시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알아요?”“시도해 볼 필요 없어요. 내가 바로 그 전처이니까.”심지안은 고연희의 어깨를 토닥이며 피식 웃었다. 그 말에 당황한 고연희는 얼굴이 차갑게 변하였다.“처음부터 날 놀린 거예요?”“아니요. 난 처음처럼 당신이랑 엮이고 싶지 않았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근데 뜻밖에도 고연희가 그녀의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우리 함께 힘을 합쳐서 임시연을 쫓아내요. 당신한테서 연신 오빠 뺏을 생각은 없어요.”“그럼 당신이 원하는 건 뭐예요?”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심지안의 말에 고연희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난 연신 오빠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에요. 그거면 난 만족해요.”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만 행복하다면 뭐든 다 좋으니까. 잠시 침묵하던 심지안이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난 이미 연신 씨와 끝난 사이에요.”“아니요. 끝났다는 건 다시는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나 난 지난번 할아버지 생신 연회에서 당신을 봤어요. 그게 우연이라면 어젯밤 오빠가 왜 그리 급히 당신을 찾으러 갔겠어요?”그 말에 흠칫한 심지안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경찰들을 도우려고 그런 거예요.”“그쪽 생각에 오빠가 아무 사람이나 도와주는 착한 사람 같아요? 어젯밤에 전혀 감동받지 않은 거예요? 언니, 행복은 스스로 쟁취하는 거예요. 임시연 그 여자는 여우 같은 여자예요. 절대 이 집안에 들일 수 없어요!”“아니요. 어찌 됐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