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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드디어 깨어났네

주혁은 은채의 손을 뿌리치며 비웃듯이 말했다.

“다 안다면서? 그럼 직접 알아봐.”

은채는 주혁이 무심히 옆을 지나쳐 나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가슴 속에 서늘한 감정이 스며들며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은채는 주먹을 꽉 쥐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이혼을 더 미룰 수는 없었다.

류씨 가문은 결코 은채가 이 아이를 낳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은채는 배가 불러오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B시를 떠나야만 했다.

곧 은채가 이혼을 원한다는 소식이 류씨 가문에 전해졌다. 류씨 가문의 안주인, 심혜영은 은채를 급히 펜트하우스에서 데려왔다.

류씨 저택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심혜영은 다가와 은채의 뺨을 세게 때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류은채, 너 지금 우리 가문을 망하게 하려는 거야? 하씨 가문에 시집갔으면서 무슨 불만이 있다고 감히 이혼을 요구해?”

심혜영의 손길에 은채의 하얀 뺨이 붉게 부어오르며 화끈거렸다. 그 눈빛에서 나타나는 분노를 보며 은채의 눈에는 잠시 슬픔이 어렸다.

은채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주혁은 외국에서 다른 여자를 데리고 돌아왔어요. 그래서 하주혁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기 전에, 제가 먼저 결정을 내리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엄마, 저는 3년 동안 언니의 이름으로 살아왔어요. 이제 모든 걸 끝내고 싶어요.”

“저는 류은채로 살고 싶지, 류은비나 하씨 집안의 며느리로는 살고 싶지 않아요!”

은채는 억눌린 감정을 터뜨리듯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연민이나 따뜻함이 아니었다.

심혜영은 은채의 입을 재빨리 막으며, 이를 악물고 경고했다.

“조용히 해! 은비를 망쳐놓은 것도 모자라서 이제 우리 집안까지 망치려는 거야? 류씨 가문이 무너지면 네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심혜영의 매서운 모습에 은채의 입가에 쓴웃음이 스쳤고, 눈가에 맺힌 눈물이 차오르다 결국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며 차분히 말했다.

“저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어요.”

은채가 조금 진정하자, 심혜영은 손을 거두며 경멸이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은비가 병원에 누워 있는 건 다 네 잘못이야! 은비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계속 은비의 이름으로 하씨 집안에서 살아.”

“은비는 너를 위해 목숨을 걸었어. 그러니 네가 그 자리를 지켜줘야지, 안 그래?”

은채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지며 무력한 감정이 스쳐 갔다. 잠시 침묵을 지킨 후,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동의하든 안 하든, 나는 하씨 가문을 떠날 거예요. 하주혁이 3년 동안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류씨 가문은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거예요.”

심혜영은 은채의 단호한 말에 더욱 화가 나 은채를 혼내려던 찰나, 전화가 울렸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심혜영의 얼굴에 긴장감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뭐? 은비가 깨어났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은채는 기쁨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거실을 나섰다. 심혜영도 은채의 뒤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가려는 찰나, 심혜영은 은채의 손을 붙잡고 경고하듯이 말했다.

“은비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 하면 네 혀를 뽑아버릴 줄 알아.”

심혜영의 차가운 태도에 은채의 마음이 싸늘해졌다.

“엄마, 저도 엄마 딸이에요!”

심혜영은 매서운 눈으로 은채를 노려보고는 대답 없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에게 은비는 언제나 은채보다 중요했다.

“은비야...”

심혜영은 병실로 들어가며 눈물을 흘리며, 은비의 손을 잡고 조용히 흐느꼈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정말 다행이야.”

은채는 조용히 병실에 들어가, 심혜영과 류승천이 침대에 누워 있는 은비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은비는 방금 깨어나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은채를 바라보았다.

은채는 급히 다가가 은비가 내민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언니, 드디어 깨어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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