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진실을 감춘 결혼
진실을 감춘 결혼
작가: 구수

제1화 우리 이혼해

“류은채 씨, 임신하셨습니다.”

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은채의 심장은 거세게 조여오는 듯한 통증에 휘말렸다. 마치 무언가가 그녀의 가슴 깊숙이 들어와 옥죄고 있는 기분이었다.

손에 쥔 임신확인서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낀 은채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겨우 입을 뗐다.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의사는 잠시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류은채 씨, 믿기 어려우시면 큰 병원에서 다시 검사해 보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은채의 얼굴은 서서히 하얗게 질려갔지만,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은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임신확인서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병원을 나섰다.

...

펜트하우스.

은채가 조용히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한 남자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꿰뚫고 있었다.

막 외출하려던 주혁은 그녀를 발견하자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주혁의 강렬한 눈빛에 은채는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마음속 깊이 숨을 들이쉬고 주혁과 눈을 마주친 은채는 오랜 망설임 끝에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하주혁, 우리 이혼해.”

은채의 말이 끝나는 순간, 무거운 정적이 집 안에 내려앉았다. 마치 모든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차갑고 적막했다.

잠시 후, 주혁의 낮고 냉소적인 웃음이 그 정적을 깨트렸다.

“아직도 열이 안 내렸나 보네?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야.”

주혁은 여유롭게 손을 뻗어 은채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마치 그녀가 아프다고 착각한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정하게 굴었다.

그 예상치 못한 다정함에 은채는 속에서 불쾌함이 치밀어 올라, 주혁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혼 서류는 이미 준비했어. 확인하고 사인만 해 줘.”

은채는 가방에서 이혼 서류를 꺼내 주혁에게 내밀었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주혁은 서류를 받아들고 천천히 내용을 훑어보면서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미소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는 서류를 무심하게 구겨버리며 차갑게 말했다.

“나랑 이혼한 대가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주혁의 눈빛은 이글거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은채는 흔들림 없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야.”

주혁이 자신의 결심을 의심할까 봐, 은채는 다시 한번 강하게 말했다.

“난 절대 후회 안 해.”

은채의 확고한 의지를 본 주혁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그의 눈에는 이제 날카로운 분노가 번졌다.

“이건 네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주혁은 구겨진 서류를 은채에게 내던지듯 던지며,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냉담하게 말했다.

“난 더 생각해 봐야겠어.”

주혁이 문 밖으로 나가려 하자, 은채는 다급하게 그의 팔을 붙잡고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주혁, 넌 날 사랑하지 않잖아.”

“그리고 네가 외국에서 데려온 여자가 지금 중앙병원에 있다는 것도 알아.”

“우리는 행복한 부부가 아니야. 나를 놓아주는 게 너한테도 더 좋은 선택이 될 거야. 이게 우리 둘 다를 위한 거잖아?”

은채는 간절하게 주혁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주혁의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그녀의 손바닥에는 이미 땀이 맺혀 있었다.

주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은채를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또 뭘 알고 있지?”

그 말에 은채는 순간 얼어붙었다. 사실 그녀는 주혁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외국에서 여자를 데려왔다는 것도 우연히 서재를 지나가다가 그가 집사와 나누던 대화를 엿들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주혁의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은 마치 은채의 모든 비밀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

“네가 모르니 내가 알려주지. 그 여자가 돌아왔으니, 널 절대 보내줄 일은 없을 거야.”

주혁의 뜻밖의 대답에 은채는 충격을 받은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