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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쌍둥이 자매

은채의 목소리에는 억누른 서러움이 묻어났지만, 그녀는 감정을 최대한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러나 은비는 은채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단지 감정이 북받쳐 오른 것이라 여긴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응.”

은비는 방 안을 둘러보며 다른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은채와 은비는 한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였다.

은비가 찾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은채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바로 주혁이었다.

은채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숨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망설였다. 마음 한구석이 돌덩이처럼 무겁게 내려앉은 듯 답답함이 가득했다.

은채의 굳어가는 표정을 본 심혜영은 경계의 눈빛으로 그녀를 흘깃 쳐다보더니, 은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비야, 은채는 할 일이 많단다. 이제 보내줘야지.”

심혜영은 은채가 은비 곁에 오래 머물며 불필요한 말을 꺼낼까 봐 걱정이 됐다.

은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은채의 손을 놓아주었다.

심혜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은채의 손목을 붙잡고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는 경고하듯이 말했다.

“은비는 이제 막 깨어났어. 이혼 얘기는 아직 일러.”

“당분간은 내 말대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게 좋을 거야.”

은채는 심혜영의 차가운 경고에 얼굴이 굳어졌지만, 차분하게 한숨을 내쉰 뒤 답했다.

“너무 오래 기다리진 않을 거예요.”

심혜영은 불쾌한 표정으로 은채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잊지 마, 네 언니가 왜 병상에 누워 있는지!”

그 말에 은채는 가슴이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혜영은 여전히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덧붙였다.

“은비가 완전히 회복되면, 그때 네 자리로 돌아가면 돼.”

은채는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심혜영은 그녀의 침묵에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인물을 보고 태도를 바꿨다.

“됐어. 은비가 이제 막 깨어났으니 충분히 쉬어야 해. 네 할 일은 나중에 전화로 말해 줄 테니, 이만 가 봐.”

“보아하니 주혁이가 널 데리러 온 모양이네. 이제 그만 토라지고 잘 지내.”

은채는 잠시 당황한 듯 뒤돌아보았다. 주혁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혁을 본 순간, 은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이내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분명 은비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주혁은 은채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채 씨가 깨어났다고 해서 와봤어.”

그가 ‘은채’라는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은채는 속으로 불편함이 밀려왔다. 3년이 흘렀음에도 이 이름은 여전히 그녀에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은채는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며, 주혁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살짝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그녀가 몸을 움직이자마자, 주혁은 다시 그녀를 제자리로 끌어당겼다.

그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느낀 심혜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은비는 이제 막 깨어났으니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야. 의사도 당분간 조심하는 게 좋다고 했어.”

“바쁜 와중에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주혁은 여전히 무심한 눈빛으로 은채를 내려다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깨어났으니 다행이네요. 제가 은비랑 결혼한 지도 3년이 지났는데, 은비의 쌍둥이 동생인 처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마침 오늘 인사를 나눌 수 있겠네요.”

주혁의 말에 심혜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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