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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언제부터 여기 있었니?

“류은채,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아주머니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심혜영은 은채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채에 대한 혐오감이 짙게 서려 있었다.

“이성연을 쫓아내서 대체 무슨 득을 보겠다는 거지?”

은채는 심혜영의 날카로운 태도에 익숙해진 듯,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불을 걷고 일어나 조용히 답했다.

“엄마,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으신 줄 알았는데, 고작 손버릇 나쁜 사람 문제 때문에 이러시는 건가요?”

“이 아주머니는 제가 쫓아낸 게 아니라, 하주혁이 정한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에요.”

이 펜트하우스의 규칙은 모두 하주혁이 정한 것이었고, 이성연도 그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성연은 심혜영에게 펜트하우스의 소식을 전하며 규칙들을 계속 알려주곤 했던 사람이다. 심혜영은 은채의 차분한 태도에 속으로 이를 갈았다.

“막을 수도 있었잖아.”

은채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강렬한 눈빛으로 심혜영을 응시하며 말했다.

“엄마, 모르셨나요? 하주혁이 외국에서 여자를 데려왔어요. 그래서 요즘 모두 제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죠. 제 옆에 틈을 노리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이 제 옆에, 아니 언니의 곁에 있어도 괜찮으신가요?”

심혜영의 얼굴이 굳어지고,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는 하주혁이 외국에서 여자를 데려왔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은채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이성연은 너와 은비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너무 매정하게 굴면 곤란하지 않겠니?”

은채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응답했다.

“엄마라면 이성연의 입을 막을 방법쯤은 가지고 있겠죠.”

은채는 이미 모든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며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였다.

심혜영은 은채의 단호하고 평온한 눈빛을 보며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은채가 더 이상 어렸을 적 농촌에서 데려온 그 순진했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실감됐다.

“너...”

“절대 은비의 자리를 탐내지 않을 거지? 하주혁을 사랑하는 일도 없을 거야, 안 그래?”

심혜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은채를 살폈다. 은채는 이제 그녀가 비위를 맞춰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심혜영은 은채를 더 이상 예전처럼 조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신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심혜영을 연민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는 처음부터 제가 하주혁과 결혼하도록 강요하고, 이성연 아주머니를 시켜 약까지 써서 저와 하주혁을 관계 맺게 했을 때, 한 번이라도 제가 언니의 자리를 빼앗지 않을지 걱정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심혜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은채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 속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때 은비가 널 맞으러 나갔기 때문에 사고를 당한 거야. 모든 게 네 잘못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지금 하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는 은비의 것이었을 거야”

은채는 심혜영의 말에 이를 악물며 반박하려 했지만, 곧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도 은비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감정이 가슴 깊이 박혀 있었다.

“이만 돌아가세요. 제가 언니의 것을 탐낼 일은 없을 겁니다.”

심혜영은 은채의 차분한 대답을 듣고서야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명심해. 은비가 회복되기만 하면 당장 떠나야 한다.”

은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혜영은 한숨을 쉬며 은채를 냉랭하게 바라보다가 방을 나섰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바로 문 앞에 서 있는 하주혁과 눈이 마주쳤다. 심혜영은 깜짝 놀라며 얼어붙었다.

“주... 주혁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물었다.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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