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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3년 전, 은비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류씨 가문은 기자들의 관심을 차단하며 사고 소식을 외부에 거의 알리지 않았다.

은채는 은비의 신분을 대신하며 류씨 가문에 들어왔지만, 그녀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기에 갑작스럽게 사라져도 주위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진희는 은채를 찾기 위해 몇 번이나 류씨 가문을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은채가 유학을 갔다’는 말뿐이었다. 류씨 가문은 진희에게 은채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으니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진희는 은채가 스스로 더 나은 길을 선택해 완전히 자신들과 단절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년 만에 다시 만난 은채가 은비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너는 부모님의 부탁을 들어 언니 신분을 대신하고 주혁과 결혼한 거야?”

진희는 은채가 전한 이야기를 되새기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은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은비의 사고에 죄책감을 느끼고, 류씨 가문에 인정받고 싶어 부모님의 황당한 결정을 따랐던 것이다.

진희는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정말 바보네. 아직도 모르겠어? 네 어머니는 널 은비만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

“그리고 네가 그렇게 아파할 필요는 없어. 내 사촌 오빠 운기만 해도 너한테 부족하지 않았잖아?”

은채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따뜻한 미소를 지었던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고, 가슴이 아팠다.

“난 운기랑 어울리지 않아.”

은채의 눈물을 보며 진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은채와 오랜 친구였기에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고운기가 은채를 쫓아다녔을 때, 은채는 신중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하려 할 무렵, 은채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진희는 당시 은채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원망했지만, 지금의 무력한 그녀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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