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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해열 패치

은채는 주혁이 다른 행동을 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은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그는 그저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은채가 깨어났을 때, 주혁은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이마에 붙어 있던 해열 패치가 떨어져 내렸다. 은채는 패치를 보며 잠시 멍해졌다.

그때 진미가 세면도구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사모님, 이건 주인님께서 어젯밤에 사모님을 위해 붙여 드린 해열 패치예요.”

“사모님께서 어젯밤 다시 고열이 나셨거든요.”

은채는 해열 패치를 바라보다가 무심히 쓰레기통에 던졌다.

주혁이 가끔 보여주는 다정함은 은비에게 해당하는 것이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약을 가져와. 점심엔 나가야 하니 저녁 준비는 하지 말고.”

진미는 은채가 해열 패치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것을 보고 잠시 놀랐지만, 이내 약을 가져왔다.

은채는 약을 먹는 척하며 물을 마시고, 그 후 욕실로 가서 손에 숨겨둔 약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

진미는 은채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묵묵히 방을 나갔다.

은채는 옷을 차려입고 주혁의 서랍에서 아무 키나 꺼내들어 차를 몰고 서진희네 병원으로 향했다. 펜트하우스를 막 나서려는 순간, 은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은비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나긋했다.

[은채야, 나 오늘 퇴원할 거야. 앞으로는 집으로 오면 되니 병원까지 올 필요는 없어.]

은비가 막 깨어난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퇴원을 준비한다는 말에 은채는 놀랐다.

“몸은 괜찮아?”

은비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큰 문제는 없어. 병원에 있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오늘 아침에 주혁이랑 마주칠 뻔했거든.]

[주혁이가 나를 보고 의심할까 봐 퇴원했어.]

은채는 그 말을 듣고 운전대를 쥐고 있는 손을 살짝 더 세게 움켜쥐었다. 은비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그녀를 불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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