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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요즘 살찐 것 같네

심혜영은 은채를 바라보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채는 지금 막 잠들었어.”

“은비가 어젯밤 잠을 못 자서 몸이 좋지 않다니까, 주혁이가 은비를 데리고 가는 게 좋겠네. 은채는 다음에 다시 와서 보면 되니까 어서 가 봐.”

심혜영은 은채를 경계하듯 바라보며, 그녀가 협조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은채를 바라봤다.

“어디 아파?”

은채는 주혁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걱정보다는 어디엔가 조소가 어리어 있었다.

은채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혜영이 먼저 나서며 말했다.

“은비가 어지럽다고 했으니, 먼저 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주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은채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은비가 몸이 안 좋다니까, 먼저 데리고 가야겠네요.”

주혁이 은채를 껴안는 모습을 본 심혜영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기쁨과 불안이 뒤섞인 표정으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혁이 은채를 데리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두 사람이 병원 복도에서 사라지자, 심혜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병실로 돌아갔다.

병실 문을 열자마자, 은채와 똑같은 얼굴을 한 은비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류승천은 조용히 은비의 뒤에 서 있었다. 심혜영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비야... 다 들었어?”

은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병실 안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은비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간신히 들려왔다.

“잘 됐네.”

그녀의 목소리는 힘겨워 보였고, 붉게 충혈된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심혜영은 다급히 은비 앞에 무릎을 꿇고 변명하듯 말했다.

“은비야, 화내지 마. 엄마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어.”

“이렇게 해야만 네 자리를 지킬 수 있었어.”

그러나 은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휠체어의 팔걸이를 꽉 잡으며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 자신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그녀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자신이 목숨을 걸고 이룬 결혼을 은채에게 그렇게 쉽게 빼앗긴 것이다.

심혜영은 은비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는 은비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은비야, 너무 흥분하지 마.”

“네가 회복되면 다시 주혁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네가 할 일은 몸을 잘 회복하는 거야. 그럼 곧 네 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

은비는 차갑게 웃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정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심혜영은 서둘러 말했다.

“그럼! 은채는 하주혁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네가 회복되면 자리를 바꾸겠다고 약속했어.”

“은채는 3년 동안 네 이름으로 주혁 곁에 있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은비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고, 결연한 의지가 스쳤다. 회복되면 반드시 주혁 곁으로 돌아갈 것이고, 은채가 주혁 주변에 있는 것을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병원 밖.

은채는 주혁의 팔에 안긴 채로 주차장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은 다정한 남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은채는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결국 은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놔.”

주혁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더 꽉 끌어안으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살찐 것 같네.”

그는 은채의 평평한 배를 내려다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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