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화 누구든 상관없어

은채는 서연의 비꼬는 말투에 눈빛이 어두워졌다. 곧 은비와 서연의 관계가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은채는 서연을 가만히 바라보며 차분하게 물었다.

“내가 이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없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

“난 오래는 못 앉아도, 적어도 한 번은 앉아 봤잖아. 근데 넌 이 자리에 오르는 것조차 힘들잖아, 안 그래?”

서연은 은채의 도발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분노에 휩싸였다.

“류은비!”

“3년 만에 보는데, 여전히 얄밉네. 그 사고 때 네 동생이 아니라 네가 다쳤어야 했는데.”

은채의 얼굴이 굳어졌다.3년 전의 사고는 류씨 가문이 비밀로 묻어두었던 사건이었다.

은비 대신 은채가 하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도록 조작된 일이었다. 서연이 그 사고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은채는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어떻게 내 동생을 알고 있지?”

은채는 류씨 가문에서도 존재감이 낮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은채를 은비로 알고 있었다.

은채가 자기를 진지하게 바라보자, 서연은 실수를 깨닫고 얼버무리듯 답했다.

“가끔 주혁 오빠한테 들었거든.”

은채는 말없이 서연을 지켜보았다. 서연은 비웃으며 도발적으로 말했다.

“류은채, 주혁 오빠가 데려온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아?”

서연의 도발에도 은채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은비와 달리 여유롭게 서연의 시선을 마주했다.

“난 그 사람 일에 관심 없어. 하주혁이 외국에서 누구를 데려왔든, 하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진 못할 거야.”

서연은 은채의 태도에 표정이 어두워졌고, 조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은...”

서연이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은채는 차갑게 말을 끊었다.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어. 난 전혀 관심 없어.”

은채는 단호하게 말한 뒤 무심히 서연을 지나 걸어갔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않아,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강한 힘에 손목이 부러질 듯했다.

은채는 얼굴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서연은 갑자기 나타난 주혁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주혁 오빠...”

은채는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주혁은 그녀의 손을 잡아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주혁의 돌발 행동에 은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은채가 묻기도 전에 서연이 급히 따라오며 물었다.

“우리 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은채는 그 말을 듣고, 주혁이 데려온 여자가 서연의 언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상황이 점점 복잡해져 가고 있었다. 주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은채의 팔을 더욱 세게 붙잡으며 무서운 경고의 빛을 띠고 말했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은채는 그 말에 몸이 얼어붙었다. 엘리베이터는 병원의 꼭대기 층에 멈췄고, 주혁은 은채를 끌어내어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에게 말했다.

“채혈해.”

은채는 즉시 저항하며 외쳤다.

“싫어! 안 해!!”

은채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급히 누르며 탈출하려 했지만, 주혁은 그녀를 단단히 붙잡고 위협적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건 네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