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가 되어서야 차 무리가 묘지구역에 도착했다. 전문가들이 관짝을 들고 묘지로 향했다. 정단정은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유골함을 꺼내고는 꼼꼼히 봉했다. 옆에는 강모의 묘지였다. 이웃 지간이 된 그들을 강책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이어서 정해를 드디어 편하게 보냈다는 마음에 안도하며 하늘을 다시 바라보았다.“정삼촌, 조심히 들어가세요.” 강책과 정단정은 정해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는 절을 했다. 옆에는 스님이 목탁을 치며 경을 읽었다. 7재에 정해와 강모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였음으로 둘은 편하게 저승에 도착했을 거라고 강책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해의 배웅길은 강남구 전체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로, 기사에 실리기까지 했다. 그제서야 시민들은 죽은 자가 침몽 하이테크의 총지배인 정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강책은 하루종일 정해와 관련 된 일을 처리하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낯익은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은 정몽연의 언니 정자옥 였다. 왜 온거지? 지난 번 정봉성과 함께 화해를 하기위해 찾아왔지만, 사실 정몽연을 곤경을 빠뜨리기 위한 속셈에 불과했다. 강책은 정자옥을 굉장히 싫어했으며, 오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보, 왔어? 정삼촌 일은 어떻게 됐어?”정몽연이 강책에게 다가가 정해의 일에 관련해 물었다. “잘 해결했어. 근데, 처형이 무슨 일로 오신거야?” 그의 질문에 정몽연의 안색이 살짝 나빠졌다. 강책은 정자옥이 정몽연에게 안 좋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빠르게 눈치챘다. 정몽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강책이 꾸짖었다.“오신 이유가 뭡니까?” 정자옥은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매부, 너무 화내지는 마시고요. 다른 게 아니라 그냥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생겨서요.” 정자옥의 남편 당문호는 동쪽에서 큰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강책은 그녀의 도움에 의구심이 생겼다. 정몽연은 큰일이
정자옥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몽연아, 괜찮겠어?” “당연하지.” “몽연아, 고마워. 그럼 지금 가서 처리할까? 일단 먼저 나한테 주식을 넘겨줘. 그럼 내가 봉성이 집에 가서 15%의 주식을 다시 넘길께.” 그녀의 말에 정몽연과 정봉성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봉성에게 주식을 넘기지 않을 수도 있다. 정몽연은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좋아. 지금 가서 처리하자.” 정몽연도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정자옥의 말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30분도 되지 않아 정몽연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넘겨주었다. 정자옥은 만족한 듯 “이제 봉성이 만나러 가면 되겠다. 15%주면 마음이 조금 놓이겠지?” 라며 말했다. “언니, 빨리 가요.” “응.” 그녀는 마치 정몽연이 후회 할까봐 도망치는 사람처럼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책은 “발연기네.” 라며 입을 열었다. 강책은 정몽연에게 말했다.“진짜 정봉성을 도우러 가는 게 아닌 거, 너도 알고 있지?”“응.” “근데 왜 도와준거야?” “이제 싸우기 지쳤어. 그리고 피를 나눈 가족 이잖아.”정몽연은 말을 하면서 강책의 허리를 잡고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언니가 나쁜 사람 역할 하라고 해. 진짜 둘째오빠를 도와주는 거면 상관 없겠지만, 나를 속인거라면 언니, 둘째오빠, 할아버지의 싸움이 되는 거겠지. 나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어.” 정가는 오랜시간 정몽연에게 모함과 부담감을 던졌다. 할아버지인 정중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손녀를 해칠려고 했다. 이 사실은 정몽연을 큰 회의감에 빠지게 했다.“모레에 있을 회의에서 퇴사 발표하려고 생각중이야. 이제 정가와 더 이상 섞이고 싶지 않아.” 작은 이익을 위해 서로를 할퀴는 길에서 정몽연은 더 이상 나아갈 힘이 없었다. 강책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이 커지지 않길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 정자옥은 정봉성 집이 아닌 교도소 앞에 서있다. 오늘은 그녀의 오빠
시간은 지나 어느 덧 정가의 주식관련 회의 날이 다가왔다. 정가 모든 사람들이 참석하는 날이며, 정계산 처럼 정가와 관련이 없는 사람도 회의에 필참해야했다. 거대한 회의실은 사람들로 빡빡히 채워졌다. 엄숙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매년 열리는 의식 같은 회의이지만 사실 험악하기 그지 없었다. 정계산은 하품을 내쉬며 속삭였다.“나한테 조금의 주식도 주지도 않고, 후계자에도 올리지 않을 거면서 내가 회의를 왜 참석해야하는 건데?” 정중은 정계산을 바라보며 “조용!” 이라며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회의실은 바로 조용해졌다. 그는 주위를 빙 둘러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정가의 일년에 한번 있는 주식 회의가 있는 날로, 지금까지 해온 대로...”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눈에 초점이 없었다. 매년마다 똑같은 결과에 지루함을 느꼈다. 20분이 지나고 후계자 변경에 대한 주제로 바뀌었다. 정중은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끌었다.“오늘 회의에서 제일 중요한 건 회장 변경에 대한 문제입니다. 혹시 추천하시는 분이 있을 까요?” 모두 서로만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알았다. 상황의 흐름으로 보아 이번 년도도 정중이 회장자리를 차지 하는 듯했다. 정계산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뭐랬어요? 결국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다고 했죠? 나이 그렇게 많이 먹고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한거 겠죠?” 정몽연은 정계산의 옷길을 잡으며 “아빠, 하지마요.” 라며 그를 말렸다. 정중은 인상을 찌푸리며 정계산을 노려보았다.“셋째. 똑바로 말해. 잘 되는 꼴에 배 아파 하지말고.””제가요? 내가 회장이 되겠다고 하면 시켜주실 거도 아니잖아요.” 정중은 코웃음을 쳤다. 이어서 정계산을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회장? 주식을 가지고 있는 정가 친척들이 너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그때 회장 자리를 너에게 주마.” 정계산은 어이가 없는 듯 “네네, 감사하네요.” 이라며 답했다. 정중은 고개를 돌려 다시 질문을 던졌다.“더 없습니까?” 그의 질문에도 여전히 답하
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 아직 판단력과 사업 쪽에서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계시지만 할아버지 연세도 생각하셔야 해요. 몸이 따라가지를 못할 겁니다. 게다가 너무 올드한 사상으로는 회사를 키울 수 없어요. 요 근래 회사의 성적을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자리에서 물러나 주시는 게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녀의 말에 회의실 안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말 장난만 치던 정계산과는 다르게 정자옥은 진심어린 말에 정계산은 웃음을 터뜨렸다.“자옥아, 노인네랑 한 편 아니였어? 노인네가 빨리 내려오기를 바란거야?” 정자옥은 미소를 짓고는 “셋째 삼촌, 저는 어느 한 편도 아니였어요. 그냥 회사 발전을 위해 사실 그대로를 말씀 드렸을 뿐 입니다.” 라며 말했다. 항상 자신의 편에 서있던 정자옥의 돌변한 태도에 정중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자옥아, 네 뜻은 잘 알겠구나. 그렇다면 누구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까?” 정중은 말하면서 정봉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정봉성과 정자옥이 서로 말을 맞추어 자신을 끌어내리는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봉성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할아버지,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에요.” 정중은 코웃음을 쳤다. 여자인 정자옥의 신분은 정가들의 허락을 받지 못한다. 강책도 떠올렸지만 외부인으로 허락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생각을 지웠다. 정자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들어와.” 그녀의 말에 정중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회의실 문으로 향하고 문이 열리자 들어온 사람은 정장을 입고 있으며, 얼굴에는 엄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름 아닌 정홍민이였다. 정가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등장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정중도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중을 낮밤으로 괴롭히던 정홍민의 재등장이였다. “정..홍민?” “할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정홍민은 사람들 앞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정중을 바
정홍민의 등장은 마치 조용한 연못에 돌덩이를 던진 것 같았다. 정자옥과 소수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의 등장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정중의 손에서 회장 자리를 눈 앞에서 놓쳤었다. 예전의 그와 다르게 지금의 정홍민은 자신의 약점을 채우고 꼼꼼히 준비 한 뒤, 그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할아버지, 이게 얼마만이에요.” 정중은 환영을 보는 것 같았다. “어, 어떻게 온거야?” “할아버지는 제가 반갑지 않나봐요.” “1년은 더 있어야 할 놈이..어떻게..” “할아버지, 교도소에서 열심히만 되면 모범죄수라는 이름을 지어줘요. 그럼 빨리 나올 수 있고요.”정홍민의 말에 정중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강책은 정중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궁금한 듯 정몽연에게 정홍민의 신분에 대해 물었다. 정몽연은 작은 목소리로 정중과 정홍민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대략 설명했다. 강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자옥이 찾아온 목적은 정홍민을 회장자리에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그제서야 제대로 깨달았다. 정적이 흐르고, 정중이 코웃음을 쳤다.“추천한 사람이 정홍민이냐?” 정자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제 오빠는 할아버지의 장남장손으로, 지혜나 용기는 정봉성과 천차만별이라고요. 제 오빠 정홍민을 그 다음 후계자에 추천합니다!” 신분으로 보아 정홍민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 주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능력에서도 정홍민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중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만 볼 뿐이였다. 정중은 코웃음을 쳤다.“좋아. 정자옥, 내 옆에 꼭 붙어서 양 처럼 내 말을 잘 따르더니 이제와서 내 뒷통수를 쳐? 그래, 네 핏줄이 어디 가겠어? 하지만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너만 추천한다고 해서 올라 갈 수 있는 게 아니야!” 정자옥은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제가 추천하다고 해서 다 올라갈 수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주식 분배에 관해 잊으시진 않으셨겠죠? 저 10%, 저희 부모
정중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자옥아,홍민아. 여기까지 생각해 온 게 대단하구나. 하지만 너희들이 놓친 게 있어. 40%의 주권을 가지고 있다면 아직 회장자리에 오르기 어려워.” 정홍민은 고개를 들어 정중을 바라보며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할아버지, 저를 바보로 보시는 거에요? 제가 준비를 안 한 것 같으세요?” 정홍민의 일처리 방식은 꼼꼼했다. 그가 손을 흔들자 또 다른 남자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는 오락장의 사장 중 한명인 해민 형님이였다. 해민 형님이 정가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 할때, 유일하게 정봉성만이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정자옥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이 정몽연을 해하자고 했지만 사실 정몽연이 아니라 자기 자신 이였던 것이다. 정봉성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중은 해민 형님을 보고 하찮은 듯 말했다.“누구신지요? 그쪽은 저희 정가 회의에 참가 하실 수 없습니다.” 해민형님은 헛기침을 했다.“제가 정가의 15%의 주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왜 정가 주식 회의에 참가하지 못합니까?” “네?”15%는 정봉성 외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중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15%의 주식이라니요?” “손자가 아무말 하지 않던가요? 제 구역에서 놀다가 돈을 다 잃고 마지막으로 15%의 주식을 저한테 넘겼어요.” 그의 말에 정중은 자신의 가슴팍이 망치에 때려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이없는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정봉성을 바라보았다. “사실이냐?” 정봉성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정중은 정봉성에게 다가가 뺨을 내려쳤다.“내가! 짐승을 키웠어!” 뺨 맞는 소리가 회의실 곳곳에 퍼졌다. 정중은 그제서야 정봉성을 안쓰러워하며 그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 주식까지 판 손자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컥- 정중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그대로 정중은 자리
정 씨 집안 사당.정중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조상들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고 슬퍼했다.그는 평생을 정 씨 집안에 바쳐 정 씨 집안을 일으키려 했지만, 늙어서까지 친손자에게 계략을 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한 손자는 심술궂고, 다른 손자는 쓸모가 없다. 정 씨 집안은 이대로 끝이 나는 건가. 정중은 무릎을 꿇고 참회하며 평생의 소행을 회상하며 후회했다. 저벅저벅, 연거푸 발자국 소리가 난다.정몽연과 강책이 다가왔다."할아버지, 이건 할아버지 잘못이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자신을 난처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허허."정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했다. "몽연아, 사실 할아버지는 멍청하지 않아. 난 네가 순수하고 착하고 좋은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할아버지가 너에게 계속 매섭게 굴었는데, 너는 참고 또 참았다. 만약 정홍민과 정자옥이었다면 나를 몇 번이나 죽였겠지.” 정몽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고, 정중은 계속해서 말했다."사실 내가 너한테 화난 건 네가 그 지분 10%를 내놓지 않아서다. 강책의 능력은 정봉성보다 훨씬 뛰어나지, 그래서 나는 언젠가 너희가 이 10%의 주식으로 강책이 우리 정 씨 집안의 가주가 될까 봐 걱정이란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 씨네 집안은 다 망하고 백 년 가업을 남에게 내줘야 한다. 그런데 생뚱맞게 정자옥 그년이 먼저 손을 쓸 줄이야! 내가 아주 기가 차서!” 정몽연은 한숨을 쉬었다."할아버지, 저와 강책은 여태껏 가주 자리를 탐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렇니? 허허, 누가 알았겠냐. 하지만 지금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니, 이미 가주는 정홍민인데 말이다.” 정중의 말투는 애처로웠다. 그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그런 할아버지를 보는 정몽연의 마음도 상당이 아렸다. 하지만 그녀는 도울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마지막 지분 10%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정 씨 집안의 부회장직도 사임했으니, 혈연관계 외에는
정중은 변함없이 강책을 매우 싫어했다. 강책도 개의치 않고 정몽연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잠깐 나가 있어, 그리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어르신께 속마음을 털어놔야겠어.” "응, 그래."정몽연은 나가면서 사당 문을 닫았다.강책은 정중의 곁으로 가서 사당에 있는 정 씨네 조상의 위패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르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정 씨네 집안의 이런 가업은 제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 사사건건 저를 경계하시는 건 정말 시간 낭비지요.” "그래? 네가 그릇이 정말 크구나, 정 씨네 집안의 백 년 가업도 네 눈에 차지 않으니 말이다.” 정중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왜 빠득빠득 우리 정 씨 집안의 데릴사위 자리에 있는 거지? 네 눈에 차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러니 더 이상 공짜밥 먹지 말고 썩 꺼져버려.” 그의 말은 이미 상당히 지나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화를 냈지만 강책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는 사당에 걸린 세 개의 우승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르신, 이 우승기 세 개를 기억하십니까?"정중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사당 한쪽에 확실히 세 개의 깃발이 걸려 있다.충간의담, 백전백승, 명수청사. 정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기억하고말고, 이건 전장에서 당문호에게 보낸 우승기가 아니더냐. 너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니? 네가 강남구로 돌아온 첫날이었지.” "정자옥은 좋은 남편을 얻었지, 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통령이고 몇 만 명을 거느리고 있으니 아주 보통 인물이 아니야.” "하지만 몽연이는……”정중은 강책을 보고 시큰둥한 눈초리를 보냈다.하지만 강책은 개의치 않고 정중에게 질문했다. "동쪽 전장의 부통령이 전역에서 이렇게 세 개의 깃발을 보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문호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은 정중이 내심 궁금해하던 것이기도 했다.그렇다, 과연 당문호가 이 우승기를 받을만한 인물이었나? 솔직히 말해서 당문호는 전혀 이 우승기를 받을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