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9월 초, 가을 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넓은 어깨위에 툭 떨어졌다.강책은 고목 아래에 서 있었고, 그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침몽 하이테크빌딩이 있었다. “형, 걔네가 손잡고 날 모함해, 진짜 죽을 것 같아.”두 달 전.침몽과학기술의 자금줄이 끊어졌고, 강모 회장은 2,000억 가량의 거액의 빚을 지며 회사는 천정그룹의 하유룡에게 저당 잡혔다. “형 미안해, 동생 먼저 갈게.”밤 12시, 강모는 빌딩에서 뛰어내렸고, 한 시대를 대표했던 상업계의 인재가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그 안에서의 문제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시장은 전쟁터였으며, 강모는 그저 불쌍한 희생양일 뿐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강책은 깊게 한 숨을 내쉬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강모야 미안, 형이 너무 늦게 왔지.”“이제 걱정하지 마, 널 괴롭혔던 사람들, 형이 모두 천 배로 갚아 줄게.”지난 5년간, 강책은 전란의 서경으로 가서 종군했다.그는 일개 병사로 시작해서, 여러 번 전공을 세워 통솔자로 승진해 어느새 모두가 우러러보는 “수라군신”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가 돌아왔다. 땅거미 속에서 쓸쓸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파란 공책을 강책에게 건네 주었다. 그는 목양일이었고, 강책을 따라 죽을 각오로 전쟁터에 임한 전우였다. “형님, 그런 미천한 것들을 형님 손으로 직접 헤칠 필요가 있을까요?”“명령만 내려 주시면, 제가 사흘 안에 천정그룹과 하유룡,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싹 다 없애버릴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강책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대답했다.“어떤 일들은 반드시 내 손으로 직접 끝을 내야 해.”“네, 알겠습니다.”목양일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이내 흔적도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강책은 옷 매무새를 바로잡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침몽 하이테크빌딩을 향해 걸어갔다.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찰나에, 초췌한 얼굴을 한 노인이 핸드백을 든 채 나오다
무대 위, 하유룡이 고개를 젖힌 채 강책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이렇게 사람을 자신의 발 아래에 두는 듯한 기분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강책의 안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하유룡은 강책이 겁에 질려 말을 꺼내지 못하는 줄 착각하곤 도발하듯 말했다.“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직설적입니다. 내가 약한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면 정말 미안하네요.”“사실은, 오늘 네가 왜 왔는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 네 죽은 동생을 빌미로 돈 좀 뜯어내려고 했나 본데, 내가 너 같은 인간을 많이 겪어봐서 잘 알아.”하유룡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너한테 돈을 줄 수 없는 건 아니야. 네가 사람들 앞에서 ‘강모는 죽어도 싸다’라고 삼창만 하면 내가 너한테……음……백만원을 줄게, 어때?”치욕스럽다.무대 아래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웃느라 정신이 나간 듯했고, 어떤 사람은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술마저 내뿜을 지경이었다.하지만, 이렇게 치욕스러운 상황에서 강책의 얼굴에 분노한 기색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가 매우 철두철미한 폐물이든지, 아니면 설설 기며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둘 중 하나였다.아니면, 그가 천하를 멸시하고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기질을 가졌던지. 하유룡은 강책을 꿰뚫어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웃음을 멈추자, 강책은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이제 제가 말할 차례군요.”그의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순간 입을 다물고 쳐다보게 만드는 장엄함이 있었다.“제가 오늘 이 곳에 온 이유는, 여러분들께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7일 동안, 여러분들은 각자 내 동생의 무덤에 가서 하루 다섯 시간씩 무릎을 꿇고 사죄하십시오.”강책이 말했다.그러자 무대 아래에서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강책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저 사람 미친거 아니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우리더러 그 무능한 인간한테 무릎을 꿇으란
목양일은 강책이 무엇을 할 건지 알아차리곤 웃어 보였다.“맞다 형님, 방금 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소강, 진목, 회해 3개 구가 합병되어서 강남구로 통칭되고 형님께서 총책임자를 맡는다고 합니다.”“형님, 이건 정말 짭짤한 보직이라구요.”강책은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지금 나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어, 가자.”“네? 어디로 갑니까?”강책은 생각을 하곤, 이내 대답했다.“온 김에 집이나 가 보지.”반 시간 뒤, 차가 천천히 멈춰섰다.강책은 목양일에게 먼저 가라고 한 뒤, 혼자서 명원 단지 내로 들어서 낡아 보이는 별장 한 채로 걸어갔다.똑똑, 그가 문을 두들겼다.“누구세요?”문을 연 사람은 한 중년의 부인이었고, 강책의 장모인 소청이었다. 소청은 강책을 보자 몇 초 동안 얼어붙었다가 이내 반갑게 말을 건넸다.“강책아, 언제 돌아온 거야?”“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요”“어서, 빨리 안으로 들어와 앉아.”동생이 죽고 난 뒤, 소청은 강책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소청은 강책을 방 안으로 들인 뒤 그를 앉혀 놓고 물을 주었다.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이때, 장인 정계산이 안방에서 나왔다.“누가 왔어?”“강책이요, 책이가 돌아왔어요.”“뭐라고?”정계산은 어이없다는 듯 강책을 흘긋 보고는 콧방귀를 뀌곤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강책, 네가 돌아올 낯짝이 있니?”그의 말 한마디에 방 안의 분위기가 긴장되고 어색해졌다.“영감님, 강책이 방금 돌아왔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당신은 말할 자격도 없으니, 어서 가서 몽연이나 불러와.”“허 참, 그래요.”정계산은 강책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동생 일은 들었다. 이제 침몽 하이테크는 너희 강 씨 집안이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게냐?”“네.”“5년 동안 군생활 하고 이제서야 돌아와서 한 자리 해먹으려고 그러나?”강책은 어깨를 으쓱하곤 대답했다.“한 자리 해먹을 것도 없지요.”“못 해먹는건 아니고? 하긴, 네 머리로 한 자리 해먹는 게 더 이상하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에는 성대한 한 상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로비를 누비는 사람들은 몸을 금과 은으로 도배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맞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정몽연은 강책을 이끌고 로비 정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 앞으로 가서 한 노인을 웃으며 불렀다.“할아버지!”이 노인은 현재 정 씨 집안의 가장인 정종이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대답했다.“오, 몽연이 왜 이제야 오는거니? 할아버지가 너 기다리느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어서, 빨리 와서 앉으렴.”그가 고개를 돌리자, 정몽연의 곁에 있는 강책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이 분은?”정몽연은 고개를 숙인 채 다소 맥을 못 추며 말했다.“이 사람은 내 남편, 강책이야.”“응?”정종은 강책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종군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돌아왔나보군. 자, 앉으시게.”“감사합니다 어르신.”강책이 자리에 앉자, 테이블 맞은 편에 있던 정봉성이 알 수 없는 질문을 해왔다.“매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나 보지”“그럭저럭요.”“그래? 그럼 돌아올 때, 전용차가 픽업 왔었어?”“난 그런 허례허식은 싫어서, 생략했어요.”그러자 정봉성이 웃으며 말했다.“허례허식? 하하, 척 좀 그만 하시지? 혹시 능력 부족으로 퇴출 당한건 아니지?”테이블에 있던 친척들은 모두 강책을 우습게 보며, 깔보는 눈빛이 역력했다.하지만 강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정봉성은 강책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고 착각하며 계속해서 그를 쏘아붙였다. “그래도 괜찮지 뭐, 강 씨 집안에는 아직 침몽하이테크가 있으니, 아무리 못 살아도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이 일을 언급하자, 강책의 안색이 살짝 변하는 듯했다.정몽연은 더욱 화가 난 눈치였다.침몽 하이테크의 일은 소문이 자자한테, 정봉성은 강모가 투신자살한 일을 모를 수는 없을 테니,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강책을 욕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호의적’인 의도로 정봉성에게 말했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수라군신? 이게 무슨 직위야?당문호는 헛기침을 하곤 말했다."서경 쪽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계급에 대해서는 훤히 알고 있는데, 수라군신 같은 계급 따위는 없어. 그만 꾸며내지."사람들은 그제서야 속이 시원하게 풀린 듯했다 "꾸며낸 거였군, 어쩐지 들어본 적이 없더라니.""꾸며내도 있을 듯이 좀 꾸며내지.""문호도 모르는 계급이면 분명 존재하지 않는 걸 거야."사람들의 수군댐이 계속해서 들려오자, 정몽연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강책은 오히려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듣지 못한 건,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겠죠.""......"현장은 순식간에 요란스럽게 변했고, 사람들은 얼이 빠져 강책을 바라보았다.쟤가 단단히 미쳤구나,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걸 보니.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총령이었고, 정 씨 가문의 실세인 정종 조차도 그에게 굽신거리는 신세였다.그런데 강책은 감히 당문호가 자기를 모른다고 한 것을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라고 하다니, 그 말 인 즉슨 그가 당문호보다 더 위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현장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이내 폭소가 터졌다.정봉성은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동생아, 제발 이 진상 좀 데려가 줄 수 없겠냐? 얘가 여기서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당문호 역시도 강책을 하찮게 여겼다. “신분이 낮은데도 사리분별 없이 자신을 증명해내려는 사람들이 있지, 그저 조롱거리만 될 뿐인데 말이야.”“네가 비천한 걸로 너를 깔보진 않을텐데, 너의 그 염치없음이 역겹기 그지없군.”“비켜, 네가 여기 서 있는 걸 보기만 해도 입맛이 떨어진다.”정봉성은 곧 말을 이어갔다.“폐물 같으니라고, 못 들었어? 형부가 꺼지라잖아.”현장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그러자 정종은 정몽연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몽연아, 구석 테이블에 가서 밥 먹으라고 하거라.”“알겠어요, 할아버지.”정몽연은 몸을 일으켜 강책의 팔목을 잡았다. 그녀는 입
파티에선 당문호에게 잘 보이려고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와 술잔을 맞댔다.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강책을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와 한 자리에 있던 정몽연 역시도 얼굴이 굳어 몇 번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고 싶었다.그떄, 강책의 휴대폰이 울렸다.“미안, 전화 좀 받고 올게.”강책은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고, 휴대폰 너머로 목양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서류가 내려왔습니다. 내일 세 개 구역의 총책임자 자리를 인수하러 취임식에 참석하라는 내용입니다.”강책은 덤덤하게 대답했다.“너도 내가 허례허식 싫어하는 성격인 거 알잖아, 총책임자는 맡더라도, 취임식은 그만두지.”“아……하지만 이건 위에서 정식으로 개최하는 거라 철회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윗선에서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만약 불응하면, 총 책임자를 안 맡겠다고 그대로 전해.”“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제가 가서 잘 말하겠습니다.”강책은 전화를 끊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정ㅇ성이 헛기침을 하며 그에게 다가왔다.“어이, 누구랑 통화해?”“친구.”“너 같은 폐물도 친구가 있다고?”정봉성이 말했다.“똑같이 군대에서 나왔는데, 큰 형부를 보고 다시 너를 봐봐.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클 수 있지? 방금 큰 형부가 내일 있을 새로 올 총책임자 취임식에 나를 데려 가겠다고 허락했어. 봐, 큰 형부의 능력으로 바로 취임식 참여자격도 얻어내는데, 너는? 넌 그냥 집에 누워서 티비로 내가 직접 총책임자랑 악수하는 모습이나 지켜봐!”강책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참여자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 않나? 만약 네가 참여 못하고, 심지어 당문호도 참여하지 못한다면 정말 난처할 거 같은데.”“허!”그러자 정봉성이 강책에게 쏘아붙였다.“내가 참여 못하면 너 같은 쓰레기가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두 사람이 말하던 도중, 정몽연이 걸어 나왔다.그녀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걸로 보아 분명 방금 안에서 또 누군가가
깊은 밤.강책은 정몽연과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그 둘은 부부였기에 본래는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사용하는 게 이치였다.하지만 그 둘은 방금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먹했기에, 갑자기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니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특히나 정몽연은 여자랑도 함께 자 본적이 없었는데, ‘방금 만난’ 남자랑 같이 잠을 청해야 한다니.비록 이 남자가 그녀의 남편이어도 말이다.강책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바로 침구를 들어서 바닥에 깔았다.“뭐해?”정몽연이 물었다.“넌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게.”“이게……”“미안해 할 거 없어. 몇 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일찍부터 바닥에서 자는 게 습관 됐으니까.”정몽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불을 끈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캄캄한 침실에서 강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정몽연은 몸을 움찔하며 강책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책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군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내가 가장 미안한 사람이 둘 있는데, 한 명은 내 동생이고, 또 한 사람이 너야.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나왔어도. 백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으면, 너는 이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텐데.”정몽연의 눈가에는 순식간에 억눌린 눈물이 흘러내렸다.최근 5년 동안 그녀는 매일 각종 유언비어를 참아내며, 억울한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하소연할 대상도 없었기에 그저 인적 없는 곳에서 몰래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그녀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하지만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한 점의 억울함도 겪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할게.”동생에게 빚진 것을 메울 수 없게 되었으니, 최소한 아내에 대한 부족함이라도 메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이튿날 새벽.강책은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정몽연을 깨웠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취임식에 참석하려고.”정몽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무슨 취임식?”“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