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9월 초, 가을 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넓은 어깨위에 툭 떨어졌다.강책은 고목 아래에 서 있었고, 그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침몽 하이테크빌딩이 있었다. “형, 걔네가 손잡고 날 모함해, 진짜 죽을 것 같아.”두 달 전.침몽과학기술의 자금줄이 끊어졌고, 강모 회장은 2,000억 가량의 거액의 빚을 지며 회사는 천정그룹의 하유룡에게 저당 잡혔다. “형 미안해, 동생 먼저 갈게.”밤 12시, 강모는 빌딩에서 뛰어내렸고, 한 시대를 대표했던 상업계의 인재가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그 안에서의 문제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시장은 전쟁터였으며, 강모는 그저 불쌍한 희생양일 뿐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강책은 깊게 한 숨을 내쉬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강모야 미안, 형이 너무 늦게 왔지.”“이제 걱정하지 마, 널 괴롭혔던 사람들, 형이 모두 천 배로 갚아 줄게.”지난 5년간, 강책은 전란의 서경으로 가서 종군했다.그는 일개 병사로 시작해서, 여러 번 전공을 세워 통솔자로 승진해 어느새 모두가 우러러보는 “수라군신”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가 돌아왔다. 땅거미 속에서 쓸쓸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파란 공책을 강책에게 건네 주었다. 그는 목양일이었고, 강책을 따라 죽을 각오로 전쟁터에 임한 전우였다. “형님, 그런 미천한 것들을 형님 손으로 직접 헤칠 필요가 있을까요?”“명령만 내려 주시면, 제가 사흘 안에 천정그룹과 하유룡,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싹 다 없애버릴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강책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대답했다.“어떤 일들은 반드시 내 손으로 직접 끝을 내야 해.”“네, 알겠습니다.”목양일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이내 흔적도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강책은 옷 매무새를 바로잡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침몽 하이테크빌딩을 향해 걸어갔다.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찰나에, 초췌한 얼굴을 한 노인이 핸드백을 든 채 나오다
무대 위, 하유룡이 고개를 젖힌 채 강책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이렇게 사람을 자신의 발 아래에 두는 듯한 기분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강책의 안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하유룡은 강책이 겁에 질려 말을 꺼내지 못하는 줄 착각하곤 도발하듯 말했다.“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직설적입니다. 내가 약한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면 정말 미안하네요.”“사실은, 오늘 네가 왜 왔는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 네 죽은 동생을 빌미로 돈 좀 뜯어내려고 했나 본데, 내가 너 같은 인간을 많이 겪어봐서 잘 알아.”하유룡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너한테 돈을 줄 수 없는 건 아니야. 네가 사람들 앞에서 ‘강모는 죽어도 싸다’라고 삼창만 하면 내가 너한테……음……백만원을 줄게, 어때?”치욕스럽다.무대 아래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웃느라 정신이 나간 듯했고, 어떤 사람은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술마저 내뿜을 지경이었다.하지만, 이렇게 치욕스러운 상황에서 강책의 얼굴에 분노한 기색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가 매우 철두철미한 폐물이든지, 아니면 설설 기며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둘 중 하나였다.아니면, 그가 천하를 멸시하고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기질을 가졌던지. 하유룡은 강책을 꿰뚫어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웃음을 멈추자, 강책은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이제 제가 말할 차례군요.”그의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순간 입을 다물고 쳐다보게 만드는 장엄함이 있었다.“제가 오늘 이 곳에 온 이유는, 여러분들께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7일 동안, 여러분들은 각자 내 동생의 무덤에 가서 하루 다섯 시간씩 무릎을 꿇고 사죄하십시오.”강책이 말했다.그러자 무대 아래에서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강책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저 사람 미친거 아니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우리더러 그 무능한 인간한테 무릎을 꿇으란
목양일은 강책이 무엇을 할 건지 알아차리곤 웃어 보였다.“맞다 형님, 방금 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소강, 진목, 회해 3개 구가 합병되어서 강남구로 통칭되고 형님께서 총책임자를 맡는다고 합니다.”“형님, 이건 정말 짭짤한 보직이라구요.”강책은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지금 나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어, 가자.”“네? 어디로 갑니까?”강책은 생각을 하곤, 이내 대답했다.“온 김에 집이나 가 보지.”반 시간 뒤, 차가 천천히 멈춰섰다.강책은 목양일에게 먼저 가라고 한 뒤, 혼자서 명원 단지 내로 들어서 낡아 보이는 별장 한 채로 걸어갔다.똑똑, 그가 문을 두들겼다.“누구세요?”문을 연 사람은 한 중년의 부인이었고, 강책의 장모인 소청이었다. 소청은 강책을 보자 몇 초 동안 얼어붙었다가 이내 반갑게 말을 건넸다.“강책아, 언제 돌아온 거야?”“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요”“어서, 빨리 안으로 들어와 앉아.”동생이 죽고 난 뒤, 소청은 강책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소청은 강책을 방 안으로 들인 뒤 그를 앉혀 놓고 물을 주었다.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이때, 장인 정계산이 안방에서 나왔다.“누가 왔어?”“강책이요, 책이가 돌아왔어요.”“뭐라고?”정계산은 어이없다는 듯 강책을 흘긋 보고는 콧방귀를 뀌곤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강책, 네가 돌아올 낯짝이 있니?”그의 말 한마디에 방 안의 분위기가 긴장되고 어색해졌다.“영감님, 강책이 방금 돌아왔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당신은 말할 자격도 없으니, 어서 가서 몽연이나 불러와.”“허 참, 그래요.”정계산은 강책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동생 일은 들었다. 이제 침몽 하이테크는 너희 강 씨 집안이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게냐?”“네.”“5년 동안 군생활 하고 이제서야 돌아와서 한 자리 해먹으려고 그러나?”강책은 어깨를 으쓱하곤 대답했다.“한 자리 해먹을 것도 없지요.”“못 해먹는건 아니고? 하긴, 네 머리로 한 자리 해먹는 게 더 이상하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에는 성대한 한 상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로비를 누비는 사람들은 몸을 금과 은으로 도배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맞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정몽연은 강책을 이끌고 로비 정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 앞으로 가서 한 노인을 웃으며 불렀다.“할아버지!”이 노인은 현재 정 씨 집안의 가장인 정종이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대답했다.“오, 몽연이 왜 이제야 오는거니? 할아버지가 너 기다리느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어서, 빨리 와서 앉으렴.”그가 고개를 돌리자, 정몽연의 곁에 있는 강책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이 분은?”정몽연은 고개를 숙인 채 다소 맥을 못 추며 말했다.“이 사람은 내 남편, 강책이야.”“응?”정종은 강책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종군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돌아왔나보군. 자, 앉으시게.”“감사합니다 어르신.”강책이 자리에 앉자, 테이블 맞은 편에 있던 정봉성이 알 수 없는 질문을 해왔다.“매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나 보지”“그럭저럭요.”“그래? 그럼 돌아올 때, 전용차가 픽업 왔었어?”“난 그런 허례허식은 싫어서, 생략했어요.”그러자 정봉성이 웃으며 말했다.“허례허식? 하하, 척 좀 그만 하시지? 혹시 능력 부족으로 퇴출 당한건 아니지?”테이블에 있던 친척들은 모두 강책을 우습게 보며, 깔보는 눈빛이 역력했다.하지만 강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정봉성은 강책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고 착각하며 계속해서 그를 쏘아붙였다. “그래도 괜찮지 뭐, 강 씨 집안에는 아직 침몽하이테크가 있으니, 아무리 못 살아도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이 일을 언급하자, 강책의 안색이 살짝 변하는 듯했다.정몽연은 더욱 화가 난 눈치였다.침몽 하이테크의 일은 소문이 자자한테, 정봉성은 강모가 투신자살한 일을 모를 수는 없을 테니,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강책을 욕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호의적’인 의도로 정봉성에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