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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군신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2419 챕터

제 1화

9월 초, 가을 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넓은 어깨위에 툭 떨어졌다.강책은 고목 아래에 서 있었고, 그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침몽 하이테크빌딩이 있었다. “형, 걔네가 손잡고 날 모함해, 진짜 죽을 것 같아.”두 달 전.침몽과학기술의 자금줄이 끊어졌고, 강모 회장은 2,000억 가량의 거액의 빚을 지며 회사는 천정그룹의 하유룡에게 저당 잡혔다. “형 미안해, 동생 먼저 갈게.”밤 12시, 강모는 빌딩에서 뛰어내렸고, 한 시대를 대표했던 상업계의 인재가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그 안에서의 문제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시장은 전쟁터였으며, 강모는 그저 불쌍한 희생양일 뿐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강책은 깊게 한 숨을 내쉬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강모야 미안, 형이 너무 늦게 왔지.”“이제 걱정하지 마, 널 괴롭혔던 사람들, 형이 모두 천 배로 갚아 줄게.”지난 5년간, 강책은 전란의 서경으로 가서 종군했다.그는 일개 병사로 시작해서, 여러 번 전공을 세워 통솔자로 승진해 어느새 모두가 우러러보는 “수라군신”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가 돌아왔다. 땅거미 속에서 쓸쓸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파란 공책을 강책에게 건네 주었다. 그는 목양일이었고, 강책을 따라 죽을 각오로 전쟁터에 임한 전우였다. “형님, 그런 미천한 것들을 형님 손으로 직접 헤칠 필요가 있을까요?”“명령만 내려 주시면, 제가 사흘 안에 천정그룹과 하유룡,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싹 다 없애버릴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강책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대답했다.“어떤 일들은 반드시 내 손으로 직접 끝을 내야 해.”“네, 알겠습니다.”목양일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이내 흔적도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강책은 옷 매무새를 바로잡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침몽 하이테크빌딩을 향해 걸어갔다.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찰나에, 초췌한 얼굴을 한 노인이 핸드백을 든 채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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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화

무대 위, 하유룡이 고개를 젖힌 채 강책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이렇게 사람을 자신의 발 아래에 두는 듯한 기분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강책의 안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하유룡은 강책이 겁에 질려 말을 꺼내지 못하는 줄 착각하곤 도발하듯 말했다.“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직설적입니다. 내가 약한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면 정말 미안하네요.”“사실은, 오늘 네가 왜 왔는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 네 죽은 동생을 빌미로 돈 좀 뜯어내려고 했나 본데, 내가 너 같은 인간을 많이 겪어봐서 잘 알아.”하유룡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너한테 돈을 줄 수 없는 건 아니야. 네가 사람들 앞에서 ‘강모는 죽어도 싸다’라고 삼창만 하면 내가 너한테……음……백만원을 줄게, 어때?”치욕스럽다.무대 아래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모두 웃느라 정신이 나간 듯했고, 어떤 사람은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술마저 내뿜을 지경이었다.하지만, 이렇게 치욕스러운 상황에서 강책의 얼굴에 분노한 기색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가 매우 철두철미한 폐물이든지, 아니면 설설 기며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둘 중 하나였다.아니면, 그가 천하를 멸시하고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기질을 가졌던지. 하유룡은 강책을 꿰뚫어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웃음을 멈추자, 강책은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이제 제가 말할 차례군요.”그의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순간 입을 다물고 쳐다보게 만드는 장엄함이 있었다.“제가 오늘 이 곳에 온 이유는, 여러분들께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7일 동안, 여러분들은 각자 내 동생의 무덤에 가서 하루 다섯 시간씩 무릎을 꿇고 사죄하십시오.”강책이 말했다.그러자 무대 아래에서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며 강책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저 사람 미친거 아니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우리더러 그 무능한 인간한테 무릎을 꿇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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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화

목양일은 강책이 무엇을 할 건지 알아차리곤 웃어 보였다.“맞다 형님, 방금 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소강, 진목, 회해 3개 구가 합병되어서 강남구로 통칭되고 형님께서 총책임자를 맡는다고 합니다.”“형님, 이건 정말 짭짤한 보직이라구요.”강책은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지금 나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어, 가자.”“네? 어디로 갑니까?”강책은 생각을 하곤, 이내 대답했다.“온 김에 집이나 가 보지.”반 시간 뒤, 차가 천천히 멈춰섰다.강책은 목양일에게 먼저 가라고 한 뒤, 혼자서 명원 단지 내로 들어서 낡아 보이는 별장 한 채로 걸어갔다.똑똑, 그가 문을 두들겼다.“누구세요?”문을 연 사람은 한 중년의 부인이었고, 강책의 장모인 소청이었다. 소청은 강책을 보자 몇 초 동안 얼어붙었다가 이내 반갑게 말을 건넸다.“강책아, 언제 돌아온 거야?”“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요”“어서, 빨리 안으로 들어와 앉아.”동생이 죽고 난 뒤, 소청은 강책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소청은 강책을 방 안으로 들인 뒤 그를 앉혀 놓고 물을 주었다.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이때, 장인 정계산이 안방에서 나왔다.“누가 왔어?”“강책이요, 책이가 돌아왔어요.”“뭐라고?”정계산은 어이없다는 듯 강책을 흘긋 보고는 콧방귀를 뀌곤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강책, 네가 돌아올 낯짝이 있니?”그의 말 한마디에 방 안의 분위기가 긴장되고 어색해졌다.“영감님, 강책이 방금 돌아왔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당신은 말할 자격도 없으니, 어서 가서 몽연이나 불러와.”“허 참, 그래요.”정계산은 강책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동생 일은 들었다. 이제 침몽 하이테크는 너희 강 씨 집안이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게냐?”“네.”“5년 동안 군생활 하고 이제서야 돌아와서 한 자리 해먹으려고 그러나?”강책은 어깨를 으쓱하곤 대답했다.“한 자리 해먹을 것도 없지요.”“못 해먹는건 아니고? 하긴, 네 머리로 한 자리 해먹는 게 더 이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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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에는 성대한 한 상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로비를 누비는 사람들은 몸을 금과 은으로 도배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맞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정몽연은 강책을 이끌고 로비 정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 앞으로 가서 한 노인을 웃으며 불렀다.“할아버지!”이 노인은 현재 정 씨 집안의 가장인 정종이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대답했다.“오, 몽연이 왜 이제야 오는거니? 할아버지가 너 기다리느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어서, 빨리 와서 앉으렴.”그가 고개를 돌리자, 정몽연의 곁에 있는 강책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이 분은?”정몽연은 고개를 숙인 채 다소 맥을 못 추며 말했다.“이 사람은 내 남편, 강책이야.”“응?”정종은 강책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종군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돌아왔나보군. 자, 앉으시게.”“감사합니다 어르신.”강책이 자리에 앉자, 테이블 맞은 편에 있던 정봉성이 알 수 없는 질문을 해왔다.“매부, 5년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나 보지”“그럭저럭요.”“그래? 그럼 돌아올 때, 전용차가 픽업 왔었어?”“난 그런 허례허식은 싫어서, 생략했어요.”그러자 정봉성이 웃으며 말했다.“허례허식? 하하, 척 좀 그만 하시지? 혹시 능력 부족으로 퇴출 당한건 아니지?”테이블에 있던 친척들은 모두 강책을 우습게 보며, 깔보는 눈빛이 역력했다.하지만 강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정봉성은 강책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고 착각하며 계속해서 그를 쏘아붙였다. “그래도 괜찮지 뭐, 강 씨 집안에는 아직 침몽하이테크가 있으니, 아무리 못 살아도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이 일을 언급하자, 강책의 안색이 살짝 변하는 듯했다.정몽연은 더욱 화가 난 눈치였다.침몽 하이테크의 일은 소문이 자자한테, 정봉성은 강모가 투신자살한 일을 모를 수는 없을 테니,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강책을 욕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호의적’인 의도로 정봉성에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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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화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수라군신? 이게 무슨 직위야?당문호는 헛기침을 하곤 말했다."서경 쪽 상황은 내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계급에 대해서는 훤히 알고 있는데, 수라군신 같은 계급 따위는 없어. 그만 꾸며내지."사람들은 그제서야 속이 시원하게 풀린 듯했다 "꾸며낸 거였군, 어쩐지 들어본 적이 없더라니.""꾸며내도 있을 듯이 좀 꾸며내지.""문호도 모르는 계급이면 분명 존재하지 않는 걸 거야."사람들의 수군댐이 계속해서 들려오자, 정몽연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강책은 오히려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듣지 못한 건,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겠죠.""......"현장은 순식간에 요란스럽게 변했고, 사람들은 얼이 빠져 강책을 바라보았다.쟤가 단단히 미쳤구나,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걸 보니.당문호는 동쪽 전장의 부총령이었고, 정 씨 가문의 실세인 정종 조차도 그에게 굽신거리는 신세였다.그런데 강책은 감히 당문호가 자기를 모른다고 한 것을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라고 하다니, 그 말 인 즉슨 그가 당문호보다 더 위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현장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이내 폭소가 터졌다.정봉성은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동생아, 제발 이 진상 좀 데려가 줄 수 없겠냐? 얘가 여기서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당문호 역시도 강책을 하찮게 여겼다. “신분이 낮은데도 사리분별 없이 자신을 증명해내려는 사람들이 있지, 그저 조롱거리만 될 뿐인데 말이야.”“네가 비천한 걸로 너를 깔보진 않을텐데, 너의 그 염치없음이 역겹기 그지없군.”“비켜, 네가 여기 서 있는 걸 보기만 해도 입맛이 떨어진다.”정봉성은 곧 말을 이어갔다.“폐물 같으니라고, 못 들었어? 형부가 꺼지라잖아.”현장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그러자 정종은 정몽연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몽연아, 구석 테이블에 가서 밥 먹으라고 하거라.”“알겠어요, 할아버지.”정몽연은 몸을 일으켜 강책의 팔목을 잡았다. 그녀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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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

파티에선 당문호에게 잘 보이려고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와 술잔을 맞댔다.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강책을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와 한 자리에 있던 정몽연 역시도 얼굴이 굳어 몇 번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고 싶었다.그떄, 강책의 휴대폰이 울렸다.“미안, 전화 좀 받고 올게.”강책은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고, 휴대폰 너머로 목양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서류가 내려왔습니다. 내일 세 개 구역의 총책임자 자리를 인수하러 취임식에 참석하라는 내용입니다.”강책은 덤덤하게 대답했다.“너도 내가 허례허식 싫어하는 성격인 거 알잖아, 총책임자는 맡더라도, 취임식은 그만두지.”“아……하지만 이건 위에서 정식으로 개최하는 거라 철회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윗선에서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만약 불응하면, 총 책임자를 안 맡겠다고 그대로 전해.”“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제가 가서 잘 말하겠습니다.”강책은 전화를 끊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정ㅇ성이 헛기침을 하며 그에게 다가왔다.“어이, 누구랑 통화해?”“친구.”“너 같은 폐물도 친구가 있다고?”정봉성이 말했다.“똑같이 군대에서 나왔는데, 큰 형부를 보고 다시 너를 봐봐.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클 수 있지? 방금 큰 형부가 내일 있을 새로 올 총책임자 취임식에 나를 데려 가겠다고 허락했어. 봐, 큰 형부의 능력으로 바로 취임식 참여자격도 얻어내는데, 너는? 넌 그냥 집에 누워서 티비로 내가 직접 총책임자랑 악수하는 모습이나 지켜봐!”강책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참여자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 않나? 만약 네가 참여 못하고, 심지어 당문호도 참여하지 못한다면 정말 난처할 거 같은데.”“허!”그러자 정봉성이 강책에게 쏘아붙였다.“내가 참여 못하면 너 같은 쓰레기가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두 사람이 말하던 도중, 정몽연이 걸어 나왔다.그녀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걸로 보아 분명 방금 안에서 또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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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깊은 밤.강책은 정몽연과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그 둘은 부부였기에 본래는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사용하는 게 이치였다.하지만 그 둘은 방금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먹했기에, 갑자기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니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특히나 정몽연은 여자랑도 함께 자 본적이 없었는데, ‘방금 만난’ 남자랑 같이 잠을 청해야 한다니.비록 이 남자가 그녀의 남편이어도 말이다.강책은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바로 침구를 들어서 바닥에 깔았다.“뭐해?”정몽연이 물었다.“넌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게.”“이게……”“미안해 할 거 없어. 몇 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일찍부터 바닥에서 자는 게 습관 됐으니까.”정몽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불을 끈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캄캄한 침실에서 강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정몽연은 몸을 움찔하며 강책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책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군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내가 가장 미안한 사람이 둘 있는데, 한 명은 내 동생이고, 또 한 사람이 너야.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나왔어도. 백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으면, 너는 이렇게 억울하지 않았을 텐데.”정몽연의 눈가에는 순식간에 억눌린 눈물이 흘러내렸다.최근 5년 동안 그녀는 매일 각종 유언비어를 참아내며, 억울한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하소연할 대상도 없었기에 그저 인적 없는 곳에서 몰래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그녀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하지만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한 점의 억울함도 겪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할게.”동생에게 빚진 것을 메울 수 없게 되었으니, 최소한 아내에 대한 부족함이라도 메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이튿날 새벽.강책은 일찌감치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정몽연을 깨웠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취임식에 참석하려고.”정몽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무슨 취임식?”“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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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화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빌딩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정문 입구에는 몇 십 명의 경호원이 있는데, 그중 제일 안쪽 줄은 모두 실탄 총을 메고 있었고, 오늘 오는 사람들의 신분이 얼마나 높은 지 증명하고 있었다.당문호 무리들이 빌딩 정문에 다다르자, 입구에 있는 경호원에 의해 동시에 가로막혔다.“신분증을 제시해 주십시오.”정봉성이 거만하게 신분증을 경호원에게 건네며 고개를 돌려 강책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보이지, 이 곳은 너 같은 나부랭이 자식이 마음대로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라고.”경호원이 신분증을 기계에 스캔하자, 스크린에는 눈에 확 띄는 빨간색의 “X”표시가 보였다.곧 총을 든 경호원 몇 명이 다가와 정봉성을 막아섰다.정봉성이 놀라 창백한 얼굴을 한 채로 말했다.“아,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죠?”경호원이 신분증을 바로 돌려주며 말했다.“당신은 이미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가 있어서 빌딩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설마, 아니지?”정봉성은 몸을 돌려 당문호를 보았다. 분명 나에게 참가 자리를 주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근데 이제 와서 들어가지도 못할 뿐더러,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가다니?당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봐, 한 번 더 확인해 보지. 이 사람의 참가자격은 내가 직접 준 것일세.”“블랙리스트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무런 착오가 없습니다.”정자옥이 화가 나 따지듯이 말했다.“거기, 무슨 말을 그렇게 하지?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기나 해? 무려 동쪽 전장의 부총령이야, 너네가 이런 식이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그러자 경호원 몇 명이 동시에 정자옥을 노려보았다.“지금 저희를 협박하시는 겁니까?”경호원 몇 사람이 총을 꽉 쥐자 놀란 정자옥은 급히 당문호의 몸 뒤로 물러섰다.비록 당문호의 관직이 낮지는 않지만, 그는 여전히 오늘 책임자의 앞에서 비빌 수 없었다. 더구나 이곳 사람들은 모두 서경에서 복무했기에 동쪽 저장의 부통령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었다.당문호는 난생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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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화

두 사람은 행사장으로 들어섰고, 선물상자를 든 정계산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몸을 가만 두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며 몹시 불안해 보였다.“아빠.”정몽연이 그를 불렀다.“너희들이 어떻게 온게냐?”정계산이 의외인 듯 말했다.그러자 정몽연이 강책을 가리키며 말했다.“책이가 친구에게 부탁해서 두 자리를 구해왔어, 우린 그냥 와서 구경이나 하다 가려고.”“강책이 참가 자격을 구할 수 있다고?”“제가 서경에서 군 생활을 했을 때 친해진 저의 전우가 이번 취임식을 준비하는 분과 아는 사이여서요, 그 사람을 통해서 자리를 구하게 됐습니다.”강책이 웃으며 말했다.정계산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런 거였군.”“아빠, 여기서 뭐 하러 빈둥거리고 있는 거야?”정몽연이 물었다.“선물을 전해줄 일을 고심하고 있지 않니? 양준 가게에서 파는 술을 사 왔는데, 문제는 정말 줘도 되는지 의문이라는 거다. 한 병에 천 원도 되지 않는 싸구려 술을 선물하는 게 정말 맞는다고 생각하니?”정계산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러자 강책이 말을 꺼냈다.“그 책임자가 병사들과 생사를 같이 한 관리라면 이 술을 분명 좋아할 겁니다.”“그랬으면 좋겠군.”이 때, 배불뚝이 중년 남성 몇 명이 다가왔고, 그 중 한 명은 머리가 벗어져 있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아이고, 정 어르신, 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조 어르신 아닌가.”정계산이 정몽연과 강책에게 말했다.“이 분은 시장부의 조동 아저씨란다, 내 동료지.”정몽연은 정계산의 말을 듣자 곧장 알아차렸다. ‘조 아저씨’는 정계산의 철천지원수였고, 평소에는 두 사람 사이가 화목해 보였지만 실제론 곳곳에서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관계였다.두 사람은 모든 것을 서로 겨루고 있었고, 이번에는 같은 자리를 놓고 암암리에 겨루고 있었다.이번 취임식에서 잘 보이면, 분명 상대를 누르고 부주임의 자리와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정계산은 집에서 조동 얘기를 꺼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대부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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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화

목양일은 단상에서 한참 동안 격양된 목소리로 말한 뒤 마침내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진행자는 마이크를 들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오늘 취임식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내빈 분들께서는 차례대로 돌아가 주시면 되겠습니다.”말이 돌아가는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일부분 사람들이 나간 뒤, 한 남성이 선물을 들고 단상에 올라 웃으며 진행자에게 말했다.“저는 강화중공업의 총지배인 민우입니다. 오늘 새로 오신 총책임자분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제가 작은 선물을 준비했으니, 그 분께 전달 부탁드립니다.”그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10년 된 값진 인삼이 들어 있었다.사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민우가 내려가자, 두 번째 남성이 다시 올라가더니 하나 둘씩 그들의 ‘성의’를 사회자에게 주었고, 총책임자에게 전달할 것을 부탁했다.누구는 황금불을, 누구는 진주를, 누구는 스포츠카를, 모든 물건들이 하나 같이 값어치가 뛰어난 것들이었고, 가장 싼 게 천만원 단위였다.다른 사람들이 주는 물건을 보고 정계산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의 선물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창피함이 물 밀 듯 몰려왔다.조동은 바로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가 들고 있는 상자를 보자 궁금해하며 물었다.“정 어르신께서는 어떤 선물을 하십니까? 저한테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조금 있으면 알게 될 겁니다.”정계산이 머쓱해하며 말했다.“오, 정말 궁금하네요.”조동이 말을 하며 자신의 금색 상자를 꺼내 두드리며 다시 말했다.“그래도 전 어르신께서 뭘 선물하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준비한 이 선물과는 비교가 안 될 거거든요.”정계산이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사람들이 거의 다 선물을 건넨 것을 보자 정계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올라갔다.“저기, 저는 정계산이라고 합니다. 총책임자님의 위임을 축하하며 제가 변변치 못한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기쁘게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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